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를 웃도는 뜨거운 여름, 우리나라는 불볕더위로 고열을 앓고 있다. 이효민(경기도 부천시·21) 씨는 “뜨거운 선풍기 바람으로 집에 있기 힘들어 나들이 갈 겸 전시회를 보러 나왔다”고 전했다. 최근 전시관은 피서지를 겸해 방문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연일 북적인다. 또한 전시관은 데이트 코스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인규(서울시 노원구·25) 씨는 “영화, 카페, 식당의 전형적인 코스에 여자 친구가 질려하는 것 같아 색다른 데이트를 찾다 오게 됐다”며 “전시회는 볼거리가 많아 시간이 아깝지 않은 데이트가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대인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전시회 현장을 취재해봤다.
전시회 어디까지 아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5년 미술시장실태조사에 따르면 2009년 60만 명이였던 관람객 수가 5년이 지난 2014년에는 123만 명으로 무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전시회는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시.회의 시설인 코엑스 홍보실 김두리 사원은 관람객 수 증가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사와 전시주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전시회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전시회 관련 정보를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서울미술관 학예연구실 홍보팀 관계자는 “정보를 미리 습득하고 전시회를 보면 더 풍부한 관람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다. 전시회가 열리기 몇 달 전, 해당 사이트를 통해 사전등록을 하면 비싼 전시회를 더욱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이제 미술관과 조금은 친해진 느낌이 들었는가.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예술의 전당 속으로 들어가 보자.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멕시코를 대표하는 국보급 화가 부부인 프리다 칼로(Frida Kahlo)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이들은 삶에서 느끼는 풍부한 감정과 사상을 작품 속에 새겨넣었다.
프리다 칼로는 내면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다. 그의 인생은 비극적일만큼 파란만장했다. 6살 무렵, 소아마비를 앓았으며 18살이 되던 해에는 치명적인 교통사고로 심각한 후유증을 얻었다. 이 사고로 척추수술을 한 그의 고통은 작품 <부러진 척추>에 잘 드러난다. 이를 관람하던 임유리(서울특별시 강남구·31) 씨는 “<부러진 척추>는 작품의 몰입을 위해 첨부한 효과인 바람이 부는 촉각적 효과와 물소리가 떨어지는 청각적 효과가 인상깊었다”며 “더불어 작품이 가장자리에 배치돼 다른 곳보다 유독 어두워 작품 속에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여기서 프리다의 고통은 끝이 아니였다. 남편인 디에고의 지속적인 외도로 그는 또 한번의 쓰디쓴 눈물을 삼켜야 했다. 프리다는 이를 그림으로 표현했고 예술로써 승화하고자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하나하나의 작품마다 그녀만의 감정이 형상화된 상징적 언어가 담겨 있다.
그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민중 계몽에 앞장선 혁명가였다. 그가 살던 시대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는 독재체제를 타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멕시코 혁명으로 사회가 한참 혼란했던 시점이였다. 그는 민족성과 정체성을 민중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멕시코의 역사와 사회상을 사실적이면서도 서술적인 묘사방법으로 삽화와 벽화를 그렸다.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농민지도자, 사파타>가 있다. 그의 작품을 자세히보면 멕시코의 인디오 문명인 아즈텍과 마야를 이상적으로 미화시키고 있고, 초현실주의 양식을 이용해 멕시코의 신화를 작품에 담았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멕시코의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까지 삽화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회장에서 디에고의 작품을 유심히 관찰하던 한 시민은 “디에고 작품은 각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표현이 돼 풍자 아닌 풍자 같다”고 전했다.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에는 멕시코 문화와 삶에 대한 예술적 표현이 속속히 드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앤서니 브라운
하늘을 날아다니는 피터팬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사이에 떠있는 그림이 사람들을 반긴다. 이는 행복한 미술관이란 부제로 기획된 앤서니 브라운 전의 입구 모습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기발한 상상력,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표현과 탄탄한 구성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그의 그림책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가정에서 겪는 세밀한 심리가 잘 녹아 있다.
