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희하는 인간이다. 이는 문화사를 연구한 호이징가에 의해 나온 말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풀어쓴 말이다. 이 말은 인간에 있어 유희와 놀이가 본질적인 요소 중에 하나라는 점을 알려준다. 우리는 이 ‘유희’를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바로 갓난 아이 시절, 눈앞에서 살랑이는 딸랑이를 본 순간부터다. 날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유희를 책임지고 있는 장난감. 이제는 아이들 손에서 벗어나 어른들에게까지 넘어왔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닌 그들만의 장난감을 찾는 ‘어른 아이’들의 그 발칙한 취미현장을 엿보자.
인더스 문명, 고대 이집트,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는 돌과 찰흙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장난감은 초기 인류 역사에서부터 발견돼 지금까지도 엄청난 발전을 겪고 있다. 근대로 들어선 장난감은 과거 자연물로 만들어진 간단한 도구에서 진화돼 본격적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대량생산되며 상업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과 서양에서 처음으로 상품화된 장난감이 들어왔다. 이후,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토대로 삼아 만든 장난감이 생산되면서 소수 매니아층을 형성됐고 장난감 문화가 발전되기 시작했다. 이 소수매니아층은 오타쿠로 희화화되며 사회의 멸시를 받아왔지만 그들의 장난감 컬렉션이 재테크로써 값어치를 인정받아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대중들의 시선도 한결 너그러워졌다. 더 나아가 장난감은 대중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하나의 문화로 다가섰다. 과거 오타쿠로 칭해지며 설움을 받던 이들이 이젠 스스로를 ‘키덜트 족’이라 하며 본인을 노출하는데 거리낌 없어졌다. 이젠 어른들도 당당히 즐기는 장난감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자는 인형, 남자는 로봇. 다소 성차별주의적인 발언이지만 과거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뚜렷했던 우리나라에서는 당연시됐던 것이 사실이다. 1979년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의 인기로 그 불씨는 더욱 커졌다. 당시 ‘건프라(건담 프라모델)’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프라모델은 플라스틱 모형의 일본식 영어인데 건프라의 인기는 지금까지도 여전해 프라모델 시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1936년도 말, 영국의 IMA사가 최초의 플라스틱 모형 장난감을 출시했다. 뒤를 이어 미국 회사들이 자동차 딜러의 용이한 판매를 위해 자동차 모형을 만들면서 플라스틱 모형 장난감이 점차 증가했다. 보통 이 시기에 플라스틱 모형 장난감은 무기나 비행기, 자동차처럼 남성성을 상징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 이는 자연스럽게 비행기 조종사나 탱크 조종사 등에 대한 꿈을 키우게 해 전시 상황을 대비하게 했다는 비난도 있었다.
플라스틱 모델과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종류의 장난감인 피규어도 인기다. 피규어의 경우 이미 제품을 따로 조립하지 않고 완성된 형태로 사출됐기 때문에, 따로 조립할 필요도 없고 자세와 동작이 다양해 마니아층의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최근에는 동작 변형이 가능한 피규어 제품군도 존재하는데, 이는 원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고가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덕분에 희소성있는 피규어를 이용한 재테크도 활성화되고 있다. 피규어의 종류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취미로 피규어를 모으고 있는 성신여대 장은진(지리학과.15) 학생은 “실제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는 않지만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힘들게 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새로운 장난감을 수집목록에 추가해 결과물이 함께 전시돼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만족스러운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아빠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장난감 커뮤니티는 어딜까. 바로 우리나라 최대 장난감 공유 사이트인 ‘루리웹(Ruri web)’이다. 특히 이 커뮤니티는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고가의 부품과 제품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아빠 이용자들이 많아 커뮤니티의 조회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한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장난감과 서로의 지역에서 직접 만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지역소모임 등이 활성화돼 있어 더욱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1959년, 미국 출신의 바비 인형은 출생부터 남달랐다. 지금은 금발의 모습이지만 출생 당시는 흑발의 늘씬한 8등신 비율을 갖췄다. 기존의 인형이 아이 체형과 비슷한 2등신으로 귀여움을 강조한 것을 생각하면 바비는 획기적인 상품이었다. 매력적인 성인을 본뜬 이 인형은 태어난 첫해에만 30만 개가 팔려 나갔다. 이처럼 바비가 전 세계 어린이들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비 인형만의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비는 현실 속 우리의 친근한 친구처럼 학교도 다니고 애완동물도 기르고 심지어 이별의 아픔도 겪는다.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실제 바비를 만들었던 마텔사는 바비를 소재로 소설도 출간한 바 있다.
