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전시회하면 벽에 걸린 그림이나 사진 등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런 평면적인 전시를 벗어나 다양한 기법으로 관람객과 소통하는 전시회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대중매체를 미술에 도입해 실감나는 전시를 보여주는 ‘미디어아트’와 착시 현상을 이용해 평면인 그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트릭아트’ 전시회이다. 다양한 기법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전시회에 대해 알아보자.
대중매체로 재탄생되다
미디어아트는 현대의 주요 정보전달 수단인 사진, TV, 컴퓨터 등의 기술을 예술에 접목한 것을 말한다.
미디어아트의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백남준을 들 수 있다. 그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며 TV와 비디오를 활용해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는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인공위성을 이용해 TV로 상호 소통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미디어아트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아트, 웹아트, 넷아트, 인터렉티브아트 등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VR, AR, 홀로그램,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을 접목한 미디어아트도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에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대형스크린이 설치된 건물에 프로젝션 맵핑(대상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시하는 기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파사드가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공공미술, 기업의 상업적인 광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도시를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랜드마크로도 이용된다.
회화 전시가 한정된 시간과 공간을 활용한다면 미디어아트는 현실 세계, 가상현실 등 무한한 공간과 시간, 이미지를 활용한다. 경희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김혜경 교수는 “미디어아트는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 건축 등의 분야와도 접목하고 있어, 앞으로 예술, 기술, 산업 등 여러 방면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홍도의 시선 속으로
대부분의 미디어아트 전시는 서양화의 아름다운 색채와 풍경을 미디어로 재구성한 것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 화가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재구성한 전시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18일부터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홍도 Alive’전시회가 그것이다. ‘김홍도 Alive’는 조선시대 천재 화가 김홍도의 작품과 생애를 시선(視線)의 여정으로 풀어낸 복합 미디어아트로 내년 2월 24일까지 전시회가 이어진다. ‘김홍도 Alive’는 그림 속 대상을 바라보는 김홍도의 시선 변화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김홍도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시선과 공간이 어우러진 다섯 가지 테마 공간으로 이뤄졌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박달나무 언덕’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박달나무로 만든 사각 프레임들이 세워져 있는데, 한쪽 벽에는 김홍도가 그린 <단원도>, <삼공불환도> 등이 있고, 다른 한쪽 벽에는 문인 사대부의 시와 음악이 흐르는 풍류공간이 있어 그림 속 내용을 현실에서 느낄 수 있게 구성했다.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이색 설치물로 구성된 ‘궁궐’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김홍도와 조선시대 22대 임금인 정조의 실시간 가상 메신저 대화를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정조는 임금의 행렬을 바라보는 백성들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김흥도에게 물었고, 김홍도는 자신이 그린 <시흥환어행렬도>를 정조에게 보내며 그림에 담긴 백성들의 표정을 설명했다. 다음은 ▲‘금강산’ 공간으로 금강산의 산수를 그린 <금강사군첩>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영상을 보며 걷다 보면 <행려풍속도 8곡병>을 8개의 대형스크린에 접목한 ▲‘저잣거리’ 공간이 나오고, 바로 옆에는 ▲‘단원의 방’으로 <포의풍류도>(그 외 작품 없음) 작품이 전시돼 있다. 모든 공간을 관람한 한재은(인천광역시 부평구·26) 씨는 “정조와 김홍도가 메신저로 대화하는 ‘궁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조선시대 김홍도의 그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재밌고 이색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김홍도의 작품은 가로 26.9cm, 세로 22.2cm인 <씨름>처럼 크기가 대부분의 매우 작다. 이처럼 작은 크기의 작품들을 대형스크린에 접목해 입체적으로 변환하려면 몇 가지의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작품 속의 인물과 사물을 하나씩 컴퓨터 그래픽으로 다시 그린 후, 3D 작업을 통해 그림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악과 조명효과를 넣으면 대형스크린에서 살아 움직이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홍도 Alive’의 총괄 매니저를 맡고 있는 한란희 팀장은 “이전의 평면적인 회화 작품 전시만 봤던 사람은 미디어아트 전시가 생소할 수 있다”며 “전시를 보는 관람객이 김홍도의 시선으로 그의 작품을 보면서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의 눈을 속이다
트릭아트란 착시 현상을 이용해서 평면인 그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예술이다. 쉽게 말해 평면인 그림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해 관람객이 그림 속에 들어가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예술을 말한다.
트릭아트는 일본의 겐즈 가르무네가 창시했으며, 그가 설립한 SD회사가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열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사용된 미술기법들이 결합돼 현재의 트릭아트가 만들어졌다. 전통적으로 사용된 미술기법은 오브제(생활에 쓰이는 여러 종류의 물건을 작품에 이용한 기법)와 사실적인 표현을 극대화 시키는 극사실주의(평면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기법)가 포함됐다. 또한 인상주의 화가들이 르네상스 회화를 모사했던 것처럼 원화를 패러디 하는 기법이 있다.
트릭아트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원리는 원근법과 음영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원근법은 3차원의 물체가 위치하는 공간과의 관계를 2차원적 평면에 묘사하는 기법이며, 음영법은 빛과 그늘의 밝고 어두운 차이를 이용해 2차원적 평면에서도 물체가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원근법과 음영법을 사용하면 입체적인 특정 부분이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시각적 환영 효과를 만든다. 이를 위해 투명도가 높은 특수 도료(물체의 표면에 칠해져 고체막을 만드는 유동성 물질)을 사용해 얇은 피막의 층을 만들어 빛의 굴절 및 반사를 일으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트릭아트는 대중에게 작품을 직접 즐기며 사진도 촬영할 수 있는 능동적인 체험형 예술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학교 디자인학과 장재일 교수는 “트릭아트는 작품이 착시 효과를 통해 실제와 다르게 보이도록 만드는 예술”이라며 “사람들은 착시현상을 경험하며 속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급법과 음영법 등의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어려운 미술 작품을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어 예술교육에 활용하기 좋다”고 전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위치한 트릭아이뮤지엄은 3D착시미술 전시관으로, 관람객이 착시효과를 이용해 주인공이 되는 신개념의 문화 엔터테이먼트 공간이다.
트릭아이뮤지엄은 ▲명화관 ▲판타지관 ▲싱크로존 ▲베스트 트릭아이 ▲워터월드관로 이뤄져 있다. 명화관은 <모나리자>,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등의 명화가 그려져 있으며, 판타지관은 동화 속 장면을 트릭아트 기법으로 그려놓은 공간이다. 그 옆으로는 야외풀장을 그린 싱크로존과 관람객이 선정한 베스트 트릭아트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마지막으로 워터월드관은 수중세계를 표현한 그림으로, 전시된 작품 중에 가장 크게 그려져 사람들에 시선을 압도한다. 트릭아이뮤지엄을 관람한 양현지(아산시 신창면·21) 씨는 “트릭아트는 회화 전시와 달리 작품에 대한 해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전시라서 편안히 작품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릭아트 작품을 전시한 트릭아이뮤지엄은 착시현상을 이용해 관람객들이 작품과 함께 연출사진을 촬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핸드폰으로 트릭아이 어플을 다운받아 작품과 일정 거리를 두고 정해진 위치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면 AR(증강현실)체험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아노가 그려진 트릭아트 작품 앞에서 연주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찍으면 르누아르의 <피리부는 소년>이 옆에 함께 찍히는 것이다. AR체험을 하면서 전시를 관람한 이혜림(인천광역시 서구·21) 씨는 “트릭아이뮤지엄의 AR체험을 해보니 실감나는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을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김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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