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과의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우리 주변에서 와인을 쉽게 접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와인은 비싸고 즐기기 어렵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 낯선 언어로 쓰인 와인병의 라벨은 이해하기 어렵고,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고르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편견은 와인을 조금만 이해한다면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식수를 구하기가 어려워 대신 와인을 마셨을 만큼 와인은 특별한 귀족의 술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소주와 맥주만큼이나 서민적인 술이다. 와인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함께 와인을 알아보자.
넓은 의미로 와인은 과일즙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좁은 의미로는 100% 포도즙으로 만든 술을 일컫는다. 그래서 포도가 아닌 과일로 만든 와인은 와인 앞에 과일 이름을 붙여야만 한다. 예를 들면 사과로 만든 와인은 ‘사과 와인’, 감으로 만든 와인은 ‘감 와인’으로 부른다.
사람들이 언제부터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는지 알려주는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고고학자들은 고대 유적과 신화를 토대로 기원전 9,000년경인 신석기 시대 때부터 포도를 활용한 와인을 마셨다고 추정한다. 또한 와인에 대한 옛 문헌 기록 중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왕이 만든 ‘함무라비 법전’에는 포도주 양을 속여 파는 상인을 물속에 넣어 처벌한 기록이 있으며, 페르시아 잠시드 왕이 항아리의 포도가 상해서 독약으로 분류해 뒀는데 두통이 너무 심해 자살하려던 여인이 마시고 나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종류는 생산 국가에 따라 구세계 와인과 신세계 와인으로 나눠진다. 구세계 와인은 이탈리아, 독일 등 오랜 역사를 통해 전통적으로 와인을 만들어 온 유럽국가의 와인이다. 기원전 4,000년경부터 와인의 역사가 깊은 이탈리아는 와인의 종주국으로 불리며 세계 1위의 생산량을 자랑하고, 와인 생산국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독일은 날씨가 춥고 일조량이 부족해 알코올 함량이 낮은 와인을 생산한다.
신세계 와인은 과거 유럽열강의 식민지였던 국가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18세기부터 생산됐으나 정치·경제적 이유로 쇠퇴했다가 1950년대부터 활발하게 생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신세계 와인 생산국으로는 미국, 칠레 등이 손꼽힌다. 미국은 신세계 와인의 개척국가로 포도를 재배한 역사는 짧으나 지난 20년간 포도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해 세계 3대 포도 생산국이 됐다. 칠레는 남미 국가 중에서 기후와 토질이 포도재배에 가장 적합한 곳이며, 유럽의 포도재배 방식을 사용해 품질이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와인 1번지는 전국 제일의 포도 생산지인 충청북도 영동군이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과일의 성지로 불리는 영동에는 와인을 테마로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동 와인터널’이 있다. 영동 와인터널은 시음부터 체험까지 와인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와인 문화공간이다.
와인터널 입구에 들어서면 가득한 포도송이 모형으로 포도밭을 거니는 느낌을 주는 ‘포도밭 여행 전시관’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포도밭 여행 전시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도 생산 10개국의 대표색으로 빛을 비추고 포도재배 및 포도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포도밭 여행 전시관을 지나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와인의 유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와인 문화관’이 나온다. 이곳은 와인의 역사와 유물, 그리고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신화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만난 윤수철(영동군 양산면·23) 씨는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것만이 아닌, 와인의 역사와 신화 등 유익한 내용 덕분에 와인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와인 문화관 이외에도 와인터널에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대표 와인을 만날 수 있는 ‘영동 와인관’과 ‘세계 와인관’, 와인을 주제로 한 영화들의 명장면을 사진으로 걸어놓은 ‘영화 속의 와인’, 다양한 와인을 무료로 시음할 수 있는 ‘와인 체험관’, 영상 변화 시스템을 활용해 세계의 명사들과 와인을 마시는 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와인 포토존’, 별자리에 맞는 나만의 와인을 찾는 ‘나의 별자리’ 등이 있어 와인과 관련된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와인 체험관에서 와인을 시음한 김희정(영동군 황간면·46) 씨는 “우연히 영동을 여행하던 중에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오게 됐다”며 “다양한 와인을 맛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이곳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고 전했다.
