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감상하는 것은 무겁고 엄숙하다. 하지만 이러한 명화를 패러디한 작품은 무겁지만은 않다. 명화의 의미를 넘어 우리에게 재미와 함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원작만큼이나 매력적인, 그리고 우리의 삶 곳곳에 있는 명화의 패러디들,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살펴보자.
명화는 또 다른 명화를 만든다
명화는 명화를 낳는다. 이는 과거에 만들어진 명화가 후대에 만들어지는 미술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등의 명화는 많은 화가에게 영감을 줬고 수없이 재해석되고 재창조됐다.
특히 모나리자는 원작뿐만 아니라 이를 재해석한 작품들도 유명하다. 1919년 마르셀 뒤샹은 모나리자 그림엽서에 콧수염을 그려 넣은 <L.H.O.O.Q>를 발표해서 미술계를 뒤집어 놓았다. <L.H.O.O.Q>는 프랑스어로 해석하면 ‘그녀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졌다’로, 전통적인 예술을 조롱한 작품이다. 1973년에는 페르난도 보테로가 자신이 재창조한 모나리자를 발표했다. ‘뚱뚱한 모나리자’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풍만한 양감, 밝은 색채, 구도와 비례의 무시 등 독특한 화풍이 돋보였다. 기존에 알고 있던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가 아닌, 보테로의 모나리자만의 미소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모나리자는회화뿐만 아니라 거리의 벽화로도 패러디됐다. 2001년 영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는 <로켓 발사하는 모나리자> 그래피티를 그렸다. 뱅크시는 신비로운 미소의 모나리자가 로켓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림을 통해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이러한 명화의 재해석은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종우 작가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환조와 부조를 이용해 조각에 회화를 결합시켜 명화를 재해석한다. 그는 주로 동양화, 그중에서도 신윤복의 회화에 주목했다.
하종우 작가는 “신윤복의 회화는 양반들의 뒷 세계, 벼슬아치의 부정부패 등을 그린 당시에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회화”라며 “신윤복의 회화를 보면서, 과거의 사람들과 현재의 사람들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신윤복의 회화를 재해석해서 그린 신윤복 시리즈에는 젊은 현대 여성이 등장한다. 이 여성은 작가의 분신이자, 회화 속 상황의 대변자, 조력자, 해석자 역할로 관계성이 표현된다. 이 여성과 신윤복의 회화를 조화시켜 작가만의 표현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명화를 차용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은 가벼운 느낌이 들고, 관람객들의 이해가 더 쉽다”며 “앞으로도 관람객들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이제 명화는 광고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데, 명화를 광고에 등장시키는 것은 아트 마케팅의 일종이다. 아트 마케팅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예술을 접목시켜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2007년부터 LG전자는 명화를 이용한 아트 마케팅을 시작했다. 앙리 마티스, 반 고흐, 폴 고갱 등의 명화를 활용해 명화 속의 인물들이 CM 송을 부르고, 명화 속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배치해 상업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광고를 만들었다. LG전자의 명화 시리즈 광고는 이러한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9년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대상을 받았다. 2013년 르노 삼성 자동차의 아트 컬렉션 광고 역시 반 고흐, 신윤복의 회화를 차용해 광고를 만들었다. 두 광고는 시기와 제품이 모두 달랐지만 명화를 통해 제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로는 명화를 이용한 광고가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2014년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명화를 패러디해 참신한 광고를 만들었다. 이 광고에 패러디된 명화는 밀레의 <만종>,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신윤복의 <월하정인>, 고구려 고분벽화인 <수렵도>로 각 명화 속에 배달원을 위치시켜 어디든 배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광고들을 단순히 명화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고 재창조시켰다. 덕분에 광고 조회 수는 400만 건을 돌파했으며, ‘대학생이 뽑은 좋은 광고’ 대상, 광고홍보학회선정 ‘올해의 광고상’, 서울영상광고제 ‘TVCF 어워드2014’ 그랑프리상 등 광고상을 휩쓸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울대 경영학부 김상훈 교수는 “명화들은 진지하고, 엄숙하게 관람하는 것을 요구하지만 이를 재미있게 패러디한 광고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인상에도 강하게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에 명화를 이용하게 되면 사람들이 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거나, 무엇이 달라졌나 확인하는 경향을 보여 결과적으로 광고에 사람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아놓는다”고 밝혔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만화
만화캐릭터가 명화의 주인공이 됐다. 브라질의 만화 거장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가 자신이 만든 캐릭터 ‘모니카와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한 ‘모니카와 떠나는 세계명화 여행전’이 지난 7월 23일부터 오는 26일까지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모니카와 세계명화 여행전은 사람들에게 명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회이며,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진행해 약 30만 명의 어린이들이 관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전시 이전에 전국 6개 도시에서 전시회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모니카와 친구들 캐릭터를 넣은 명화 51점, 조각 3점, 만화 관련 드로잉 도서 200여 점 등 총 25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패러디한 명화도 이집트, 중국,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총 15개국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뭉크의 <절규>, 김홍도의 <서당>, 요하네스 페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의 명화를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인 모니카는 브라질의 대표 캐릭터로, 60여 년이 넘게 브라질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모니카는 씩씩하고 당찬 여자아이이며, 나쁜 짓을 한 사람을 혼내주는 미워할 수 없는 골목대장 캐릭터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모니카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모니카의 친구들 역시, 각각의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원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모니카의 친구인 ‘매기’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캐릭터로, 미켈란젤로의 <바쿠스>와 같이 음식이 나오는 회화에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명화의 특징과 캐릭터들의 개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를 비교하며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다. 한지희(경기도 의왕시·36) 씨는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 명화를 적절히 조합한 것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명화 패러디를 통해 아이들이 명화를 재밌게 배우는 것에 중점을 뒀다. 서울 이전 전국 6개 도시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워크북을 제작했다. 워크북에는 각 나라의 미술관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지도, 전시회 퀴즈 등의 독특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서형원 실장은 “이번 전시회는 아이들의 미술 교육을 위해 시작된 전시지만, 어느 정도 미술 지식이 있는 성인들도 재밌게 관람하는 전시”라며 “성인이든 어린이든 이번 전시회를 통해 명화에 대해 활발히 대화하고, 재밌게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명화를 재해석해 새롭게 탄생한 작품들은 사람들이 명화를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명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때문이다. 이 명화 패러디물은 우리 삶 속에 벽화, 광고 등으로 변형돼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더 이상 명화는 멀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 우리의 곁에 스며들어 있다.
김노을 기자 doce26@cbnu.ac.kr
김하연 기자 kkhhyy9802@cbnu.ac.kr








김노을 & 김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