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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노을
나와 일러스트 보지 않을래?
제 926 호    발행일 : 2017.12.04 

차가운 겨울, 여기 당신의 꽁꽁 언 마음을 녹여줄 전시회가 있다. 동심과 멀어져 버린 당신을 위한 추억과 행복을 불러올 전시회가 있다. 바로 일러스트레이션(이하 일러스트) 전시회다. 이제 일러스트는 책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인터넷, SNS 등 당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제 갤러리 안에서도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어엿한 작품으로 인정받은 일러스트, 이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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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그림이 액자 속 그림이 되기까지

  일러스트는 서적, 광고, 신문, 잡지 등 인쇄물의 내용을 보완.강조하고, 문장 내용에 관계되는 정경.인물을 묘사한 그림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인쇄물 속의 그림이 일러스트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일러스트는 단지 ‘인쇄물에 들어가는 그림’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현재 일러스트는 그 범위와 종류가 무한대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송정보대 디자인.영상콘텐츠학부 김상윤 교수는 “과거 동굴 벽화로 시작된 일러스트는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무한해지는 추세”라며 “단지 그림으로만 이해하지 말고 입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러스트는 책 속에 들어가는 그림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닌, 하나의 독자적인 작품으로써 대중을 사로잡았다. 책, 잡지 등에서 점차 엽서, 달력, 수첩 등으로 영역을 넓혀 사용되면서 일러스트는 ‘예쁜 그림’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네이버가 일러스트레이션 플랫폼 ‘그라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상품의 틀에 갇혀 있던 일러스트는 대중문화의 영역으로 나오게 됐다.
  김상윤 교수는 “현대적 개념의 일러스트는 콘셉트를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아트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일러스트 아트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많아지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상상력들이 모인 곳

  어릴 적, 한 번쯤 소설로 읽었을 혹은 영화로 봤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 그림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퀀틴 블레이크의 일러스트다. 국내에서는 로알드 달이 쓴 <찰리와 초콜릿 공장>, <내 친구 꼬마 거인>의 삽화가로 유명하다. 그리고 퀀틴 블레이크의 일러스트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지난달 21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다.
  ‘퀀틴 블레이크 일러스트展’은 KT&G 상상마당에서 주최하는 ‘20세기 거장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국내에 그 가치가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목적을 둔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퀀틴 블레이크는 대표적으로 로알드 달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지만, 직접 책을 쓰고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했다. 또한 다른 저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전시회는 그가 직접 쓴 책,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 병원 프로젝트, 책 외의 작업들 등 총 180점의 일러스트를 전시하고 있다.
  그는 펜과 물감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반듯하지 않고 삐뚤빼뚤한 선, 선 안을 채우지 못했거나 삐져나와 있는 채색, 화려한 색감 등은 그만의 특징이다. 또한, 그의 저서인 <앵무새 열 마리>에서 주인인 뒤퐁 교수를 피해 이리저리 숨어 다니는 앵무새처럼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김지연(서울특별시 은평구.27) 씨는 “퀀틴 블레이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그의 일러스트인 <앵무새 열 마리>, <어릿광대> 등을 보니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웠다”며 “동화를 읽는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사랑스러움을 그대로 녹여낸 일러스트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퀀틴 블레이크는 다수의 책에 일러스트를 그렸지만, 그를 단순히 ‘동화책 일러스트레이터’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는 책을 만드는 데만 그치지 않고 여러 자선 활동을 통해 공공미술로도 작품의 영역을 넓혔다. 특히, 예술과 음악을 통해 런던에 있는 병원을 밝고 활기찬 공간으로 바꾸는 ‘나이팅게일 프로젝트’는 이러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전시회에서는 켄싱턴 첼시 정신 건강 센터 노인 병동, 런던 빈센트스퀘어 섭식장애 클리닉 등의 병원에 그려진 나이팅게일 프로젝트의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이연지(인천광역시 남구·34) 씨는 “나이팅게일 프로젝트에서 그린 일러스트는 책 속의 일러스트와는 다른 느낌”이라며 “퀀틴 블레이크 특유의 웃음과 그림체를 잃지 않으면서도 좀 더 차분한 방식으로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그림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퀀틴 블레이크의 작업실을 전시해 그가 직접 일러스트에 사용했던 도구를 볼 수 있고, 동영상을 통해 그가 일러스트를 그리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KT&G 상상마당의 시각예술팀 김정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어린이들에겐 꿈과 상상을 펼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시를 관람하는 모든 분들이 현실의 고민과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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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피어난 푸른 그림 정원

  현재, 국내에 일러스트를 전문으로 전시하는 미술관과 갤러리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알부스 갤러리’는 특별하다. 어른과 아이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일러스트를 전시하는 ‘일러스트 갤러리’이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에 문을 연 알부스 갤러리는 첫 번째 전시, 유제프 빌콘 작가의 ‘자연과 이야기’전을 무사히 마치고 지난달 22일부터 내년 2월 25일까지 새로운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알부스 갤러리의 두 번째 전시인 ‘한겨울의 그림 정원’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의 작품을 모아 선보인다.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그림책 <빨간 모자>의 일러스트 작가로 유명한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에서 18권의 그림책 일러스트를 그렸다. 그녀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 다양한 작품 활동을 했다. 설치 미술가로 부산 비엔날레에 초대받기도 했으며, 도자기 공방과의 협력 작업으로 도자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요안나 콘세이요의 일러스트 전시회에는 초기작 <신발천사>부터 올해 나온 작품인 <잃어버린 영혼>, 대표작인 <빨간 모자>와 <백조 왕자>까지 작가의 작품을 총망라했다.
  요안나 콘세이요의 일러스트는 섬세하다. 연필로 아주 작은 대상까지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그녀의 방식은 책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능통하다. 또한 그녀의 일러스트에서 책 속에서 볼 수 없는 내용을 찾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빨간 모자>는 모두가 아는 내용이지만, 그녀는 이 동화에다 자신만의 시각을 녹여 냈다. 늑대와 빨간 모자를 ‘늑대와 소녀의 사랑’으로 보고 늑대와 빨간 모자가 노는 장면을 그렸다. 2013년 작품인 <과자 가게의 왕자님>에서도 이러한 독특한 특징이 드러난다. <과자 가게의 왕자님>은 과자 가게의 왕자님이 그의 여자친구 칵투시아와 함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화다. 동화 속의 일러스트에는 곰이 등장하지만, 실제 글 속에서는 곰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렇게, 그녀의 일러스트는 글 속의 내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되는 ‘어떤 것’들을 보여준다. 전시회에서 이러한 ‘어떤 것’들을 확인하고 찾아내는 것도 또 다른 묘미이다.
  그녀의 일러스트에는 식물이 자주 등장한다. 전시회의 이름이 ‘한겨울의 그림 정원’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알부스 갤러리의 이지원 큐레이터는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는 식물, 꽃 일러스트를 많이 그린 작가”라며 “요즘 같은 차가운 겨울에 따뜻함을 주고 위안이 될 수 있는 전시를 하고 싶어 전시회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전체적인 작품을 보여주고자 여러 동화의 다양한 장면을 선별했다”며 “일러스트를 누구보다 가깝게 볼 수 있는 전시회니 많은 분이 방문해 따뜻함과 위안을 느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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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을 기자
doce26@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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