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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관수 & 최송희
울면 안돼! 울면 안돼? ‘금기’
제 901 호    발행일 : 2015.11.30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이는 캐롤 <울면 안돼>에 나오는 가사이다. 성탄절을 축하할 때도 이 노래를 부르지만 떼를 쓰거나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부르기도 한다. 이 노래를 들은 아이들은 선물을 받지 못할까 두려워 울음을 그친다. 어린아이라고 해도 울음으로 어떤 것을 해결하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내포한 이른바 ‘어린아이의 금기’다. 지난주 개봉한 이종필 영화감독의 <도리화가>에서는 여자가 판소리를 하는 것이 금기인 조선 후기가 시대적 배경이다. 주인공 ‘진채선’은 타고난 소리꾼이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판소리를 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렇다면 정말 우는 아이에겐 선물이 없는 것일까. 여자가 판소리를 하는 날에는 조선이 불운해지는가. 금기를 믿어야 할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금기를 ‘진실’이라 생각한다. 세계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은 금기사항이 있다. 지금부터 ‘해서는 안 될 것 같아’라는 말을 자아내는 금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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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가 집단을 지배한다

  ‘징크스’가 확산되면 금기 혹은 ‘금기된’을 의미하는 터부(Taboo)가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징크스는 ‘으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악운으로 여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징크스는 보통 개인적인 경우가 많다. ‘시험 당일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시험을 잘 본다’,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는 항상 시청률이 저조하다’ 등 개인 또는 소규모 집단이 겪는 경험에서 시작된다. 강소현(윤리교육과.12) 학생은 “시험을 마친 후 결과를 기다릴 때 긍정적인 기대를 남에게 얘기하면 오히려 시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다”며 “그래서 내가 기대하는 결과에 관해 타인에게 말하는 것을 주의한다”고 본인만의 징크스를 말했다. 이런 징크스가 확산돼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으면 사회의 금기가 된다. 브라질 축구의 전설 펠레가 우승 후보로 예측한 팀은 항상 우수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일명 ‘펠레 징크스’는 단순히 펠레의 예측 실패를 넘어 금기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금기와는 반대로 2008년과 2010년,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은 수족관에서 다리로 축구 경기 승자를 점쳤는데, 거의 틀린 적이 없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또한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면 곧 죽는다’처럼 중국 문화권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는 ‘왕’만이 쓸 수 있는 빨간색을 함부로 쓸 수 없도록 한 사회적 금기가 생겨난 경우도 있다. 금기는 끊임없이 후대에 전해지고 교육되면서 사람들의 감정을 지배한다. 해보지도 않은 일을 두고,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의무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금기가 존재할까.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된 금기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금기는 주로 생활과 자연현상, 미신에 밀접해있다. 조상들은 사람들의 안위를 지키고 불운이 오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 다양한 금기를 만들었다. ‘문지방을 밟으면 논두렁이 무너진다’라는 말은 옛 초가집의 문지방은 쉽게 망가지기 때문에 문지방을 함부로 밟고 다니는 아이들에게 경고하려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의 머리 방향을 북쪽에 있는 특별한 장례 장소인 ‘북망산’에 향하게 하는 ‘북침시신면’이라는 장묘 풍습이 있었는데, 이 관습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줘 살아있는 사람이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자면 안 된다’는 금기도 있다. 예절 교육과 훈육을 목적으로 한 금기도 있다. 밥그릇에 수저를 꽂는 때는 오직 제사뿐이기 때문에 평소에 밥그릇에 수저를 수직으로 꽂아놓는 것을 금기시했다. 또한 ‘국물은 그릇째 마시는 일이 없어야 한다’, ‘수저와 젓가락을 함께 쥐지 않는다’, ‘식사 중 다리를 떨면 복이 나간다’처럼 식사예절과 관련해 보기 좋지 않은 모습을 금기사항에 포함시켰다. 조선시대에는 임산부가 먹지 말아야 할 음식도 금기로 정해져 있었다. 살이 검은 아이와 딸을 낳게 된다는 이유로 ‘팥’과 ‘잉어’를 먹는 것을 금했고, ‘게’를 먹으면 아이가 옆으로 걷는다는 등 현재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다. 그 때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기술.음식.주거환경.입는 옷 등 현재는 거의 모든 면이 예전과는 매우 달라졌기 때문에, 이러한 금기를 이해하려면 ‘귀신의 노여움을 사면 안 된다’, ‘먹는 것에 따라 태아의 모습이 변한다’ 등과 같은 조선시대 당시 사회적 통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미신으로 여겨지는 것들도 당시 사람들에게는 진지한 금기였음을 알아야 한다.

