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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연
담배공장에서 탄생된 미술관
제 938 호    발행일 :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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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의 4번째 미술관

  지난해 12월 과천, 덕수궁, 서울관에 이어 네 번째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하 청주관)이 문을 열었다. 청주관 개관은 2017년 3월 옛 담배공장으로 사용되던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하면서 시작됐다.
  1946년 설립된 청주 연초제조창은 3,000여 명의 노동자가 근무할 정도로 규모가 컸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2004년 문을 닫으며 오랫동안 폐업시설로 방치됐고, 청주시는 건물과 부지를 문화적으로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리고 이번 청주관 개관은 이러한 청주시의 노력에 국립현대미술관이 호응하며 이뤄졌다.
  청주관은 2011년 건립방안 연구를 시작으로 두 차례의 타당성 조사를 거쳤으며, 2017년 3월 시설 착공과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개관하게 됐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운영 준비를 위한 부서를 조직해 ▲현장조사 ▲운영 프로그램 연구 ▲전문가 자문 등을 진행했다.
  청주관의 미술품수장센터운영과 김재학 주무관은 “청주관은 중부권에 첫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으로서 ‘개방’, ‘소통’, ‘재생’의 취지를 가지며,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의 등장

  청주관은 기존의 과천, 덕수궁, 서울관과 달리 미술관의 분관보다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체 미술품을 보존, 수복하는 기능을 지닌 수장보존센터로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청주관은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으로 그동안 출입제한 구역이었던 수장고(귀중품을 보관하는 창고)와 보존과학실(유화 보존처리실 및 유기.무기 분석실)을 개방한다. 수장고는 누구나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개방 수장고’와 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로 나눠지며, 관람객에게 새로운 미적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본래 수장고는 작품을 수장하고 보존하기 위한 전문가의 영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하고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돼야만 하는 공간이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 청주관은 개방 수장고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온도와 습도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조각이나 공예작품 위주로 배치했으며, 회화작품처럼 온도와 습도 변화에 민감한 작품들은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유리창 밖에서만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김재학 주무관은 “청주관은 관람객에게 관리, 보존, 전시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청주관만의 역량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5층 규모인 청주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요 소장 작품 1만 3,000여 점이 전시돼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층은 개방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로 이뤄져 있는데 회화와 한국화를 제외한 공예, 조각 등 전 부문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아울러 데카르트를 로봇으로 제작한 백남준의 <데카르트>와 1만 개의 인물상이 손바닥으로 유리판을 지탱하고 있는 서도호의 <바닥>이 대표 작품으로 뽑힌다. 2층과 4층은 복도 중앙 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로 여러 회화 작품이 전시돼 있다. 3층은 ‘보이는 보존과학실’과 ‘라키비움’(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이뤄져 있어, 관람객은 손상된 미술품에 대한 보존.처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라키비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역대 출판물, 작가 파일, 채널 영상 등 다양한 도서와 자료를 갖춰 올해 하반기부터 관람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일반인의 작품 이해를 돕고자 청주관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문가의 강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청주관을 관람한 박수영(대구 달서구·50) 씨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덕수궁, 서울관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작품을 청주관에서 보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강승훈(청주시 상당구·57) 씨는 “예전에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한 경험이 있는데, 전시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며 “청주관에서 오디오 가이드북 같은 전시 작품 설명 프로그램을 관람객에게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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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현대미술 속으로

 
청주관은 개관을 기념해 3층에서 다음달 30일까지 ‘하이라이트 미술은행’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에서 왕성한 창작 활동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이하 미술은행) 대표 작가들의 작품 중 100여 점을 엄선해 선보인다. 미술은행이란 정부 예산으로 미술품을 구입한 뒤 정부기관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에 전시하거나 빌려주는 제도이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은 개방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에서 전시됐다. 대표 작품으로는 재개발지역에서 수거해 재구성한 오브제인 전준호의 <No 201701>과 버려진 도자 파편들을 에폭시(열경화성 플라스틱)로 이어 붙인 이수경의 <Translated vases 2014 TVW 18>이 있다. 이번 전시를 관람한 유재현(청주시 서원구·27) 씨는 “개방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후속 전시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미술은행은 이번 전시가 종료된 이후에도 후속 기획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청주관 5층 기획전시실에는 오는 6월 16일까지 개관 특별전 ‘별 헤는 날 : 나와 당신의 이야기’(이하 별 헤는 날)가 개최된다. 회화, 사진,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은 일상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그 속에 감춰진 보석같이 반짝이는 소중한 순간을 관람객에게 선보이기 위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강익중, 김수자, 최수앙 등 15명의 작가 작품 23점으로 구성돼 있다. ‘별 헤는 날’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은 청주관 1층 로비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강익중의 <삼라만상>이다. 이것은 3인치의 회화 작품 1만 점으로 하나의 거대한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어 5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전 세계 8개 도시에서 촬영된 사진인 김수자의 <바늘 여인>이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차이를 뛰어넘는 소통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외에도 정연두의 <내 사랑 지니>, 원성원의 <드림룸-배경>, 김상우의 <세대>, 이선민의 <트윈스>, 김옥선의 <해피투게더> 등이 가족과 이웃의 일상적인 삶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전시실의 마지막은 1,200여 점의 드로잉(drawing, 프랑스어 ‘데생’에 해당하는 미술 용어)들이 모여 거대한 은하계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김을의 <갤럭시>가 대미를 장식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옛 연초제조창이 미술관으로 재건설되기까지의 역사를 조망한 다큐멘터리 영상과 사운드 설치작품인 <정상에 선 사나이>, <파수꾼들>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전시를 관람한 강숙자(청주시 서원구·57) 씨는 “김수자의 <바늘여인>이란 작품에서 작가의 뒷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대부분의 전시된 작품이 작가의 생각을 잘 담아낸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청주관은 내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4,000여 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1,100여 점을 들여온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현대회화의 모험’ 전시가, 내년 상반기에는 이중섭,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근대미술 걸작 전시가 개최된다. 또한 청주국제공연비엔날레 및 지역미술관, 작가 레지던시(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하연 기자
kkhhyy9802@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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