그의 전시회에서는 200여 점의 작품과 조형물 그리고 체험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은 4가지 테마로 나눠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첫 번째 테마인 ‘초기작품’에서는 병원에서 일하며 수술부위나 인체해부도를 그린 그림과 카드 제작을 통해 그림책의 주인공이 될 캐릭터의 원형을 만들어냈으며, 두 번째 테마인 ‘나의 미술관’에서는 그가 미술관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선배 예술가들 대한 애정과 존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패러디해 표현했다. 세 번째 테마인 ‘환상과 마법’에서는 그의 꿈과 무의식의 세상을 그린 초현실주의적인 작품들이 등장한다. 네 번째인 ‘이해하고 친구하기’에서는 ‘왜 우리는 깊이 가까워지지는 못할까’라는 그의 물음에서 비롯돼, 친구 간 서로를 받아드리는데 서툰 우리의 자화상을 담고있다. 박물관을 관람하던 박기호(서울특별시 서초구·47) 씨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익살맞게 작품 속에 담겨있어서 재밌게 관람했다”고 전했다.
또한 전시회는 국내외 작가들이 협업해서 만든 다양한 조형물들이 우리의 시선을 끈다. 전시회 천장 부분에 달린 조형물을 잡는 시늉을 하던 채호병(서울특별시 서초구·42) 씨는 “아이들에게 읽어줬던 그림책을 작품으로 보니 반갑고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사진찍기도 편하고 부담도 덜하다”고 전했다. 또한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있다. 그 중 ‘행복한 도서관’이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 행복한 도서관은 전시회 마지막 부분에 위치해 있으며 앤서니 브라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체험부스다. 윤채원(서울특별시 송파구·35) 씨는 “딸이 앤서니 브라운 동화책을 좋아해서 방문하게 됐다”며 “동화로만 보다 직접 작가의 삶과 작품의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동화를 읽으니 새롭다”고 전했다.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문자도.책거리
문자와 책을 예술로써 그림으로 표현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면 믿겠는가. 이는 바로 조의 문자도와 책거리 이야기다. 조선 대표 민화인 문자도와 책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문자도文字圖.책거리冊巨里>전을 만나러 가보자.
문화도와 책거리를 만나기 위해서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조선시대였던 18세기 문자도와 책거리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대중적인 민화였다. 문자도는 한자(漢字)와 사물을 합해 그린 문자그림이며 책거리란 책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문자도는 한자문화권인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발달했지만 유교이념을 문자이미지로 그린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선비의 나라라 불리던 조선에서는 특히 효제(孝悌), 충신(忠信), 예의(禮意), 염치(廉恥)의 유교적 덕목을 담은 유교문자도가 성행했다. 이는 유교이념을 조선 곳곳에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교이념을 담은 문자도가 전국에 전해지면서 중국과는 다른 ‘한국다운’ 문자도가 정립됐다. 이후 지역별로 특색이 나눠지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민화로 자리 잡았다. 윤남훈(경기도 부천시·27) 씨는 “문자도를 보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책거리(冊巨里)가 책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라해서 책만 주제로 삼은 것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도자기, 청동기, 문방구, 화병 등과 같이 다양한 물건을 주제로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대대로 내려온 전통문화는 아니였다. 책거리는 선교사들에 의해 처음 동양에 전해진 것으로 18세기 후반에 조선에 전해졌다. 특히 정조 시대의 책 정치에 활용되면서 한국적인 책 그림으로 자리 매김했다. 책을 선호한 조선시대 민족성으로 인해 책 그림이 대거 유행하면서 책거리는 ‘세상에서 책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예술’로 화려하게 꽃피웠다. 박물관을 관람하던 김지영(서울시 성북구·23) 씨는 “주로 민화는 작가미상이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게 안타까웠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동양화를 사랑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선의 정서와 생활을 보고 싶다면 <조선 궁중화.민화 걸작–문자도文字圖.책거리冊巨里>전을 관람해보자.
김윤주 기자
yellowtree@cbnu.ac.kr
문가경 기자
gbdls5473@cbnu.ac.kr








김윤주 & 문가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