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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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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노을
화면과 종이, 당신의 취향은요?
제 923 호    발행일 : 2017.10.16 

종이는 105년경 한나라의 채륜이 발명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 전부터 원시적인 형태의 종이가 있었다. 구체적인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먼 옛날에 종이는 존재했고, 종이로 된 책 역시 얼마나 오래된 발명품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긴 시간을 버텨왔다. 그렇게 버텨온 종이책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전자책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책의 미래는 그 누구도 명확하게 답을 외칠 수 없는 ‘정답 없는 질문’이 돼버렸다. 당신이 생각하는 책의 미래는 어떠한 것인가? 종이책인가? 전자책인가? 종이책도 전자책도 아닌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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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전자책
 
  컴퓨터 시장 초창기부터 문자를 디지털의 형태로 저장해 열람하는 것, 이른바 ‘전자책’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계속돼왔다. 1980년대부터 꾸준하게 연구가 시작돼 일부 백과사전이 CD의 형태로 제작됐지만, 지금과 같이 손에 들고 다닐 정도로 소형화가 이뤄진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이후 PDA, 스마트폰, 휴대용 전자책 리더기 등 전자책 전용기기가 보급되면서 상상 속에만 있었던 전자책은 비로소 현실이 됐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자책의 장점’에 대해 복수응답이 가능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자책 구매자들이 생각하는 전자책의 최대 장점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점으로, 전체 응답자의 68.7%나 차지했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의 구본권 연구소장 역시 “전자책은 종이책이 가진 부피, 중량 등에 구애받지 않고 파일이 디지털로 돼 있어 언제든지 바로 찾아볼 수 있다”며 “특별히 책을 휴대하지 않아도 손쉽게 찾을 수 있고, 검색 또한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양한 기기를 통해 읽을 수 있다’는 응답이 64.2%로 두 번째로 많았다. 현재 다양한 전자책 리더기가 시장에 출시됐다. 이뿐만 아니라, 굳이 전자책 리더기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전자기기에서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다.
  전자책은 독서뿐만 아니라 제작하는데도 편리하다. 종이책보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며, 1인 출판도 쉽다. 전자책 제작업체인 ‘펜립’의 허엽 대표는 “전자책으로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작가가 될 수 있다”며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다면 비용과 유통의 어려움 없이 등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영구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 절판, 제판 등 유지 보수 문제도 사라진다”며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양한 편리성을 가진 전자책이지만,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전자책의 등장으로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예견했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건재하다. 2014년에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전자책 및 종이책 이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전자책에 대한 인지도는 97.5%로 높은 수준이었으나, ‘직접 읽어 보았다’는 응답은 44.1%로, 높은 인지도에 비해 직접 전자책을 읽어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출판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의 전자책 판매는 17% 하락했지만, 종이책은 7% 정도 증가했다. 또한 전미출판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의 미국의 도서 판매 현황을 보면 전자책 판매는 18.7% 하락한 반면, 종이책은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자책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4월 17일 발표한 ‘2016 출판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전자책 유통사 매출은 1,25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5.4%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예스24에서 전자책을 구매한 사람은 모두 34만 명, 읽은 책은 모두 430만 권을 기록했다. 예스24에서 전자책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 이래 역대 최대 수치다. 허엽 대표는 “종이책 시장은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매년 조금씩 축소되는데 비해, 전자책 시장은 연평균 15%씩 성장하고 있다”며 “최근에 발간되는 신간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함께 제작하는 추세여서 독서 방법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주 독자층도 전 연령대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경험

  전자책의 등장은 종이책의 쇠퇴를 의미했지만 오히려 종이책은 자신의 특성을 살려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종이책의 장점에 대해 복수응답이 가능하도록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장가치가 있다’는 응답이 63.2%로 가장 높았고, ‘전자책에 비해 책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응답이 61.7%로 뒤를 이었다. 김은주(대전광역시 중구·23) 씨는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소유한다’는 느낌이 덜 하다”며 “종이책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야 비로소 독서한다는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박민영 문학평론가는 “지적 효용성이란 내가 지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실존적 느낌을 받는 것인데, 이런 느낌은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볼 때 더 많이 느끼게 된다”며 “종이책은 오로지 종이와 글로만 이뤄져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더 집중이 잘 돼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구본권 연구소장은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며 “똑같은 콘텐츠를 보지만, 스마트폰을 끄고 집중된 시간에 영화만을 보는 경험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이책 역시 종이책만이 주는 고유한 경험이 있다”며 “이러한 경험은 전자책으로도, 멀티미디어로도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경험”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더불어 그는 “종이책은 전자책보다 이용자가 주권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라며 “책을 읽을 때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험은 독자가 사색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인데, 이는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읽을 때 더 경험하기가 쉽다”고 덧붙였다.

종이책과 전자책, 이제는 같이 손잡자

  전자책과 종이책은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소멸이 아니라 전자책과 종이책이 공존하며 소비자에게 소비될 수는 없을까?
  김유진(청주시 서원구·21) 씨는 “아무리 전자책이 편하다 할지라도, 종이책은 몇백 년, 몇천 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용됐다”며 “그렇게 쉽게 종이책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반면 이가연(대전광역시 서구·25) 씨는 “아직 전자책에 익숙해지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전자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자리 잡고 있고, 시간이 충분히 지난다면 분명 전자책의 진가를 알게 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자책과 종이책의 공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본권 연구소장은 “전자책은 전자책대로 수요를 계속 창출해나갈 것이고, 종이책은 전자책이 줄 수 없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어떤 미디어가 하나 나왔다고 해서 다른 미디어를 완전히 대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 번 읽으면 다시 보관할 필요가 없고, 더 찾아볼 것도 없는 이른바 쉽게 읽히는 책, 즉 가벼운 이야기책이나 만화책 같은 경우에는 전자책이 더 읽기 편할 것이다. 이러한 책들은 내용만 파악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밑줄을 긋고 생각할 필요가 있는 전공서적이나 문학적 가치가 있는 시집, 소설 같은 경우는 손에서 느껴지는 물질적인 질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종이책이 더 가치 있을 것이다”며 앞으로 전자책과 종이책에 맞는 각각의 출판양식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이충재 문학평론가는 전자책과 종이책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간에 먼저 독서 인구를 확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독서의 가치가 희박해지는 상황에서는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종이책은 완전한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종이책은 ‘이미 타이어, 면도기처럼 발명이 온전하게 끝났으며, 종이책은 종이책으로써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자책은 새로운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똑같지만, ‘전자책이 종이책의 대체재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종이책은 종이책으로써 최고이고, 전자책은 전자책으로써 최고다. 그저 독자는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무엇을 선택한다 한들, 우리가 ‘독서’를 하고 있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노을 기자
doce26@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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