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음악을 듣는 방법’도 다양하게 변화했다. 현장에서 직접 듣는 것에서, 축음기와 LP판으로, 그리고 다시 걸으면서 들을 수 있는 카세트테이프가 등장했다. 이후 MP3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MP3를 다운로드 받는 음원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음원이 음반을 이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음원이 음악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까지 국내 음원시장에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음원으론 돈을 벌 수 없다
음원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가수들이 받는 수익은 미미하다. 지난해 발표된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의 ‘2016년 음원 스트리밍 10곡의 수익 분석’에 따르면 1억 건 이상 재생된 트와이스의 ‘cheer up’은 연간 7억 8,000여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지만 정작 가수에게 돌아간 몫은 4,685만 원에 그쳤다. 상위 100곡의 전체 음원 수익은 344억 원에 달했지만 가수의 몫은 20억 6,000여만 원에 불과했다.
이렇듯 가수들이 전체 음원 수익에 비해 적은 몫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음원 분배 구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 음원 사이트는 크게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음원 스트리밍의 경우 한 곡이 재생되면 약 7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 가운데 44%를 제작사가, 40%를 음원 사이트가 가져간다. 창작자인 작사·작곡·편곡자는 10%를 서로 나눠 가져야 하며 음악을 실연한 가수와 연주자는 6%밖에 받지 못한다. 즉 작사·작곡·편곡자는 곡당 0.7 원, 가수·연주자는 곡당 0.42 원을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낮은 가수의 음원 수익은 ‘할인 서비스 상품’이 적용되면 더 낮아진다. 이용권 할인은 곧 음원 단가 할인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보통 음원 사이트의 한 달 스트리밍 이용권은 7,000원이지만 통신사 할인이 들어가면 5,000원 대로 낮아진다. 멜론은 정기이용권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처음 두 달간 100원의 가격으로 무제한 스트리밍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결국 음원은 가수들에게 수입을 보장해줄 수 없다. 가수가 음원으로 10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약 238만 번 정도 음원이 재생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음원 다운로드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음원 1곡당 다운로드는 700원이고 그중 70%를 권리자가, 30%를 음원업체가 받는다. 스트리밍에 비해 비교적 서비스 업체의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점점 다운로드보다 스트리밍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한다면 스트리밍의 수익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는 “2000년대 초반, 불법 음원이 성행하고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서 저작자들이 불법 음원만은 막겠다는 생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에 음원을 싸게 공급했다”며 “결국 급속도로 팽창한 음원 시장에 주도권이 먹히면서 음악의 주인이 뒤바뀌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밝혔다.
경쟁자 없는 독주
국내 음원 유통은 대표적인 몇몇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주자는 멜론이다. 멜론은 국내 음원 시장 점유율 58%로, 음원 사이트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지금, 멜론의 독주 체제를 따라올 경쟁자는 없다. 지난해 3분기 음원 업계 시장 점유율은 유료 가입자를 기준으로 멜론 58%, 지니뮤직 22%, 벅스 10%로 1위와 2위의 격차가 크다. 더욱이 2위와 3위의 점유율을 합쳐도 멜론에 대항하지 못할 만큼 독과점 상태다.
