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녀가 마법을 부리고 책상 앞을 기어다니는 벌레가 말을 건다고 상상해봐라. 상상만으로도 놀랍고 흥미롭지 않은가. 이 같은 일은 ‘동화’ 속 세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동화는 단순히 흥미와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동화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상상을 초월한 동화 속 세상에 당신을 초대한다.
동화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동화는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다. 하지만 동화 속 이야기는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린이’를 위한 동화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근대 이전까지 동화는 ‘설화’란 이름으로 구전되어 왔다. 근대 이후 어린이가 중요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설화에서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내용을 제거하고,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와 정서로 동화가 만들어졌다.
설화에서 재탄생된 동화는 최근 어른에게도 인기가 높다. 아이를 위한 동화를 어른이 즐긴다 해 ‘어른을 위한’ 동화라 이름 붙여져 영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17일에 개봉한 영화 ‘주토피아’는 어른을 위한 동화란 입소문으로 시간이 갈수록 순위를 역주행하며 몇 달 동안 예매율 상위권을 유지했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토피아는 4월 17일 기준으로 국내 735개의 스크린에서 누적 관객 수 436만 2,535명의 호응을 이끌었다. 주토피아는 인간 생활을 빗댄 동물의 세계에 토끼 경찰관인 주디 홉스와 여우인 닉 와일드가 힘을 합쳐 실종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을 열광시키는 동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어른’이 읽는 동화의 매력
동화는 동화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함과 현실 속 차가움, 이 양면의 성격을 가진 매력적인 장르다. 책이나 영화의 품평을 다루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아이디 SK(skkim12345) 는 “어른으로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동심이 그리워진다”며 “동화를 통해 잠시나마 치열한 현실을 벗어나 순수했던 과거로 여행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동화는 정서를 순화시키고 동심을 회복시키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동화 속에는 소소한 감동과 아름다움이 있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온기를 준다. 시인이자 동화 작가인 김미희 씨는 “동심은 천심”이라며 “동화를 읽으면 남녀노소 모두 ‘아이들의 마음’을 가질 수 있어 부조리가 만연하고 인간성이 실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동화는 사회의 차가운 면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성격을 지닌다. 최근 <성냥팔이 소녀>를 읽은 이하윤(청주시 흥덕구.21) 씨는 “추위에 떠는 어린 소녀에게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고 그저 가여워하며 방관하다 결국 소녀의 죽음으로 엔딩을 맞이한다”라며 “이전보다는 현재 복지제도가 많이 발전했지만 현재에도 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야기 속에는 당대 사회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래동화인 <별주부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엔 토끼의 지혜를 칭찬하는 평범한 소설이다. 하지만 이를 과거란 사회적 맥락에 대입하면 국가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백성의 희생은 당연하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때 용왕을 국가로, 토끼는 그 당시 백성으로 비유된다. 우리 학교 국어교육과 정충권 교수는 “토끼의 간을 빼낸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약자들의 희생, 하층민들의 희생을 통해 그 나라가 유지된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망할 만한 나라”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시대의 맥락을 동화 속에 부여하면 동화 속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며 “이처럼 다양한 면에서 동화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동화, 아는 만큼 보인다
<흥부 놀부>를 읽은 이승엽 (수원시 팔달구.9) 군은 “놀부가 욕심을 많이 부려 똥물에 빠진 게 웃기다”며 “욕심을 부리면 위험하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동화를 읽은 이푸름(청주시 흥덕구.21) 씨는 “현대 사회에서 동화를 본다면 흥부는 가진 것도 없이 애만 많이 낳은 책임감 없는 가장”이라며 “오히려 놀부가 훨씬 계획성 있고 자수성가한 반면, 흥부는 노력할 생각 없이 부자 형님 집에 찾아가 금전적인 부분에서 의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어른과 아이가 같은 책을 본다고 해서 느낀 점마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어린이는 동화의 표면적 요소를 읽지만 어른은 동화 속 사회에 우리 사회를 대입해 자신들이 겪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동화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동화 내용을 읽더라도 읽는 연령층에 따라 느낀점이 다른 이유는 동화의 특색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화는 어떻게 읽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내용이 다른 ‘열려 있는 텍스트’다. 즉, 반드시 작가의 의도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정충권 교수는 “동화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게 보이는 부분까지만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동화는 사회에 물음을 던지고 우리를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정충권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인 <심청전>에서 심청은 극단적인 가난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봉사인 아버지의 눈을 뜨게하려고 공양미 3백석과 목숨을 맞바꾼다”라며 “이처럼 극단적인 효는 ‘효를 위해 목숨을 끊는 것이 과연 옳은가’란 물음을 사회에 던진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단순한 내용처럼 보이는 동화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 삶의 진리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동화를 제대로 읽는 팁
앞서 우리는 동화의 매력에 대해 짚어보았다. 하지만 책을 즐겨찾지 않은 사람이 동화를 제대로 즐기기는 쉽지 않다. 책의 표지조차 익숙지 않는 입문자에게는 천천히 음미하며 동화 읽기를 추천한다. <아기가 된 할아버지>, <궁녀 학이>를 집필한 동화작가 문영숙 씨에 따르면 “시간에 쫓기듯 급하게 읽기보다 유년의 추억을 회상하며 천천히 생각하며 읽으면 동심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마음속 안정을 가져다주는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화에 익숙해졌다면 동화를 통해 힐링하는 법을 알아보자. 동화로 힐링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동화 내용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다. 충분한 숙지 후 동화 속 세상에 뛰어들어 보자. 소설 <별주부전>의 토끼가 돼 죽을뻔하다 살아남은 기분을 느껴보기도 하고, 소설 <심청전>에서 인당수에 빠진 심청의 슬픔을 맛보기도 하면서 동화 속으로 빠져들어야 한다. 정충권 교수는 “수동적으로 동화를 통해 힐링 당하려한다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작품 속에 빠져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동화를 즐길 수 있지만 그마저도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그림책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림책에는 글 작가의 언어예술이 담긴 짧지만 인상적인 글과 그림 작가의 다양한 표현기법이 담긴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 이는 쉽고 간결해 바쁜 현대인들이 간편히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동심의 세계를 그린 그림은 삶에 지친 어른들에게 동심으로 돌아가는 즐거움과 위안을 안겨주기 충분할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통쾌하게 비웃어주기도 하고 삶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동화. 이처럼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동화 속 세상에 우리도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윤주 기자
yellowtree@cbnu.ac.kr

그림출처 : 123rf.com, giph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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