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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노을
로리타 콘셉트, 표현의 자유와 금기 사이의 어딘가
제 920 호    발행일 :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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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개봉된 영화인 ‘연인’, 1997년 작품 ‘로리타’, 2012년에 상영된 영화 ‘은교’까지. 개봉 시기도, 출연한 배우도 모두 다른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로리타 콤플렉스’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로리타 콘셉트는 영화뿐만 아니라 광고, 드라마에서도 꾸준히 이용돼 왔다. 풀린 눈,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자세, 미성숙한 아이 등 ‘로리타 클리셰’(로리타 콘셉트에서 주로 언급되는 표현, 모습 등을 일컫는 말)는 과거 ‘소녀답다’, ‘예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받았으나 현재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와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대중문화의 로리타 콘셉트, 이에 대해 알아보자.


하나를 보는 서로 다른 시선

  로리타 콘셉트의 대중문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나라별로 로리타 콘셉트를 보는 인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과 유럽은 소아성애를 심각한 사회범죄로 인식하고 이에 중형을 선고한다. 이와 더불어 로리타 콘셉트에도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2011년,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 Advertising Standards Authority)는 마크 제이콥스의 향수 광고를 금지했다. ASA는 모델인 다코타 패닝이 대학생이지만 ‘광고의 이미지는 16세 미만의 아동으로 비칠 여지가 충분하고, 따라서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 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15년에도 ASA는 프라다의 자회사인 미우미우의 광고가 아동 성범죄를 연상시킨다며 금지 처분을 내렸다. 누드 메이크업, 신체 사이즈에 비해 큰 옷, 아동을 몰래 훔쳐 보는 듯한 관음 구도가 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광고는 미국에서도 ‘소녀처럼 보이는 모델이 주위 배경, 포즈와 관련해 성적인 상태에 놓여있는 아동을 광고하는듯한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이 광고의 모델이었던 미아 고스는 촬영 당시 21세로 성인이었지만,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는 서구 사회에서 로리타 콘셉트, 즉 소아성애적 표현 금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로리타 콘셉트에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로리타 클리셰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 대부분이다. 일본은 로리타 콘셉트에 대한 수요가 많아 애니메이션, 게임, 잡지 등에서 매년 엄청난 수의 관련 창작물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의 여성 화보집인 그라비아는 고등학생,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 아이의 비키니 사진도 싣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에서 불법이 아니다. 또한, 많은 일본의 잡지사는 어린 미소녀를 뽑는 선발대회를 주최하며 수상자들의 수영복 화보를 판매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잡지사들은 ‘최연소 참가자’, ‘최연소 수상자’ 등 ‘어리다’는 점을 강조해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로리타 콘셉트는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기반이며, 당당히 대중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 이상 소비하고 싶지 않아

  우리나라도 역시 로리타 콘셉트가 널리 퍼져있다. 광고, 영화, 드라마 등 많은 대중매체에서 로리타 콘셉트를 사용하고 있다. 로리타 콘셉트는 오래전부터 대중문화에 사용됐지만, 이를 인식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와 같은 현상은 사회 성숙도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세계적으로 페미니즘 논의가 관심을 끌고, 알게 모르게 당연시돼온 여성관에 대해 다시 뜯어보기 시작하면서 로리타 콘셉트가 새롭게 인식된 것 같다”고 밝혔다.
  과거, 소녀다움을 나타내는 데 독보적이었던 로리타 콘셉트는 현재 부정적인 인식으로 뒤집혔다. 특히, 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SNS에 로리타 콘셉트의 사진을 올려 대중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배우 설리는 지난해 8월에 존슨즈베이비 사의 제품 이미지가 그려진 티셔츠를 가수 구하라와 함께 착용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많은 대중은 로리타 콘셉트의 사진이라며 비판했다. 일부 사람들은 직접 존슨즈베이비 본사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로리타 콘셉트는 대중적으로 비판을 받을 뿐만 아니라, 불매운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로타’는 로리타 콘셉트를 전문으로 하는 포토그래퍼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그 어떤 매체에서도 ‘로리타 취향’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대중은 그의 사진에서 보이는 색감과 구도, 분위기가 로리타 느낌이 든다며 비판했다. 로타의 작품은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로타의 작품 광고가 교보문고에 올라오자 고객이 항의했고, 결국 그 광고는 철거됐다. 또한, 로타의 과거 작품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로타가 찍은 휠라의 광고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신발 광고임에도 여성의 특정 신체를 부각한 것과, 유아 같은 포즈와 의상 때문에 로리타 콘셉트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 광고는 2015년에 찍었음에도, 대다수 대중에게 비판의 대상이 됐다. 논란이 커져 휠라의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자 휠라는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또한, 이 광고의 모델 역시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로리타 콘셉트는 합법의 틀 안에서 대중을 자극할 수 있는 영민하고 영악한 비즈니스 전략”이라며 “대중의 반응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로리타 콘셉트 자체로 많은 관심을 끌어낼 수 있어 이러한 작품이 계속 생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확실한 답이 없는 논쟁

  현재 로리타 콘셉트 논란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다. 2015년에는 가수 아이유의 앨범과 화보 사진이 로리타 콘셉트라는 논란이 있었고, 지난 1월에는 가수 수지가 로리타 콘셉트의 화보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로리타 논란’을 보는 대중의 의견은 분분했다. 최연경(대전광역시 중구.22) 씨는 “사진의 분위기나 구도, 그리고 소품까지 누가 봐도 ‘노렸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직접적으로 성적인 분위기를 낸 것은 아니지만, 은유적으로 로리타 콘셉트를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유정(청주시 서원구.21) 씨는 “현재 일어나는 로리타 논란은 몇몇 부분을 교묘하게 짜깁기한 것 같다”며 “해명 글을 읽어보면 정말 로리타 콘셉트를 사용한 게 맞는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처럼 로리타 콘셉트에 대한 분분한 의견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로리타 콘셉트를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클리셰들이 있지만,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로리타 콘셉트는 의도를 정확히 단정해 해석하기 힘들다”며 “누가 봐도 의도가 보이지만, 예술적 의도 등 나름의 변이 있기 때문에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로리타 논란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주장하기도 한다. 인문평론가 박가분 작가는 로리타 논란에 대해 “로리타 논란 대부분이 로리타 콘셉트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이뤄지는 마녀사냥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로리타 논란은 ‘소아성애’나 ‘아동 성범죄’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형태를 빌어 일어났는데, 대부분 대중문화 콘텐츠나 해당 작가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애초에 대중문화에서 로리타 논란은 자의적인 해석과 해석의 오남용에서 출발했다”며 “이것이 문화적 표현과 해석의 자유, 그리고 다양성을 침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현재, 로리타 콘셉트의 창작물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로리타 논란 역시 연일 벌어지고 있지만 답 없이 계속해서 뜨거워질 뿐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사회가 아직 이런 논란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엔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러한 인식과 논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엔 사회적 준비가 미흡하다. 논란이 되는 대상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서로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경험’은 차곡차곡 쌓여나갈 것이다. 이 경험들이 쌓여 우리 사회가 답을 내릴 수 있을 때까지 서로를 존중하는 논쟁과 대화가 끊임없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김노을 기자
doce26@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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