그날에는 어떤 일이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미신이 사회의 금기로 굳어진 것이 있다. 지난 13일은 이른바 ‘13일의 금요일’이었다. 흔히 서양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은 좋지 않거나 무서운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금기로 전해진다. 13일의 금요일이 생겨난 이유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죽은 날짜도 13일의 금요일이었고 예수와 12명의 제자를 합하면 13이 되기 때문에 서양인들에게 불안감과 불운을 가져다주는 날로 여겨지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또한 사실은 13명의 제자가 있었는데, 그중에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13번째 제자라는 설도 있다. 한때, 13일의 금요일에 컴퓨터를 켜는 것이 금기시됐던 적도 있다. 1987년,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예루살렘 바이러스’는 13일의 금요일이 되면 감염된 컴퓨터의 실행 프로그램을 파괴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1989년에 처음 발견돼, 많은 사람들이 13일의 금요일만큼은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또한 미국 32대 루즈벨트 대통령은 13일에 절대로 멀리 여행하지 않았고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았다. 이지성(불어불문학과.12) 학생은 “평소 13일의 금요일을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4월 13일인 생일만큼은 매년 달력을 보고 금요일인지 확인한다”며 “2012년에 생일이 13일의 금요일이었는데 왠지 불안하고 신경이 곤두서서 좋지 않은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 년 중에 13일의 금요일이 찾아오는 규칙이 있다. 매달의 1일이 일요일이면 그 달의 13일은 무조건 금요일이다. 이번 해는 2월, 3월, 11월이 해당한다.


지금은 몇 시?

  문득 시계를 봤는데 ‘4시 44분’, 목욕탕에서 라커룸 번호를 받았는데 ‘44’번, 탑승한 버스의 번호판이 ‘4444’라고 상상해보라. 단지 시간이자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불안하고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숫자 ‘4’를 기피하는 동양적 ‘금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일 양국 간 상호교류를 위해 설립된 ‘한일 산업기술 협력재단’에 따르면, 중국에서 숫자 ‘4’의 중국어 발음이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다하여 시작된 금기의 숫자는 한자를 사용하는 일본과 우리나라에도 불운과 죽음을 가져오는 숫자로 인식된 것이다. 실제로 동양권에서 승강기의 스위치가 ‘4’가 아닌 ‘Four’의 첫 글자인 ‘F’로 적혀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반대로, 중국에서는 금기숫자와는 반대로 행운 그 자체로 보는 숫자가 있다. 바로 숫자 ‘8’이다. 중국어로 숫자 ‘8’의 발음이 ‘돈을 번다’는 중국어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이징 올림픽은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개최됐다. 또한 2010년 10월, 중국 광저우의 자동차 번호판 ‘A8888Q’가 131만 위안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화로 2억 3천만 원에 달하는 돈이다.
  서양에서는 성경의 내용을 토대로 ‘666’을 악마의 숫자로 여긴다. 666을 ‘로마로 보는 설’, ‘교황으로 보는 설’ 등이 있는데, 그 중 성경의 ‘요한 계시록 13장’에 나오는 ‘바다에서 한 짐승이 나오는데 뿔이 열이요, 머리가 일곱이라. 그 뿔에는 열 왕관이 있고 그 머리들에는 신성모독을 하는 이름들이 있더라’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 구절에서 뿔의 개수 10, 머리 개수 7, 짐승 하나를 모두 더하면 18이 나온다. 18은 ‘6’ 세 개를 더하면 만들 수 있어, 666은 악마의 숫자로 여겨져 함부로 쓰지 않는 금기숫자가 됐다. 

금기는 의무가 아니다

  우리는 금기에 관해 어떻게 보아야 할까. 금기를 지키지 않거나 금기와 연관됐을 때 심리적 불안감에 좌절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사회적 금기를 통해서 ‘이런 일을 조심하면 다 잘 될 거야’라는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면 꼭 믿지 않아야 된다는 법도 없다. 다만 정도를 지켜야 한다. 반대로 금기에 얽매여있지 않아도 된다. 금기를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금기사항을 모두 지키는 것은 힘들다. 적당한 선에서 금기를 믿는 것이 최선이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심리학과 박선진 강사는 “징크스 혹은 금기사항에 관해서는 항상 적당함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며 “적당한 믿음은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기도 하지만 징크스와 금기사항을 맹신해 좌절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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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관수 기자 hand@cbnu.ac.kr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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