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브 갓 메일>의 죠 폭스와 케슬린 켈리는 채팅방에서 만나 서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자신들도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든다. 그런데 사실, 이 둘은 뉴욕의 같은 동네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거리를 보며 살고 있었다. 혹시 당신도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우연히 SNS에서 만나 알게 된 사람이 사실은 나와 가까운 곳에 살고, 언젠가 한번은 마주쳤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이제는 SNS, 즉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로 얼마든지 인연을 만들고 교감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제 당신은 클릭만, 터치만 하면 된다. 그전에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 만남인 ‘소셜 데이팅’과 ‘소셜 다이닝’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 전통사회의 지배적인 혼인방식으로 간주되고 있는 ‘중매’. 소셜 데이팅 서비스의 아이디어는 중매에서 출발했다. 중매의 발달은 매파가 존재함으로써 가능했다. 매파의 역할은 신랑 또는 신부가 될 사람의 집안 정보를 알아보고 양가를 왕래하면서 양가의 부모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현대로 들어서자 이 매파의 역할을 ‘온라인 데이팅’이 대신했다. 이는 신문 지면의 청혼 광고에서 영감을 받은 게리 크리만이 1993년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매치닷컴’을 창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치닷컴‘은 32개국에 2,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됐으며 2010년에는 연매출 4억 6십만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 상륙한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는 ‘결혼정보회사’로 변모했다. 결혼정보회사는 바쁜 현대인의 생활패턴, 합리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타고 확산됐다. 이는 서로의 직업과 집안환경을 고려한 맞춤 만남을 커플매니저가 주선하는 서비스다. 또한 기존에 인맥에서는 찾을 수 없던 이성을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방법으로 만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결혼을 목표로 한 연애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에게 지불하는 높은 비용과 제한된 만남이라는 한계에 부딛혔고, 이후 소셜 데이팅 서비스가 등장했다.
기존 온라인 데이팅의 장점인 취향, 종교, 재혼, 가치관, 생활패턴 등을 고려한 상대방 매칭을 유지한 채 서로의 이상형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셜 데이팅은 연애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온라인 데이팅보다 부담이 훨씬 덜하다. 이용방법 또한 간단하다. 마음에 드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에 가입하고 프로필을 작성한 뒤 소개팅을 신청하는 방법이다. 원하는 이성상을 미리 설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상대방에게 소개팅도 신청 할 수 있다. 가입비와 소개팅비는 보통 무료지만 업체별로 가격이 상이하다. 대표적인 소셜 데이팅 서비스 ‘이츄’의 경우는 소개팅 상대가 마음에 들 경우 3,000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셜 데이팅에서 만난 사람과 교제했다”며 “원래 만남을 길게 지속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처음부터 가치관과 취미활동이 맞는 사람과 시작할 수 있어 오래 만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소셜 데이팅에는 순기능만 존재할까. 앞서 본 인터뷰의 익명을 요구한 학생도 “왠지 모르겠지만 소셜 미디어로 남자친구를 만났다고 하면 내 자신이 매력이 없어 현실 세계에서는 원하는 상대를 만나지 못하고 최후의 수단인 소셜 미디어까지 손을 벌린 것처럼 느껴진다”며 “그래서 첫 만남을 다르게 둘러대는 것이 예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선입견도 과거에 비해선 많이 누그러진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SNS 사용이 두드러지며 인터넷에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 현상은 당연한 것이었다. 또한 소셜 데이팅 업체의 인식 개선 노력도 한몫했다. 광고를 통해 생활 일부분에 노출되는 방식을 썼으며 자사의 서비스를 통해 만난 이들의 성공 사례를 대중에게 전하려 힘썼다.
