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1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날, 주변 사람들은 축하와 함께 장미와 향수를 선물한다. 성년의 날에 향수를 선물하는 이유는 ‘좋은 향기처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향수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긍정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최근 들어 점점 다양하고 독특한 향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향수’에 대해 알아보자.
향수의 역사와 종류
향수(Perfume)의 어원인 ‘per-fumare’는 라틴어로 ‘연기를 내어 통과한다’는 의미이다. 향수의 시작은 약 5,000년 전 사람들이 신을 위한 제사에 앞서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는 의미로, 향기 나는 나무의 가지를 태우고 잎으로 즙을 내어 몸에 바르던 종교적인 의식에서 시작됐다. 향수의 재료가 되는 향료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4세기 후반으로, 중국에서 유학한 승려들을 통해서였다. 신라에서는 향료의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당시 귀부인들이 수입된 향료를 주머니에 담아 지니고 다녔다. 근대적 의미의 향수는 14세기 헝가리에서 향료를 알코올에 녹인 형태로 처음 등장했고, 우리나라에 알코올 향수가 들어온 것은 19세기였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향수는 대부분 부향률에 따라 구분된다. 부향률은 향수에 향수 원액이 포함된 비율로 부향률이 높을수록 향의 지속시간이 길고 향이 진하다. 향수는 부향률이 큰 순서에 따라 ▲파르푕 ▲오 드 파르푕 ▲오 드 투알렛 ▲오 드 코롱으로 분류된다. 파르푕의 부향률은 15~40% 정도이고 향이 6~7시간 정도 지속된다. 오 드 파르푕의 부향률은 10~20%로 파르푕에 비해 향이 약하고 5~6시간 정도 지속된다. 오 드 투알렛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향수로 부향률이 5~15% 정도이며 2~3시간 정도 지속된다. 오 드 코롱은 향수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 이용하기 좋은 향수로, 부향률은 5% 정도이며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속된다.
또한, 향수는 향의 생성부터 소멸까지 단계별로 발향되는 특징이 있는데 ▲탑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로 단계가 구분된다. 헤드 노트라고도 하는 탑 노트는 향수를 뿌린 직후부터 약 30분 동안 느낄 수 있는 향이다. 상쾌한 느낌의 시트러스 계열, 자연스러운 느낌의 그린 계열과 같이 가벼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고 휘발성이 강한 향료들이 탑 노트에 사용된다. 탑 노트가 끝남과 동시에 1시간 정도 지속되는 향을 미들 노트라고 부른다. 이는 향수의 구성 요소들이 조화롭게 배합을 이룬 향의 중간 단계로서 하트 노트, 소울 노트라고도 한다. 미들 노트에는 플로랄 계열, 오리엔탈 계열 등 탑 노트에 비해 육감적이고 개성이 명확한 향료가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라스트 노트라고도 불리는 베이스 노트는 미들 노트 이후에 향이 완전히 날아가기 전까지를 의미하며 주로 대중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은 향료가 많이 쓰인다.
향기 공방 ‘피우다’의 정미진 대표는 “하나의 향수는 3가지 노트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연출하고자 하는 향에 따라 수많은 향료들을 조합해 만든다”며 “여성은 향긋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플로랄 계열의 향수를 즐겨 찾고 남성은 시원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를 좋아하지만, 상쾌한 느낌을 연출하는 프레시 계열의 향수는 성별이나 계절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뻔하지 않은, 다양하고 독특한
향수 시장이 넓어지면서 점차 다양한 향수가 출시됐다. 이에 따라 대중적인 향에서 벗어난 ‘이색 향수’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향수 브랜드 ‘데메테르’는 지난해 ‘고양이 털’ 향수를 출시했다. 이 향수는 고양이 뒷덜미에서 나는 포근한 향을 재현해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이외에도 데메테르는 ‘흙먼지’, ‘눈’, ‘크레용’ 등 독특한 향수를 출시했다.
이러한 이색 향수는 국내에서도 출시되고 있다. 지난 8일, 교보문고는 국내 출판서점 업계 최초로 시그니처 향수 ‘책향’을 출시했다. 이 향수는 교보문고 매장 내에서 맡을 수 있는 향기로 울창한 나무숲을 거니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에 앞서 문학 굿즈 업체인 ‘글입다’는 작가와 작품에서 느껴지는 정취를 담은 ‘북퍼퓸’ 향수를 출시했다. ‘책에 뿌리는 향수’ 혹은 ‘책에서 영감 받은 향수’라는 뜻의 북퍼퓸은 윤동주, 백석, 한용운, 김소월 등 한국 대표 작가 시리즈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 <빨간 머리 앤>과 같은 세계 명작 시리즈를 출시했다. 지난달 초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사흘 만에 1,200병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독특하고 다양한 향을 지닌 이색 향수 뿐만 아니라 ‘사연’을 담은 향수도 출시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고양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통일향수전’이 개최됐다. 이 향수전에서는 이산가족 어르신 다섯 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냄새와 추억의 향기가 재현됐다. ‘한여름 산딸기 향’, ‘대동강 솔 향’, ‘옥수수 향의 추억’, ‘해주 바다 내음’, ‘명사십리 해당화 향’ 등 5가지 고향의 향기를 선보였다. 김예진(대전광역시 서구.24) 씨는 “머릿속에만 있던 추억을 이렇게 향수로 만든다는 게 놀랍고 신기하다”며 “이산가족의 사연을 담은 향기라서 그런지 이 향기를 맡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나만의 향수 만들기
이제 더 이상 나에게 맞는 향수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우리 주변의 향수 공방에서 손쉽게 나에게 맞는 향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직접 향수를 제작하기 위해 지난 3일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천연 화장품 공방 ‘럽미솝’을 찾았다.
1. 향 고르기
향수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이 선호하는 향을 고르는 일이다. 향수를 제작하는 원료인 오일은 크게 에센셜 오일과 프로그랜서 오일로 나뉜다. 에센셜 오일은 조작되지 않은 천연 향이다. 반면 프로그랜서 오일은 여러 가지 에센셜 향을 섞은 오일로 프로그랜서 오일 자체만으로도 향수가 된다. 가게 안에는 10여 가지의 에센셜 오일과 40여 가지의 프로그랜서 오일이 있었다. 이 향들을 전부 다 시향해보고 자신이 원하는 향을 선택하는 것이 향수 제작의 첫 단계이다.
2. 블렌딩
다음은 선택한 에센셜 오일과 프로그랜서 오일을 섞어보는 ‘블렌딩’ 단계이다. 오일을 섞었을 때 어떤 향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으므로 블렌딩 작업을 통해 최대한 자신에게 맞는 향의 배합비율을 찾아야 한다. 블렌딩 방법은 간단하다. 종이컵에 오일을 일정한 비율로 선호에 따라 섞으면 된다. 다만 진한 향은 비율을 낮게 하고 연한 향의 비율을 높게 해서 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3. 향 섞기
블렌딩 단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향의 배합비율을 찾았다면 이제 마무리 단계다. 30ml의 향수병에 향 4.5g과 향수 베이스 24g을 넣는다. 향 4.5g은 자신이 블렌딩한 향의 비율에 맞춰 넣는다. 향수 베이스는 에탄올, 정제수, 유화제 등이 혼합된 액체로 향수의 지속력과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향과 향수 베이스를 넣고 잘 섞기만 하면 나만의 향수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한 향수는 향이 안정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2주 동안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 또한, 정해진 유통기한은 없지만 변질될 수 있으므로 1년 이내에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김노을 기자
doce26@cbnu.ac.kr
주민준 기자
offside0731@cbnu.ac.kr








김노을 & 주민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