이렇듯 멜론이 음원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은 대규모 자본에 기인한다. 멜론은 2004년 설립된 SK텔레콤 음원 서비스로 시작해 이후 로엔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이 이관됐고, 지난해 1월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에 인수됐다. 카카오의 멜론 인수는 또 하나의 독과점을 양성했다. 시장 점유율 50%대의 멜론이 카카오의 거대 자본과 플랫폼을 이용하게 되면 멜론의 독주 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멜론은 카카오톡과 서비스를 공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 계정으로도 멜론 로그인을 할 수 있게 했으며,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에 멜론을 연동하게 했다. 멜론 이용권에도 카카오 서비스를 넣어 카카오 이모티콘, 스피커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생겼다.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멜론 유료 가입자 수는 2015년 4분기 360만 명에서 지난해 4분기 455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멜론의 독과점은 단지 유통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멜론의 소유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제작사(기획사 운영) 일도 하고 있다. 즉 한 업체가 제작, 유통, 배급을 모두 아우르는 셈이다. 음원 수익 구조를 보면, 제작사와 음원 사이트가 각각 40% 정도 수익을 가져가므로 하나의 기업이 음원 제작과 유통을 동시에 소유한다면 확실한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
멜론의 독과점 체제는 음원을 듣는 이용자들과 가수들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는 “멜론 TOP100 차트, 또는 멜론이 추천하거나 메인에 걸려 있는 노래는 우리나라 대중들 대다수의 취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멜론의 실시간 차트를 국내 인기 가요 순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러한 경향 때문에 대중들은 더 음악을 찾아 듣지 않을 것이고, 찾아 들을 수도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철저한 사익 추구형 민간 업체에 불과한 멜론의 차트에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원 차트 개혁, 과연 성공일까
‘역시 ○○, 예외 없는 음원 차트 올킬’, ‘○○ 그룹, 음원 강자답게 차트 줄 세우기 성공’
모두 팬들이 ‘숨스(숨 쉬듯이 스트리밍)’해서 만들어낸 결과다. 그리고 이러한 차트 줄 세우기는 곧 가수들의 인기 척도가 된다. 이 때문에 팬들은 매일 자정, 음원이 발매될 때마다 앨범에 있는 모든 곡을 스트리밍하며 음원 차트 상위권에 줄을 세우듯 올려놓는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러한 식의 스트리밍이 사실상 차트 조작이라 지적했다. 그리고 차트 줄 세우기, 불법 사재기 방지를 위해 지난해 2월, 개편안을 내놓았다. 음원 차트 개혁은 기존처럼 자정에 발매된 음원의 경우 그날 오후 1시까지 실시간 차트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고, 정오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발매된 음원만 실시간 차트에 즉각적으로 순위를 반영시키게 한 개편안이다.
하지만 음원 차트 개혁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애초 줄 세우기 방지를 위해 시작됐지만 인기 가수들은 꾸준히 음원 차트 상위권에 앨범 전 곡을 올려놓고 있다. 그만큼 팬들 간의 스트리밍도 치열해졌다. 아이돌 팬인 A 씨는 “이제 음원이 오전이 아닌 오후에 나와 더 열심히 스밍(스트리밍)을 돌리고 있다”며 “한 음원 사이트에서 아이디도 2~3개씩 만들어서 돌리고 있고, 지인들, 가족들 정보까지 빌려 유령 아이디를 만들어서 스밍을 돌린다”고 말했다.
오히려 음원 차트 개혁으로 인해 실시간 차트가 더 견고해졌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존에 자정에 음원을 냈을 때는 차트 순위권 안에 진입하기가 쉬웠지만 개혁 이후엔 차트 진입이 어려워졌다. 팬층이 탄탄하고 대중들에게 유명한 인기 가수는 차트 개혁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신인 가수들에게는 타격이 크다. 이하은(서울시 서초구·22) 씨는 “음원 차트 개혁이 시행된 후 아무리 스트리밍을 열심히 해도 차트에 진입하기가 어렵다”며 “사람들이 많은 1시부터 6시 시간대에 음원을 공개하니 팬층이 탄탄하지 않거나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으면 차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원 차트 개혁은 차트 줄 세우기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음원 차트 개혁은 결국 아이돌과 그 팬들을 겨냥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5분마다 음원 경쟁을 시키는 5분 차트,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일간 차트, 주간 차트 같은 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 차트 줄 세우기가 과도한 음원 경쟁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 믿을 만하다고 여겨지는 가온차트(국내 최초의 대중음악 공인차트 사이트)에서 더 구체적이고 폭넓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종합차트를 만드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원이 상업화되고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를 쉽게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러한 문제점들은 합법적인 시장의 논리, 자본의 논리를 바탕으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결국 근본적인 것은 음원 사이트의 도의적인 각성과 이용자들의 재고이다. 더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의 개입도 있어야 한다. 정부부터 유통사, 그리고 이용자들까지 모두의 노력이 모여 좀 더 건강한 음원 시장을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김노을 기자
doce26@cbnu.ac.kr








김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