또 바비는 실제 사람처럼 옷과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점도 커다란 인기 요인이었다. 무려 75명이 넘는 디자이너가 투입돼 바비의 옷장을 채웠으며, 이를 통해 바비는 저명한 디자이너의 뮤즈(Muse)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어릴 적 바비 인형을 자주 가지고 놀았던 임정매(대전광역시 둔산동.47) 씨는 “어른을 본뜬 바비 인형을 가지고 어른 역할을 하면서 놀았던 점에서 바비는 내 친구 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라며 “바비 인형이 없는 내 어린 시절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해 바비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하지만 인기와 동시에 논란도 높아만 갔다. 마텔사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자 흑인 바비를 1967년에 출시했지만 백인의 외모는 그대로 유지한 채 피부 색깔만 바꿨다. 그 이후 흑인들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그 이듬해 1997년에도 역시 흑인 바비의 정체성은 모호했다. 이처럼 바비는 백인 우월주의 태도를 종종 내비쳤다. 또한 바비의 지나치게 마른 몸매도 반발을 샀다. 바비의 비현실적인 몸매를 이상적으로 여기게끔 만들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시작된 이 현상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여성들이 과도한 외모강박증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RC 장난감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장난감 자동차는 처음에는 별 기능 없이 그 모양만 닮은 몸체로 제작됐다. 60년대 이전에는 나무와 양철로, 그 이후에는 플라스틱 제품이 주를 이뤘다. 출시된 후 무려 20년 동안이나 장난감 자동차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그 후 와인드 업 자동차(태엽을 이용한 장난감), 풀 백 모터 자동차(스프링이 감기면서 동력을 만드는 장난감), 자동 사운드 머신 자동차(건전지를 이용한 소리나는 장난감)순으로 자동차 장난감의 역사는 진화했다.
수동으로 움직이는 장난감을 정말 자동차(自動車)로 칭할 수 있을까.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지금의 RC(원격 조종) 계열의 장난감을 탄생시켰다. RC 계열의 장난감은 소형 건전지와 적외선 리모컨에 의해 출발했다. 특히 레이싱을 재현한 작은 자동차들끼리의 경쟁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카>의 등장으로 더욱 붐을 이루기도 했다. 이 기술은 점차 발달해 직접 탈 수 있는 미니카로도 진화됐다.
미니카 출시 이후로 다양한 RC 계열의 장난감이 출시됐다. 요즘 가장 인기 많은 RC 계열의 장난감은 바로 드론(Drone)이다. 드론이란 말에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아직 트랜드에 민감하지 않은 것이다. 드론은 미국에서 출시돼 스마트폰으로 조종이 가능한 4개의 프로펠러를 가진 비행 장난감이다. 최근 드론은 방송에 노출되며 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신화의 멤버 김동완은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드론을 이용한 고공촬영으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식을 남겼다. 또한 예능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배경인 제주도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드론을 발명하는 수업이 실제 진행되며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 드론 조종하는 것이 취미인 김진희(청주시 율량동.23) 씨는“오로지 나의 손끝에 맡겨 하늘을 나는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드론에 달린 카메라로 평소에 볼 수 없는 관점에서 촬영을 해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장난감에 관한 향수는 아빠든, 엄마든, 오빠인 이승규(심리학과.12) 학생이든 모두 같을 것이다. 이승규 학생의 말을 들어보자.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정말 좋아했어요. 한 만화에 나오는 로봇들을 모두 모으는 것이 어릴 적 저의 로망이였죠. 지금은 돈이 없단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어릴 적 꿈을 잃고 산 게 아닌가 해요. 그래서 최근 일명 키덜트족이라는 용어가 생기며 주의에 그런 사람들이 나타나곤 하면 부러움과 동시에 자기 반성도 하게 되더라고요. 어릴 적 낭만과 꿈을 되새겨주는 이런 문화가 무척이나 반갑고 고맙습니다”라고 장난감에 대한 아련한 소감을 전했다.
이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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