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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주 & 손관수
채움으로 마음 비우기
제 903 호    발행일 :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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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풀러가자’란 말은 현대인에게 매우 익숙하다. 스트레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외래어로 꼽힐 만큼 많은 사람이 갖고 살아간다.  심지어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고, 그 억압된 분노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화병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학생들이 공부하며 받는 학업 스트레스, 키와 얼굴 등에서 받는 외모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지기란 어렵다. 스트레스가 ‘제거’보다는 ‘관리’ 대상이 되고 있는 오늘날, 색을 채우며 마음을 비우는 이들이 생겼다. 색칠을 뜻하는 ‘Coloring’과 책을 의미하는 ‘Book’이 합쳐진 ‘컬러링북(Coloring Book)’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무채색 도안 위에 자신이 원하는 색을 채우며 진정으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컬러링북의 발걸음

  컬러링북의 사용법은 매우 간단하다. 우선 물건, 기하학적 무늬, 캐릭터, 자연 등 수없이 다양한 소재의 도안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 후 크레파스, 색연필 등 자신이 선호하는 도구를 이용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그림이 완성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방영된 KBS의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가수 아이유가 연기한 인물인 ‘신디’가 책상에 앉아 컬러링북을 칠하는 모습이 나오고 더욱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잃고 친구 없이 자라 고독과 상처를 안은 채 가수가 된 신디가 홀로 도안에 화려한 색을 채우는 모습이 나온다. 이는 시청자에게 인상 깊은 장면으로 기억된다.
  신디가 사용한 컬러링북의 제목은 <비밀의 정원>으로, 영국의 일러스트 작가인 ‘조해너 배스포드’가 제작한 책이다. 2014년 8월에 출시된 이 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와 미국, 스페인 등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우리나라에도 출시됐다. 실제로 <비밀의 정원>은 출시 후 현재까지 대형서점인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다양한 서점의 예술 부문에서 부동의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컬러링북의 열기가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결코 식지는 않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색깔을 이용해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 나간다.
청주시 가경동에 위치한 영풍문고의 직원인 유림(청주시 사창동.25) 씨는 “서점 내에 컬러링북만 모아놓은 가판대가 따로 있고 거의 젊은 여성 고객들이 색칠 도구와 함께 찾는다”며 “집에서 종종 컬러링북을 하는 편인데 색칠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잡념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처럼 컬러링북이 현대인들을 매료시키는 매력은 무엇일까.

컬러링북에 푹 빠지기

  150여 명의 회원 규모 인터넷 카페인 ‘컬러링북 놀이터’를 운영하는 닉네임 ‘체리콜라’ 씨는 “어릴 때 색칠놀이를 하듯이 마음 가는대로 색을 칠하면 필요 없는 생각을 잊고 오로지 색칠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며 “그림이 완성되면 안정감과 뿌듯함을 동시에 얻으며 스트레스도 해소된다”고 전한다. 이처럼 컬러링북의 대표적인 효과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다. 마치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 하는 명상을 하는 느낌이다. 홀로 생각을 하다보면 나쁜 생각이 꼬리를 물어 우울한 세계로 빠질 수 있는데, 그러한 생각을 방지해 준다. 많은 생각과 복잡한 머리를 색칠을 통해 단순하게 만들어 스트레스가 관리되는 것이다. 이런 만족감이 계속되면 자존감도 상승한다. 더욱이 소음이나 시각적인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어 심리적 여유를 찾을 수 있다.
  평소 그림을 그리고 이를 색칠하는 것을 즐겨하는 황윤수(청주시 분평동.24) 씨는 “상상하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 다양한 색깔로 색칠하는 것은 나를 즐겁게 해준다”며 “완성하고 나면 그동안의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고 기회가 된다면 컬러링북을 꼭 사보고 싶다”고 말한다. 색칠과 컬러링북의 효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컬러링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컬러링북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소통하고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지친 일상에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640여 명의 회원 규모 인터넷 카페인 ‘힐링 컬러링 놀이터’를 운영하는 닉네임 ‘느와’ 씨는 “넓게는 컬러링북으로 외국인과 소통하는 경우도 있고 보통 가까운 사람들끼리 만나서 컬러링북과 일상 이야기를 나눈다”며 “이로 인해 인맥을 형성하고 힘을 얻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컬러링북은 혼자뿐만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다.

