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고른 이모티콘 하나, 백 마디 말보다 낫다’요즘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오가는 말이다. 특수기호를 활용해 사람의 표정만을 표현하던 과거 이모티콘의 유행은 지났다. 캐릭터화 된 지금의 이모티콘은 표정뿐만 아니라 움직임까지 지니면서 보다 생동감 있게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쉽게 사용하고, 다양하게 표현하고
이모티콘은 이메일과 인터넷 게시판,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 메시지가 보편화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글자로 전달하기 어려운 감정을 경제적이고 편리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모티콘 사용이 빠르게 확산됐다. 처음 유행한 이모티콘 형태가 웃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이모티콘을 ‘스마일리’라고도 부르며, 순화 용어로는 ‘그림말’이라고 한다.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만 주고받던 시절에는 한글의 자모를 활용한 이모티콘이 주로 사용됐지만,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지금은 표정과 행동은 물론 특정 사물을 형상화한 유희적 이모티콘까지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해지고 사용 영역도 넓어졌다.
2015년 트렌드모니터가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는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바일 이모티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모바일 이모티콘을 일상적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31.3%는 ‘유료 모바일 이모티콘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강덕경(대전광역시 서구·21) 씨는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긴 문장을 입력하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참신하고 재밌는 아이디어를 가진 이모티콘은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바일 이모티콘이 대중화되고 나아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게 된 데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과 ‘카카오톡’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은 2011년 ‘라인캐릭터 스티커(라인에서 이모티콘을 칭하는 용어)’를 개발했다. ‘라인프렌즈’로 잘 알려진 캐릭터 스티커는 메신저로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캐릭터 그림에 다양한 감정과 재미있는 표정을 담아냈다. 스티커가 출시된 이후 라인 가입자 수와 스티커 전송량이 크게 증가했다. 라인은 2016년 기준 26만여 종의 스티커를 판매하고 있으며, 전 세계 약 2억 명의 메신저 이용자가 매일 3억 8,900만 개의 스티커를 전송한다고 밝혔다.
라인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톡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카카오톡은 지난 2011년 강풀, 이말년 등 유명 웹툰 작가 4명의 작품과 뿌까, 배드마츠마루 2개의 캐릭터를 활용한 6종의 이모티콘을 선보이며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출발을 알렸다. 이후 2012년에는 ‘카카오프렌즈’라는 캐릭터 브랜드를 출시했는데, 카카오톡을 상징하는 색상인 노란색을 강조하는 디자인과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와 더불어 연예인과 방송 프로그램 속 유행어, 일상생활 속의 모습 등 다양한 주제의 이모티콘이 출시되면서 현재도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 등록된 누적 이모티콘 상품은 5,500여 개이며 매달 이모티콘으로 전송되는 메시지 수는 20억 건에 달한다. 또한 지난 6년간 총 1,700만 명이 이모티콘을 구매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두 메신저의 캐릭터 기반 이모티콘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캐릭터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각 메신저 사는 캐릭터를 활용한 인형이나 피규어부터 의류, 주방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제작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거나 브랜드 정규 매장을 통해 위탁판매하고 있다. 김수진(서울특별시 중랑구·23) 씨는 “캐릭터 브랜드 스토어를 방문해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며 “많은 종류의 상품들이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마케팅을 주도하다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면서 마케팅을 목적으로 여러 기업들이 이모티콘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보험회사인 동양생명은 자사 캐릭터인 ‘수호천사’를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동양생명의 카카오톡 계정과 친구를 맺으면 무료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가 입소문을 타면서 수호천사 이모티콘은 2주 동안 8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외식업체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유명 웹툰 작가와 힘을 합쳐 홍보용 이모티콘을 제작했다. 웹툰 속 주인공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대표 상품인 ‘부시맨’ 빵을 먹으며 인사하는 모습의 이모티콘이다. 이 이모티콘은 출시 2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또한 스마트폰 게임 캐릭터를 제작하던 중소 디자인 업체들이 직접 이모티콘 제작에 뛰어드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인기순위에서 상위권에 있는 이모티콘은 하루에 수 천개가 팔린다”며 “게임 캐릭터를 디자인해 기업에 판매했을 때보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모티콘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의 홍보를 위해 제작한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 지난 4월 충청남도 청양군은 지역의 관광 마스코트인 ‘황금복거북이’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총 16종의 이모티콘에는 다양한 표정의 캐릭터와 함께 청양군의 관광명소인 칠갑산과 장곡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이는 높은 실용성을 가진 이모티콘을 많은 사람에게 배포해 효과적으로 지역을 홍보한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나만의 감성을 담은 그림으로
최근에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DIY(Do it yourself) 이모티콘’을 직접 제작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뿐만 아니라 개인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음원 등에서도 이모티콘의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자신의 개성을 담은 이모티콘을 원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DIY 이모티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개인의 이모티콘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단기과정으로 이모티콘 제작을 가르치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라인은 2014년 누구나 자신이 디자인한 스티커를 유통시킬 수 있는 ‘크리에이터스 마켓’의 운영을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723명이 회원가입 했고 106개의 캐릭터가 등록됐다. 지난해 기준 크리에이터스 마켓에 등록된 크레에이터 수는 세계 230개국 72만 여명에 달한다. 또 다른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은 자신이 제작한 스티커를 메신저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채팅창에서 서로 다른스티커의 공유도 가능하다. 이처럼 각 메신저에서 요구되는 상품 유형과 제작 과정을 준수해 최종 승인을 받는다면 누구나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카카오가 공개한 카카오톡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모티콘을 보면 ‘오버액션 꼬마토끼&꼬마 곰’, ‘급하개?바쁘개?조개?’, ‘오늘의 짤’, ‘대충 하는 답장’ 등 그림 실력보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러한 인기 이모티콘을 만들어낸 작가 중에는 억대의 수입을 기록한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OQG마켓의 뿌니작가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으면 이모티콘 제안이 가능하다”며 “요즘 유행하는 이모티콘을 보면 아이디어를 단순화해서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들의 필수품이 된 이모티콘. 이모티콘의 활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수많은 작품이 그들만의 특징을 갖고 등장하고 있다. 우리도 다양함을 바탕으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작은 그림을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민준 자기
offside0731@cbnu.ac.kr
뿌니작가가 제안하는 나만의 캐릭터 이모티콘 제작과정








주민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