영동군청 힐링사업소 운영팀 이보라미 주무관은 “영동 와인터널은 와인을 처음 접하는 관람객이 와인에 대한 정보를 얻고, 다양한 체험을 하며 와인과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운영 중점”이라고 말했다.
와인에 대한 편견만 없다면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와인을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와인을 고르고 마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
#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와인은 소주와 맥주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그러나 대형마트에 가면 저렴한 와인이 많다. 물론 마트에서 가성비 좋은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여기서 마구잡이로 골라서 마시기보다는 관심과 기록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즉, 마셨던 와인에 대한 느낌이 좋았다면 라벨을 사진으로 찍어놓거나 그 맛과 향을 기록해놓는 것이 좋은 와인을 고르는 최상의 방법이다.
와인을 마실 때는 와인을 잔에 따르고 코를 깊숙이 넣어 향을 맡는다. 한 모금 마신 후, 그 맛을 기억한다. 그 다음, 와인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거나 음식을 먹으며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 20~30분이 지난 후, 두 번째 모금을 마시고 처음의 맛과 향을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와인은 공기와 접촉한 시간이 많을수록 다양한 맛과 향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휘웅 와인칼럼니스트
최근에는 다양한 와인을 파는 비스트로형(제대로 된 공간에서 잘 만든 음식과 술을 같이 판매하는 것) 레스토랑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와인 중에도 1~2만 원대의 와인은 품질이 좋은 편이다. 이처럼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와인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와인을 마실 때는 온도를 유지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와인은 빛과 온도에 민감해 높은 온도에서 보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래서 와인은 종류와 상관없이 차게 마시는 것이 좋다. 레드 와인은 찬 상태에서 마셔야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면서 풍미가 화려해지고, 화이트 와인은 온도가 높으면 따뜻한 맥주 같은 맛이 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와인은 보통 구입 후 1~2년 내에 마셔야 하며, 섭씨 22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한다.
파스퇴르는 “와인은 가장 위생적인 음료”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현대에 와서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와인이 대장균, 살모넬라 등 식중독 원인균을 사멸시킨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아울러 와인에는 300여 가지의 영양소와 비타민, 무기질이 함유돼 있어 다이어트할 때 마시면 부족한 식사로 인한 영향 불균형을 방지한다. 무엇보다 와인은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옛날부터 그리스.로마 문명권에서는 와인을 민간요법이나 의약분야에 사용했다. 또한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와인에 물과 향료를 섞어 두통, 소화장애, 발열 등의 치료제로 사용했다.
와인은 의약품뿐만 아니라 화장품에도 활용된다. 와인의 폴리페놀 성분이 멜라닌 형성을 방해해 기미, 주근깨를 방지하는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레드 와인을 팩으로 만들어 얼굴 마사지를 하면 레드 와인에 함유된 AHA 성분이 각질 제거를 돕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부를 윤기 있게 가꿔준다. 레드 와인의 AHA 성분은 혈액순환도 활발하게 하므로 레드 와인으로 목욕을 하면 피로가 빨리 풀리고 면역력도 강화된다.
요리사나 주부들은 한 번쯤 와인을 사용해 요리를 해봤을 것이다. 레드 와인을 붉은 육류(소고기, 양고기)를 재우거나 조리할 때 넣으면 타닌 성분으로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고기의 잡냄새를 없애주며, 화이트 와인을 해산물 요리에 뿌려주면 비린내가 제거된다.
정휘웅 와인칼럼니스트는 “와인을 마시다 보면 입에 안 맞거나 질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남은 와인을 버리지 말고 와인 팩이나 요리에 사용한다면 와인의 쓰임을 다양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하연 기자
kkhhyy9802@cbnu.ac.kr








김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