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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
예술과 외설 사이, 폴 댄스
제 891 호    발행일 : 2015.04.20 

청순가련의 대명사인 이나영이 ‘봉춤’을 췄다? 재작년 이맘때, 배우 이나영은 한 의류 광고에서 고난도 폴 댄스 동작을 선보였다. 할리우드 셀러브리티의 몸매 관리 비법인 ‘폴 댄스’가 입소문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상륙한 것이다. 봄을 맞이해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있는 여성들은 주목하길 바란다. 물론 남성들에게도 희소식이니 두 눈 크게 뜨시길.

 

  보통 춤이라고 하면 우리는 여러 사람이 함께 추는 것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춤의 기원은 집단적인 의식에서 비롯됐다. 물론 클럽을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혼자서도 춤을 추는 게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지만, 아무리 클럽을 다녀봤다고 해도 낯설 수밖에 없는 춤이 있다. 외국 여행에 가서 봤다고 해도 남들이 오해할까 봐 쉽게 말할 수 없는 바로 그 춤.  일명 봉춤이라 불리는 폴 댄스다. 유럽 여행에서 폴 댄스 공연을 보고 온 손성훈(전자공학부·14) 학생은 “만족한 공연을 봐 거리낌 없이 친구들에게 그 경험을 자랑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음흉한 놈’이란 비난이었다”며 “하나의 공연을 관람하고 온 건데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은 아직도 폴 댄스에 긍정적이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폴 댄스라고 하면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쉽게 받아드릴 수 없는 춤이다. 폴 댄스가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보통 유흥가나 윤락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 시작된 춤이었다. 하지만 폴 댄스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훨씬 이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폴 댄스의 역사가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대한폴스포츠연맹의 의견은 고대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에서 진화해 기원했다는 설이 있다. 또한 인도의 전통 체조 ‘말라캄’, 12세기 유럽의 ‘메이폴(May Pole) 행사,’ 1980년대 중국의 ‘차이니스 폴’ 등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또한 노출이 많은 옷을 입는 것은 단지 섹시해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안전을 위해서도 피부를 드러내는 것이 유용하다. 소매가 긴 옷을 입고 봉에 매달리면 쉽게 미끄러질 수 있지만, 맨살은 봉과의 마찰력을 높여 밀착력을 높일 수 있다.
  춤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폴 댄스는 고난이도의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익히기 어려움 춤이다. 폴 댄스는 봉(pole)에 의지한 채 원심력을 이용 원을 그려 회전하거나 고난도의 다양한 기술을 가미한 예술적인 안무로 이루어진 춤이다. 이러한 기술적 차별성때문에 폴 댄스는 점차 기예적인 성격을 갖게 됐다. 바로 이런 기예적 성격은 폴 댄스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폴 댄스를 취미로 배우고 있는 김연송(청주시 분평동·30) 씨는 “요즘은 폴 댄스가 가수들의 무대로도 나와 하나의 퍼포먼스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폴 댄스를 시작하는 데 거리낌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폴 댄스는 어떻게 도입되게 됐을까? 우리 나라에 폴 댄스를 처음 들여온 사람은 대한폴스포츠연맹의 강현주 대표다. 그는 “사람들이 폴 댄스를 그저 과거 윤락가에서 추는 춤으로만 알고 있지만 더 많은 역사와 장르가 있는 스포츠 활동”이라며 “오늘날 신개념 피트니스와 문화예술로서의 가치, 그리고 스포츠로 우리 국민에게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리나라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폴 댄스는 도입 이후 기존의 댄스 스포츠 사이에서 나름 독특한 입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다른 춤은 파트너가 필요한 데 비해, 폴 댄스는 폴만 있으면 집에서도 혼자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폴 아크로바틱, 폴 피트니스, 폴 아트, 폴 실크, 폴 요가, 폴 스피닝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폴 댄스의 자세는 중력을 거부하는 듯한 자세가 많아 평소에 쉽게 관리하기 어려운 군살을 빼주기 때문에 미용 효과에 좋다.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부위인 팔, 배, 허벅지, 허리, 등, 가슴 등 단련하기 어려운 부위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도 발달시킬 수 있다. 그리고 가슴과 엉덩이를 발달시켜 여성스러운 몸매를 만든다. 또한 봉과 맨살의 마찰력으로 셀룰라이트를 자극해 셀룰라이트 제거에 효과적이다. 폴 댄스는 전신운동이기 때문에 에너지 대사가 활발히 이뤄져 요요 현상도 거의 없다. 특히 거꾸로 매달리는 동작은 하체비만과 혈액순환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주 스트리츠 댄스학원에서 폴 댄스를 가르치는 이윤미 강사는 “폴 댄스는 근력과 유연성을 한번에 기를 수 있는 완벽한 운동”이라며 “여성적인 라인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춤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또한 폴 댄스를 배우는 이재연(청주시 개신동·37)씨는 “성취감을 자극하는 것도 폴 댄스의 인기요인의 하나”라며 “성공하지 못했던 동작들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 그 노력이 빛을 보는 결과가 나와서 뿌듯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폴 댄스는 동작이 어렵고 근력을 요구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높다. 베네수엘라의 톱스타 디오사 카날레스는 폴 댄스를 추는 도중, 추락해 가슴 보형물이 터지는 사고을 당했는데 생명까지 위협받을 정도였다. 이처럼 폴 댄스는 손목과 허리에 부담이 가 추락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스로의 능력을 자만하지 말고 기초부터 전문 강사와 함께 연습하기를 조언한다. 또한 매트 사용을 습관화해 부상 위험을 낮추라고 말했다. 이윤미씨는 “자기 수준을 정확히 알고 자기 레벨에 맞는 동작을 행해야 하며, 본격적인 폴 댄스 하기 전에는 충분히 몸을 풀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때는 어두운 곳에서 술 취한 남자들의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던 폴 댄스. 이제 그 폴 댄스는 그런 어둠에서 벗어나 더 높은 곳을 향해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중력을 벗어나는 쾌감은 물론이고 다이어트에 안성맞춤인 폴 댄스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이청 기자
echung77@cbnu.ac.kr
 