하지만 인식 개선 등의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셜 데이팅의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했다. 바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소셜 데이팅 앱의 경우 대부분 위치기반 서비스(LBS)를 바탕으로 이뤄져 섣불리 만남을 가질 경우 위험성이 배가 된다. 또한 신분 확인이 불가하기 때문에 범죄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범죄는 ‘성’과 관련됐다. 기자가 실제 소셜 데이팅 H앱을 사용해 본 결과, 첫 인사말부터 성추행과 욕설로 가득해 수치심을 느낄 정도였다. 수차례에 걸쳐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했지만 결국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책임의식 없는 성관계가 목적이었다. 노출이 심한 여성이 소셜 데이팅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으로 봐 그들의 목적이 ‘진지한 만남’이 아닌 육체적 만남인 것은 굳이 채팅까지 갈 필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취업경쟁, 일명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이젠 주위 사람들과 식사하며 대화하는 시간마저 아까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사교성 부족으로 여겨졌던, 혼자 밥먹기가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한때 일본에서 유행하던 1인 좌석이 곧 국내에서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니 이미 유행하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혼자서도 밥을 먹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혼자 밥 먹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생겨난 것이 있으니, 바로 ‘소셜 다이닝’이다.
소셜 다이닝이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SNS를 통해 약속을 잡고 만나 식사를 하며 모임을 갖는 것을 말하며 SNS가 발달한 현대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본래 소셜 다이닝은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4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함께 요리하고 함께 식사하는 일상을 <킨포크>라는 잡지를 만들어 선보인 것에서 출발했다. 손님들이 음식을 가져와서 여는 팟 럭(potluck) 파티와 다르게 이 모임은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됐으며 서로 허물없이 어울리며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식생활을 원칙으로 했다. 그 후 <킨포크>는 세계 각국에 널리 퍼져 미국과 유럽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쇼셜 다이닝은 대중화된 식사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이런 식사 문화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바쁜 일정에 이리저리 치여 혼자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소셜 다이닝은 식단 그 자체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건강한’ 식생활이라는 목적을 가진다. 또한 우리나라의 소셜 다이닝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뿐만 아니라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소셜 다이닝 사이트 ‘집밥’에서는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방도 마련돼 있다. 이미 많은 모임이 이뤄졌으며 진행 중인 모임들도 상당수다. 실제로 기자가 모임에 참석해 만난 익명의 남성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다”며 “모임방 채팅으로만 말하던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생겨 이 자리에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셜 다이닝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그 방법을 소개한다. 기자는 한 소셜 다이닝 앱을 다운로드해 원하는 회원들과 친목모임 방을 만들었다. 그 후 채팅방에서 맛집 방문을 제안해 지난 9일 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보통 호스트가 다이닝을 주최하고 게스트를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집밥’의 ‘월요 식당’ 모임이 대표적인 예이다. ‘월요 식당’은 2주에 한 번 월요일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공간 디자인 회사를 식사공간으로 조성해 20명 안팎의 사람들이 갖는 모임이다. 주방장은 직접 요리한 음식을 참여한 사람들에게 내놓는데 때로는 레시피를 공개하기도 한다.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집밥’에 회원가입 후 ‘월요 식당’ 모임을 검색해 ‘참여하기’ 버튼만 누르면 된다. 이것 말고도 혼자 맛집을 방문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맛집 탐방’ 등 많은 모임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소셜 다이닝은 인맥을 넓히고 사교성을 기르며 취미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 또한 존재한다. 사람들이 이성 만남을 위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으며 스토킹, 성범죄, 다단계 등의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모임의 본래 목적이 흐려져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난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기자가 모임에서 만난 익명을 요청한 한 남성은 “사실 내가 말한 이름과 소속은 가짜”라며 “주변사람들에게 이런 모임을 갖는다고 말하자 스토킹, 사업권유 등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름과 신분을 가짜로 할 것을 권유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또 다른 남성은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SNS가 활발하기 때문에 모임을 갖기 전에 상대방의 이름을 검색하면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름을 가짜로 한다면 이 방법 또한 소용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입을 뜻하는 ‘Mouth’가 아닌 컴퓨터 부속품인 ‘Mouse’로도 연을 맺기도, 끊기도 할 수 있는 지금 우리 사회, 데이팅이든 다이닝이든 뭐가 됐든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신호다. 뭐,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오늘도 해쉬태그를 남겨본다. #소통
이청 기자 echung77@cbnu.ac.kr
조현정 기자 jhj0214@cbnu.ac.kr








이청 & 조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