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으로 사용할 5,000원에 1,000원을 더해 브랜드 커피점에서 음료값으로 6,000원을 사용한다고 상상해보자. 박지수(경제학과·15) 학생은 “밥의 종류와 품질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처럼 음료도 그 다양성과 원료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며 “5,000원만큼의 밥을 먹더라도 맛이 없으면 가치가 없는 것이며 6,000원 만큼의 음료는 비싼만큼 맛과 같은 자신의 가치를 만족시키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년 세대까지 자신들의 가치에 따라 소비하는 소비계층이 ‘포미 족’이란 이름으로 성행하고 있다. 싼 밥을 먹더라도 비싼 음료를 마시는 그들. 포미 족은 이 같은 작은 사치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씁쓸한 현실로 등장한 소비 트렌드
포미 족(FOR ME)은 건강을 위한다는 ‘For health’와 싱글 족의 ‘One’ 그리고 취미를 의미하는 ‘Recreation’과 편의를 뜻하는 ‘More convenient’ 그리고 고가 ‘Expensive’의 알파벳 앞글자로 이뤄진 소비 트렌드를 의미한다. 이들은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한 투자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위 말하는 ‘된장남.된장녀’는 아니다. 된장남.된장녀는 2000년대 만들어진 신조어로 허영심으로 인해 자신의 재산이나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사치를 일삼는 사람을 의미한다. 포미 족은 자신의 소득수준 안에서 개인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성향을 가진 반면, 된장남.된장녀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성향을 가지기 때문에 다르다. 그렇다면 포미 족은 어떻게 등장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1945년 45달러에서 2006년 20,000달러까지 성장하며 짧은시간내 어마어마한 경제발전을 이뤘다. 이에 따라 점점 소비제품에 대한 질적인 요구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강조하는 웰빙 트렌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 소비자학과 유현정 교수는 “2000년대 초 현대카드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란 광고가 인기를 끌었다”며 “이는 그 당시 시대상이 드러난 광고로 이제는 오직 자신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나라의 경제가 주춤하게 되면서 소비도 위축됐다. 그런 가운데 산업의 발달로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높아진 일의 강도로 발생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보상적 소비심리가 발동했다. 이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작은 부분에 있어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자 하는 동기에서 작은 사치가 발생했다. 유현정 교수는 “일반 사람들은 명품인 루이비통이나 샤넬과 같은 브랜드에서 몇 백만 원하는 제품들을 쉽게 구입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립스틱 하나 정도는 샤넬과 같은 명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에서 소비자들은 만족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처럼 포미 족들은 작은 사치가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라 합리화하며 등장하게 됐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포미 족
시장조사전문기업인 ‘마크로밀엠브레인’에 따르면 만 19세에서 5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가치소비’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가치소비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5.1%로 집계됐다. 이들의 거주 가구 구성과 연령을 알아본 결과, 1인 가구가 51.4%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치했으며 20대의 가치소비가 56%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유현정 교수는 “1인 가구를 모두 포미 족이라고 말하긴 곤란하지만 가족 구성원이 적을수록 더 과감한 소비성향을 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젊은층이 독립된 1인 가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제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포미 족이 1인 가구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전체가구의 1/4을 차지하고 있어 1인 가구와 함께 포미 족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포미 족이 추구하는 가치소비란 무엇일까. 가치소비는 사전적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마크로밀엠브레인’에서 가치소비의 대표적인 품목에 대한 중복응답 조사 결과, 여행이 38.2%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먹거리 33.6% ▲의류 32.6% ▲패션잡화 30.9% ▲화장품 30.7% ▲IT.전자제품 30.2% ▲공연관람 28% ▲운동 23.9% ▲도서 22.6% ▲차.커피 22.3%로 나타났다. 이같은 소비형태로 인해 최근 ‘H.E.A.T’라 불리는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H는 건강관리인 Health care와 취미인 Hobby, E는 Enterainment로 공연 문화 그리고 A는 Accessory로 악세서리를 의미하며 T는 Travel인 여행을 의미한다. 평소 옷사는 것을 즐기는 김경미(청주시 신봉동·40) 씨는 “평소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옷 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내 스타일의 옷을 사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전했다. 또한 공연관람을 좋아하는 이푸름(청주시 사창동·21) 씨는 “공연은 그 날 배우의 컨디션이나 애드리브 등 그 자리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현장감과 생동감이 넘쳐나고, 늘 다른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공연이라는 것 자체가 나의 일상과는 달리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므로 잠시나마 일상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작은 사치를 통해 행복을 얻는 그들
산업의 고도화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포미 족은 가치소비를 통해 스스로를 위안하고 힐링하고자 한다. 유현정 교수는 “이전에는 가족규모도 컸고 유대감도 깊어 탄탄한 가족을 통해 사람들은 위안을 얻곤했지만, 최근 핵가족화되면서 이전의 가족 간 유대가 약화되자 현대인은 위로 받을 곳이 점점 줄었다”며 “치열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상처받은 자신을 스스로가 위로해주며 힐링해줘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사치가 욕망처럼 터져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대인은 사치를 통해 힐링뿐만 아니라 자아실현을 하고자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정회상 부연구위원은 “보통 ‘가치’는 어떤 물건을 소비했을때 그로부터 느낄 수 있는 효용인데, 포미 족들은 이 효용에 자신의 가치관이나 자신을 위한 삶을 더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자전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포미 족은 자전거를 이동 수단이나 취미 이상으로 생각하며 이를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자 한다. 그들은 자전거에 대해 준전문가 수준으로 공부하며 300만 원 이상 고가의 자전거를 사면서 일종의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평소 자전거를 즐겨타는 최세창(용인시 수지구·25) 씨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동수단임과 동시에 운동이 되기 때문”이라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주위 풍경을 보는것도 매력”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고가의 자전거를 사는 것은 여자들이 명품 핸드백을 사는 것과 같다”며 “고가의 장비나 자전거를 통해 자기 자신만의 기록을 단축하는게 재미있고 이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yellowtree@cbnu.ac.kr








김윤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