컬러링북 주의점과 극복

  도안에 다양한 색깔을 칠하면서 색칠에만 집중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생길 수 있다. 컬러링북을 종종 이용하는 이하윤(청주시 봉명동.20) 씨는 “컬러링북을 이용할 때 색칠할 것이 너무 많아서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복잡한 마음을 달래고자 샀는데 흰 부분을 꽉 채우고 싶은 생각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컬러링북은 창의력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고 심리치료까지는 힘든 부분이 있다. 이처럼 컬러링북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원하는 색깔을 칠하며 잡념과 분리될 수는 있지만 도안이 너무 세밀해 오히려 창의력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치유상담 연구소 김순환 소장은 “미술치료에서는 사람들에게 마음대로 그리라고 권유하지만 컬러링북은 정해진 공간 안에 색칠을 칠해야 해서 한계가 있다”며 “자기 내면을 보게 하는 미술치료와는 다르게 강박적으로 내면을 자극시키기 때문에 궁극적인 치료로 보기는 어렵다”고 컬러링북을 이용해 심리 치료하려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요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컬러링북 완성작을 보고 따라하려는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전문가처럼 칠한 작품을 따라해 색감 구성과 명암 등을 너무 정교하게 하려다 보면 컬러링북의 매력인 ‘단순함’을 잃기 쉽다. 또한 더욱 불안해지고 컬러링북에 쉽게 질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컬러링북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색칠 도구에 과도한 지출을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컬러링북의 목적은 ‘외적인 과시’가 아닌 ‘내면의 안식’임을 알아야 한다.
  김순환 소장은 “컬러링북을 색칠한 후의 느낌을 글로 쓰고 다음 날은 그림에 대한 심정을 적어보며 내면의 움직임을 보라”며 “그렇게 하면 내일의 나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상담자의 역할과 내담자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컬러링북의 보다 좋은 사용방법에 관해 조언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의 우울 장애 유병률’이 6.7%로 나타났다. 낮은 숫자로 보일 수 있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장애까지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인들에게 화려하면서도 단순한 컬러링북은 지친 일상을 달래주는 좋은 방법이다. 색이 채워질수록 마음은 비워지는 신비로운 효과를 기억한다면 삶이 힘들거나 외로울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컬러링북을 맹신하면 안 되고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더 큰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컬러링북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컬러링북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현하며 다양한 색깔로 명상과 같은 효과를 얻는 사람들. 아마 그들은 그림이 아닌 인생을 차근차근 색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윤주 기자 yellowtree@cbnu.ac.kr
손관수 기자 hand@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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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형을 의미하는 ‘만다라’에서 유래한 기법이며 원 안에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방법이다. 이 기법은 원형을 색칠하는 것만으로도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 또한 분산된 자신의 생각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 정신분석심리학자인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은 만다라 기법을 이용해 자신이 느껴지는 대로 그림을 그리며 힐링 했다고 한다. 지금 당장 도안이 없다면 동그란 원을 그려놓고 그 안의 색을 칠해보자. 원하는 색을 칠하며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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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라주는 풀로 붙인다는 뜻으로 잡지에 있는 사진을 오려 하얀 종이에 붙이는 것을 의미한다. 잡지를 가위로 자르는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특정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사진을 골라 오려 붙인다면 자신의 심리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 멋진 사진과 그림을 잘라 붙여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이는 지친 당신의 맘을 진정시켜줄 것이며 만족감과 성취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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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화 기법은 일명 ‘갈겨 그리기’형 낙서다. 이 기법은 아이가 처음 그림을 그릴 때 난잡하게 그리는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다. 특정 모형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난화는 마음을 단순하게 하고 그 속에서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특히 머리가 복잡하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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