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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노을
PPL, 찾아볼수록 흥미로운 세계
제 925 호    발행일 : 2017.11.20 

PPL(product placement)을 직역하면 제품 배치다.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를 방송 프로그램 속에 자연스럽게 출연시켜 홍보 효과를 얻는 것이다. 우리는 드라마와 예능 속에서 거의 매번 PPL을 마주하고 있다. 다만 그 속에서 PPL임을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고,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뜬금없이 등장해 웃음을 터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어떤 방송에서는 프로그램의 이야기보다 PPL이 더 주목받기도 한다. 이렇게 방송프로그램의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은 PPL에 대해서 자세하게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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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방송할 수 없는 광고

  드라마, 예능 등에서 이뤄지는 방송 광고는 총 네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제작지원, 브랜드 노출, 기능 노출, 단순 노출이 그것이다.
  제작지원은 콘텐츠의 무대가 되는 장소를 제공해주는 경우로, 주로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일하는 곳이 대상이 된다. 주인공이 일하고 있는 회사가 가상이 아니라 실제로 있는 브랜드인 것이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 한두 장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요 배경으로 사용되며, 상표와 로고를 가리지 않고 오픈시킨다. 브랜드 노출은 제작지원과 마찬가지로 로고와 브랜드 자체를 노출한다. 다만 제작지원이 주로 장소 협찬을 위주로 한다면, 브랜드 노출은 아예 브랜드가 있는 상품 자체를 보여준다. 브랜드 노출에서 그 제품이 가진 기능을 같이 보여주면 기능 노출이 된다. 기능 노출은 제품이 가진 기능을 드라마 속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해서 제품을 홍보하는 방법이다. OCN의 드라마 <보이스>에서는 갤럭시 노트7을 화장실 세면대에서 씻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갤럭시 노트7이 가진 방수 기능을 강조하기 위한 기능 노출 PPL이다. 마지막으로 단순 노출은 말 그대로 단순하게 방송에 제품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브랜드나 기능이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속의 소품으로 세트장에 배치된다. 여기서 제작지원을 제외한 브랜드 노출, 기능 노출, 단순 노출을 묶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간접광고인 PPL이라고 한다.
  과거의 PPL이 제작사가 업체에게 협찬을 구하는 방식으로 암암리에 진행됐다면, 현재는 이와 다른 방식이다. 이는 드라마 작품이 많아지고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방송 광고 시장의 규모가 커진 덕분이다. 많은 업체가 자신들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PPL을 방송하려 노력 중이고, 이 과정에서 PPL의 수가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한 PPL이 무분별하게 광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는 PPL을 심의한다.
  또한 방송법 시행령 제59조의 3(간접광고)은 PPL의 대상, 제한, 시간, 방법 등을 명시해 규제하고 있다. 관련 조항 1항에서는 ‘간접광고는 교양 또는 오락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에만 허용된다’고 명시하고, 다만 ‘어린이를 주 시청대상으로 하는 방송프로그램’과 ‘보도.시사.논평.토론 등 객관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에서의 간접광고는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3항과 4항에서는 광고 시간과 방법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방송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5 이내에서 화면 크기의 4분의 1 이내를 초과할 수 없고, 방송프로그램 시작 전에 PPL이 포함돼 있음을 자막으로 표기해 고지해야 한다. 그리고 진행자나 배우가 상품을 직접 언급하거나 구매와 이용을 권유하면 안된다. 이렇게 PPL은 다른 일반 광고보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규정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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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요즘은 TV 말고도 SNS나 웹콘텐츠 등 다양화된 곳에서 PPL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TV의 전파력은 다른 채널보다 강력하다. 알토란 PPL 김상형 대표이사는 “지금은 SNS가 보편화돼 있지만, TV는 전 연령대가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라고 말했다.
  이렇게 TV는 다른 매체보다 이용 연령층이 폭넓어 PPL 홍보에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TV 속에 나오는 모든 PPL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PPL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드라마 속의 이야기에 PPL 제품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인기 있는 드라마라고 해도 PPL 제품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효과를 낼 수 없다. 때문에 드라마의 구성, 주인공의 캐릭터, 세트장의 분위기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PPL을 해야 한다.
  2013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대표적인 PPL 성공 사례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전지현이 입고, 바르고, 탔던 모든 제품이 화제가 돼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에서 전지현은 한 회마다 수십 벌의 옷을 갈아입었지만,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화려한 패션들이 주인공의 여배우 캐릭터를 더 잘 살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이유로 <별에서 온 그대>는 ‘PPL의 모범답안’이라 불리며, 드라마에 등장한 모든 제품의 매출이 적게는 200%, 많게는 3,000%까지 증가했다.
  그렇다면 드라마의 내용과 전혀 맞지 않는 PPL로 입소문을 탄다면 홍보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해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안보섭 교수는 “입소문과 홍보의 측면만 보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PPL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PPL의 본질은 홍보하는 내용이 드라마의 이야기와 잘 맞는 데 있다”고 말했다. 김상형 대표이사는 “이런 잘못된 케이스를 노리고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제품이 화제가 돼서 주목을 받지만, 드라마의 줄거리를 방해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야기를 방해하는 요인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연구센터는 성인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방송시청자들이 PPL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PPL이 등장하면 매우 거부감이 생긴다’에 응답한 사람이 6%, ‘PPL이 등장하면 약간 거부감이 생긴다’에 응답한 사람이 49%로 과반수가 넘는 55%의 사람들이 PPL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응답자들은 PPL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로 ‘프로그램의 몰입 방해’를 꼽았다. PPL의 몰입 방해 정도에 대해 15.8%는 ‘매우 방해된다’, 43.1%는 ‘약간 방해된다’에 답해 총 58.9%가 방해를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연경(대전광역시 중구.21) 씨는 “드라마를 자주 보는데, 볼 때마다 이건 아니다 싶은 PPL이 등장한다”며 “한두 번은 웃고 넘어가지만 계속 보다 보면 드라마에 몰입이 떨어지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닥터스>는 PPL이 드라마의 흐름을 깬 사례다. 극 중 주인공인 배우 박신혜가 머리를 감으며 머리카락 끝에만 물을 묻히고 샴푸를 하는 어색한 행동에 이어, 클로즈업된 헤어 에센스를 바르는 모습은 시청자의 실소를 자아냈다.
  이처럼 극의 흐름과 동떨어지게 제품 홍보에만 집중하는 PPL도 문제지만, PPL인 것을 시청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김상형 대표이사는 “너무 제품 홍보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시청자가 아예 제품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PPL은 잘못된 광고”라며 “PPL에서 가장 좋은 것은 방송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이면서도 그 제품을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품 홍보와 자연스러움 사이의 중간을 잘 잡고 유지하는 게 PPL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밝혔다.

  방송 속 PPL은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그러나 아직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김상형 대표이사는 “PPL이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심의기관의 좀 더 엄격한 필터링이 필요하다”며 “제작사 측에서도 드라마의 본질을 훼손할 정도로 PPL이 남발된다면 자체적으로 편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노을 기자
doce26@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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