 

봉타는 남자

 이주홍 (심리학과·14)
 

  문화부 기자의 달콤한 속삭임에 끌려 폴 댄스 배우길 자처했다. ‘봉춤’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여 시험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 옆, 스트리츠 댄스학원으로 향했다. 들뜬 마음에 학원에 도착하니 막상 나만 남자인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짧은 반바지로 갈아 입고 연습실에 들어가니 역시 몸에 딱 달라붙고 노출이 심한 운동복을 입으신 여성분들만 계셔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사실 좋았다). 거의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트레칭만 진행했다. 내겐 너무 무리한 동작인데 강사는 끊임없이 내가 해낼 때까지 채찍질했다. 처음에는 폴 댄스 수업이 아닌 스트레칭 교실인가 하고 불평했다. 그리고 이 고생스러운 장면을 찍고 있는 웬수이자 친구인 문화부 기자에게 배신감과 짜증이 들었다.
  하지만 곧 폴을 이용해 본격적인 폴 댄스 수업을 진행했을 때,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폴 댄스는 온몸의 근육과 관절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곳이라도 빠짐없이 몸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발끝부터 손끝까지 전면과 후면에 있는 모든 근육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봉에서 떨어질 것 같았다. 과거에 척추가 좋지 않아 재활원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폴댄스 동작이 그때 배웠던 치료 동작과 비슷했다. 그래서 앞으로 폴 댄스를 꾸준히 배운다면 확실히 척추측만증과 같은 척추 질병에는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연습실에는 커다란 거울이 있었는데 폴 댄스를 하고있는 모습을 보니 기괴했다. 평소에는 하지 않는 동작과 자세 등이 관절이 꺾여진 귀신처럼 느껴져서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내 옆에서 폴 댄스를 선보이는 강사는 우아했다. 애초에 폴 댄스를 외설적인 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성적인 라인을 강조하며 손끝 발끝까지 신경쓰는 춤 동작을 보면서 마치 발레 같다고 느꼈다.
  기대감으로 폴 댄스 체험을 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경험을 통해서 폴 댄스는 하나의 ‘예술’이라는 것을 알았다. 체험 후 다음날, 나의 몸 구석구석은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폴 댄스가 어느 운동보다 강도 높은 고된 운동임을 내 몸이 증명하고 있었다.
  물 위에서 한없이 우아한 백조가 물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물장구 치듯 폴 댄스는 수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는 폴  댄스를 하나의 유흥거리로 보기 보단, 자기 스스로를 단련하는 행위이자, 아름다운 하나의 스포츠로 바라봐줬으면 좋겠고, 더불어 조만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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