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이성규 영화감독은 자신의 SNS에 ‘대형마트에 라면이 달랑 두 회사 것밖에 없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영화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금 한국의 관객은 영화 자본이 지정해주는 영화만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양성 영화 시장이 처한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요 근래에는 <비긴 어게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공주> 등 많은 다양성 영화가 작품성을 인정받고 소위 ‘대작’이라고 불리는 영화 사이에서도 뛰어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다양성 영화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요즘, 과연 다양성 영화 시장의 사정은 어떨까. 지금부터 대한민국의 다양성 영화, 그리고 지금의 다양성 영화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다양성 영화는 무엇인가
흔히 대규모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상업영화와 반대되는 개념인 다양성 영화의 더 정확한 개념은 이렇다.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시네마워크 사업 계획안’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작품성이나 예술성이 뛰어난 소규모 영화를 다양성 영화라고 부른다.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실험적 시도를 펼친 영화 등이 주로 여기에 속한다. 이밖에도 영화관에서 쉽게 관람할 수 있는 주류 영화가 아니면서 점유율 1% 미만인 국가의 영화(우리나라, 미국, 일본, 프랑스 영화를 제외한 국가의 영화는 모두 우리나라 영화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이다)도 다양성 영화로 본다. 영화 <색, 계>가 중화권 대표 영화감독 이안 감독이 연출하고 양조위라는 배우가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성 영화로 불리는 이유는 우리나라 영화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인 대만 영화이기 때문이다.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영화의 제작사나 배급사가 영진위에 분류 신청을 하면 5인에서 7인으로 구성된 관련 위원회에서 작품을 보고 판단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개념에 부합한다고 해서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영진위의 심사기준에 따르면 독립영화의 경우 상업영화의 제작.배급 방식으로부터 독립돼 제작이 완료된 영화여야 한다. 또 영화를 만든 주체인 감독이나 소규모 제작사가 주도해서 수익정산을 해야 한다. 예술영화는 소재, 주제, 표현 방법 등에 있어 기존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특색을 보이는 창의적인 작품, 문화 간 지속적 교류, 문화다양성의 확대에 기여하는 작품으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보다는 예술성에 초점을 둔 영화여야 가능하다.
다양성 영화 시장, 지금은?
영진위에서 발표한 ‘2014년 한국영화산업결산’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개봉된 다양성 영화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영화 시장 대비 다양성 영화가 차지하는 전국 관객 수 비중은 2010년 5.4%에서 2013년에는 1.7%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시장에서 다양성 영화 관객 수 비중이 6.6%까지 높아졌다. 2013년에는 약 370만 명을 넘었던 다양성 영화 관객 수가 지난해에만 1,400만 명을 훌쩍 넘기며 역대 다양성 영화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한 것이다. CGV 아트하우스 이상윤 사업 담당은 지난 5월 ‘독립.예술 영화 시장의 이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2013년까지는 다양성 영화가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을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다양성 영화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20대 여성 마니아 관객이 이끌었던 다양성 영화 시장이 최근에는 4, 50대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4년 다양성 영화 최고의 화제작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비긴 어게인>의 이례적인 흥행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과 죽음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누적 관객 수 480만 명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고 예술 영화로 분류되는 <비긴 어게인>은 343만 명을 돌파했다. 양유창 매일경제신문 기자는 다양성 영화의 흥행에 대해 “이 모든 현상은 영화의 힘”이라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입소문과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이 다양성 영화의 장기 흥행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다양성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CGV 아트하우스, 미니시어터 아트나인, 씨네큐브, G-시네마, 인디스페이스, 아르떼 클래식 등 다양성 영화 전용 상영관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CGV 아트하우스의 경우 매년 전국적으로 영화 상영관을 확장하고 있다.
영화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
다양성 영화 시장의 양적인 성장은 눈에 띌 만큼 두드러졌다. 그러나 다양성 영화의 유통과 수익 구조의 성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유창 기자는 “우리나라 영화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다양성 영화 제작을 위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여기에 우리나라 다양성 영화는 외국의 다양성 영화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퀄리티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성 영화를 상업영화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런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현재 다양성 영화 시장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다양성 영화 시장 내에서 발생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인기 있는 다양성 영화가 등장하면 다른 다양성 영화들은 상영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 영화 시장의 50%를 점유했고 올해 들어서는 <위플래쉬>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4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일 개봉한,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던 신수원 감독의 <마돈나>가 개봉 전 60여 개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그치면서 이러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그나마 상영관이라도 확보하면 다행이다. 상영관을 잡지 못해 개봉을 미루는 영화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에는 제작이 완료된 다양성 영화의 48%가 상영관을 잡지 못해 개봉을 할 수 없었다. 가장 최근에는 <귀향>과 <학교반란>이 개봉이 지연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상을 그린 <귀향>은 광복 70년을 맞아 지난 8월 15일 개봉을 추진했지만 국내 배급사를 찾지 못해 연말까지 개봉일이 미뤄졌고 현재는 외국에서 먼저 개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학교의 문제점을 다룬 <학교반란> 역시 7월 9일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상영관을 잡지 못해 개봉을 연기했다.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다
인 것은 영화 시장의 공정한 환경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CGV와 롯데시네마가 계열사 또는 자사 배급 영화를 우대하며 차별적 스크린 배정을 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러한 차별행위를 시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두 극장에 각각 과징금 32억 원과 23억 원을 부과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 회의에서는 영화상영관입장권 부과금 징수 기한을 2021년까지 연장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예산안과 함께 의결됐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는 한국영화산업 진흥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면서 다양성 영화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성 영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영화 시장에서 다양성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7% 정도로 거의 일정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양성 영화가 헤쳐 나아가야 할 길은 여전히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다양성 영화는 해마다 서너 편씩 흥행작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내용을 담은 다양성 영화가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더욱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다양성 영화.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다양성 영화가 ‘좋아요’라는 이야기는 꾸준히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다양성 영화의 거센 돌풍을 기대해본다.
이청 기자 echung77@cbnu.ac.kr
최영은 기자 choyouneu@cbnu.ac.kr








이청 & 최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