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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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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노을 & 주민준
익숙함과 편안함에서 새로움과 재미까지
제 929 호    발행일 :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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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 유행했었던 떡볶이 코트, 나팔바지, 멜빵바지 등의 패션은 돌고 돌아 지금 다시 유행하고 있다. 비단 패션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방송, 게임, 음식,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를 추억하고, 다시 현재로 소환하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과거의 것을 촌스럽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를 그리워하고, 이를 흉내 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행으로 자리 잡은 레트로


  레트로(Retro)란 회상,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이다. 과거의 체제와 전통이 그리워 다시 현실에 되살리려는 ‘복고주의’와 같은 말이다. 이러한 레트로는 하나의 유행처럼 퍼져 레트로 패션, 레트로 게임, 레트로 디자인, 레트로 음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레트로 열풍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쏘아 올렸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특히 드라마에서 사용된 소품들은 큰 화제가 됐다. 그 시대에 실제 사용했던 전화기, 가전제품, 먹었던 과자, 음료 등이 드라마에 그대로 등장했던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레트로 소재를 다룬 드라마 중 가장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후에도 <무한도전 토토가>, <국제시장> 등 복고를 배경으로 한 방송과 영화가 계속해서 나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레트로 유행에 대해 “그 당시 상당수의 사람에게 인기 있고 유행했던 상품, 서비스 등이 재조명받는 것”이라며 “당시를 살아온 사람에게 복고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게 하고, 일체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대로 젊은 세대에게 복고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의 발견이고 과거를 이해하는 기회를 준다”며 “결국 복고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과거를 재해석한 마케팅

  레트로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과거의 서비스나 제품을 현재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재해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주조는 70년대 상표 디자인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소주를 출시했다. 또한, 소주병의 용량을 대용량으로 해 40~50년 전에 유통됐던 ‘됫병 소주’를 연상케 했다. 이러한 레트로 마케팅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제품은 출시 1년여 만에 6,500만 병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기업들은 레트로 마케팅을 통해 단종됐던 제품을 재출시하기도 한다. 2005년 출시 당시 20일 만에 매출액 30억 원을 기록했던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토마토마’는 2006년 단종된 이후 재출시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지난해 재출시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아이스크림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하이트진로는 22년 만에 크라운 맥주를 재출시해 보름 만에 24만 캔이 모두 팔렸으며, 롯데푸드는 1962년 출시됐던 아이스바 ‘삼강하드’를 46년 만에 재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패션도 레트로 마케팅이 활발하다. 큼지막한 브랜드 로고가 박힌 티셔츠, 왕잠자리 안경, 워싱 데님 등 과거에 유행했던 패션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올해 아디다스, 휠라, 앤드지 등 유명 브랜드들은 색상, 무늬 등 복고적인 요소를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트로 패션을  선보였다. 김아영(대전광역시 서구·22) 씨는 “레트로 패션은 과거에 유행했던 것이지만 촌스럽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오히려 지금의 옷들보다 더 독특하고 개성 있는 느낌을 줘서 자주 입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업들이 레트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심리적 안정감에 있다. 한번 출시된 제품이거나 익숙한 제품들은 소비자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자연스럽게 호감을 형성시킨다. 특히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이 이미 형성돼있어 브랜드 홍보에 필요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다. 레트로 마케팅은 적은 비용으로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레트로

이제 레트로를 더 이상 TV 화면 너머로만 보지 않아도 된다. 전시회, 카페, 소품샵 등 우리 주변의 장소에서도 충분히 그 시절 유행했던 물건을 볼 수 있고, 레트로 감성에 빠질 수 있다. 기자가 직접 방문한 3곳은 ‘레트로 컨셉’의 전시회, 카페, 소품샵이지만 장소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레트로를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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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희다’

  서울시 논현역 4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희다’는 지난해 7월에 개업한 우유 카페다. 카페 희다의 나두리 대표는 “어려서부터 우유에 뭔가를 타 먹는 것을 좋아해 우유카페를 개업하게 됐다”며 “우유에서 떠오르는 흰 이미지에서 ‘희다’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그에게 이 단어는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카페 희다의 외관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외관의 소품을 감상한 후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이 펼쳐진다. 세월이 묻어나는 우유 냉장고와 찬장, 꽃무늬 상과 방석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게 내부에 있는 대부분의 가구는 나두리 대표의 할머니 댁에서 가져왔다. 오랜 시간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가구들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카페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는 우유병은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커피, 홍차, 말차 등 다양한 맛의 우유는 골라 먹는 재미를 준다.
  카페에 방문한 이은영(서울시 노원구·22) 씨는 “학창시절 방학을 이용해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의 느낌이다”며 “옛 기억을 주제로 기분 좋은 수다가 이어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나두리 대표는 “이곳이 먼 옛날의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자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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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소통공간 ‘주주’

  청주시 상당구 수동, 한적한 골목길에 있는 주주의 외관은 단정했다. 레트로 소품샵답게 내부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했다. 주주를 운영하고 있는 조아라 대표는 “저는 어린 시절 장난감을 매우 좋아했고, 지금도 그때의 장난감을 좋아 한다”며 “이 때문에 장난감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고 제작해 판매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게에 가득 차 있는 소품들과 장난감은 1980~90년대의 것들이다. 청록색과 분홍색의 내부, 익숙한 장난감, 잔잔한 음악 등 주주가 지니고 있는 레트로 분위기는 독보적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끌려 주주에는 주로 20~30대 여성들이 찾아온다. 또한 소품 제작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주주를 공동운영하고 있는 김현묵 대표는 “주주에는 20~30대뿐만 아니라 10대 손님도 많이 찾아온다”며 “1980~90년대에 인기가 있었던 장난감, 소품이 지금의 10대에게도 인기가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고 밝혔다.
  주주에서는 레트로 소품 구입 이외에도 소품제작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많은 일러스트레이터, 순수미술가, 디자이너 등 관련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김현묵 대표는 “주주를 어려워해서 구경하러 들어올 때도 머뭇거리는 손님들이 있다”며 “그럴 필요 없이 많은 분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주주를 방문해 구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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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만나는 곳 ‘만나오락실’

  부산의 번화가 서면, 롯데백화점 청년두드림 1층 갤러리로 가면 레트로 전시회, ‘만나오락실’을 만나볼 수 있다. 만나오락실은 청년들의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부산문화재단 청년문화팀 ‘두유노클럽’에서 마련한 전시회다.
  전시회는 크게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흥미로운 레트로 물건을 전시한 ‘다락방 Zone’과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과 게임기를 체험할 수 있는 ‘게임 Zone’으로 구성돼있다. 다락방 Zone에는 옛날 책상과 의자, 가방, 딱지, 타자기 등의 소품과 옛날에 출시됐던 라면, 음료 등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전시품들이 있다. 게임 Zone에는 과거에 즐겼던 마리오, 팩게임, 플레이스테이션 등 다양한 게임을 무료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부산문화재단 청년문화팀 김슬기 담당자는 “레트로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어떻게 전시를 해야 할까 고민하다 시대에 맞춰서 기획했다”며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와 동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전시를 관람한 김상훈(부산광역시 동구·31) 씨는 “전시된 물건들을 보니 내가 옛날에 사용했던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며 “내가 사용했던 물건을 보면 그때의 추억에 빠져들었고, 그렇지 않은 물건을 보면 신기했다”고 전했다.
  김슬기 담당자는 “이번 전시는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기획했지만 가족, 친구, 연인 등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찾아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앞으로 두유노클럽은 만나오락실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노을 기자
doce26@cbnu.ac.kr
주민준 기자
offside073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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