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적 무협영화의 주인공을 따라해 본 적이 있는가. 70~80년대에는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쌍절곤을 휘두르거나 손으로 코를 훔치며 ‘아뵤’를 외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이소룡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가볍게 앞뒤로 움직이는 풋워크, 순간적인 발차기와 빠른 속도로 상대를 제압해 탄성을 자아냈던 그는 단순히 액션배우로만 회자되지 않는다. 이소룡은 절권도의 창시자로서 현대 무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도 평가받고 있다.
무술, 철학으로 접근하다
이소룡은 ‘무형식을 형식으로 사용하며, 무한계를 한계로 가질 것’을 강조했다. 이는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는 한 가지 무술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쿵푸, 복싱, 펜싱, 태권도 등 동.서양의 다양한 무술들의 장점을 가져와 자신의 무술에 접목시켰다. 이를 통해 최대한 단순한 동작으로 실전에서 가장 효율적인 무술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그의 지향점이었다. 다른 무술을 혼합하는 것이 이단으로 간주되던 시대에 이소룡의 발상은 획기적인 것이었다.
무술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던 그는 단순성, 실전성을 중심에 둔 철학을 바탕으로 1967년 절권도를 창시함에 이르렀다.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다는 뜻으로 명명된 절권도, 그것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무술의 체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브루스 리 무도철학에 내재된 실전성의 의미와 현대무도에 미친 그의 영향> 논문에 따르면, 이소룡은 ‘매년 절권도는 변화할 것이고, 제자들의 절권도 또한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절권도가 정형화된 틀이 없는 철학이며, 계속적인 발전을 지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1971년 인터뷰에서 무술은 “자신을 하나의 접근법에 한정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자신에게 맞는 무술을 찾아가는 자기완성에도 힘쓸 것을 주장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문, 그 현장에서
이소룡의 무술 철학은 ‘댄 이노산토’ 등 제자들에 의해 더욱 확산됐다. 우리나라에도 이를 잇는 사람이 있다. ‘댄 이노산토’의 제자인 ‘폴 부낵’의 제자, 이원종 사부다. 기자는 그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컨탬포라리 절권도’장을 찾아갔다.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지하에 위치한 절권도장에는 학생부터 현직 경찰까지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무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훈련은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서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함에 있어 망설임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는 이러한 기술도 좋을 것 같다”며 몸소 시범을 보이는 한 제자에게 이원종 사부는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곳에서는 정형화된 동작을 강요하지 않았다.
절권도를 배운지 3개월 정도 됐다는 황혁(서울시 관악구·38) 씨는 한때 촉망받는 종합격투기 선수였다. 하지만 실제 길거리 격투를 겪으면서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배웠던 기술들을 실전에서 발휘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많은 기술들을 익힌 상태였지만 실전에 사용하기엔 복잡한 동작들이었다. 이에 한계를 느낀 황혁 씨는 절권도로 방향을 돌렸다. 그는 “이곳에서 배운 기술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동작이 간단했다”고 말했다. 서로를 배려하는 도장의 분위기도 황혁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 중 하나였다. 그는 “선수 시절, 상대를 이겨야한다는 생각에 혼자만 잘하려는 마음이 강했지만 이젠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금은 스파링(실제 경기 형식을 취한 연습) 할 때 상대가 기술을 더 선보일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현직 경찰인 주세준(고양시 일산동구·34) 씨는 ‘컨탬포라리 절권도’ 홈페이지에서 훈련 동영상을 보고 강한 끌림을 느껴 절권도를 배우게 됐다. 그를 이끈 절권도의 매력은 ‘실용성’에 있었다. 이전에 그가 다른 무술을 배울 때 복싱은 스텝, 유도는 낙법처럼 모두 기초부터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직업과 해야 할 공부가 있던 그에게 무술을 몇 년씩 배울 여유는 없었고, 실용적이지 않은 교육방식 또한 재미가 없었다. 주세준 씨는 “절권도는 두세 명이 달려들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와 같이 처음부터 실용적인 무술 비법을 알려주고, 어렵지 않은 동작으로 구성돼있어 만족스럽다”며 “경찰로서 실제 근무하는데 절권도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경찰교육훈련에 절권도를 포함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절권도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기자의 오른팔을 순식간에 꺾어 취객 제압에 사용하는 기술을 보여주었는데,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기자를 눈 깜짝할 새 제압했다.
‘컨탬포라리 절권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이 배우고 있는 절권도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훈련이 끝난 후에도 서로 무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했다. 아파트 상가 지하, 다소 아담한 도장. 그 속에는 이소룡의 절권도 철학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기가 있었다.

기자는 컨탬포라리 절권도 이원종 사부와 절권도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인터뷰해봤다.
Q. 절권도와 종합격투기의 차이
“절권도와 종합격투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유사해요. 하지만 현대의 종합격투기는 스포츠화 됐고, 규칙이 있다는 면에서 절권도와 구분되고 있어요. 쉽게 생각해서 종합격투기에서 눈 찌르기가 허용된다면, 경기는 10초도 안 돼 끝날 거예요. 그러면 관객들이 비싼 돈을 주고 경기를 볼 이유가 없겠죠”
Q. 절권도의 교육과정
“절권도는 형을 버린 무술이에요. 즉, 개개인의 운동신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도장은 정해진 기술을 고집해서 가르쳐요.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맞는 기술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긴 팔을 가진 사람과 짧은 팔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둘에겐 다른 기술을 제시해줘요. 남을 모방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어떻게하면 실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절권도 교육의 핵심입니다”
Q. 절권도만의 매력
“자유! 바로 자유예요. 대부분의 무술은 하지 말라는 것이 많지만, 절권도는 그런 것이 거의 없어요. 절권도의 스승은 제자의 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더 나은 방식을 제시해요. 훗날 제자가 더 나은 방식을 찾으면 스승은 그 방식을 채택하죠”
Q. 앞으로의 계획
“큰 계획은 없어요. ‘폴 부낵’ 사부님과 죽을 때까지 무술을 연마하고, 제자들을 육성하고 싶어요. 저에게 사부로서 제자를 키워가는 것은 제자보다 잘난 인간으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고, 제자를 키워가며 저도 배우는 제자로 남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에요. 완성된 자로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닌, 배우는 학습자 혹은 탐구자로 가르침을 주는 한 사람이 되는 것! 제 목표는 그겁니다”
유민지 기자
nice9710@cbnu.ac.kr








유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