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장에서 조용히 연극을 관람하고 있는데, 한 관객이 배우에게 말을 건다. 그런데 다른 관객도 배우에게 같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 이러한 행동은 보통의 연극 공연에서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 공연은 바로 관객과 무대의 벽이 허물어진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배우에게 말을 건 관객은 오히려 공연을 돕게 되는 것이다. 지금부터 활발한 이머시브 시어터의 매력에 빠져보자.
이머시브 시어터란?
이머시브 시어터란 ‘관객이 무대 위 배우의 연기를 수동적으로 감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공연’을 의미하며 관객 참여형 공연 또는 관객 몰입형 공연이라고도 불린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머시브 시어터는 관객 사이로 배우가 내려와 춤추고 노래하거나 관객이 연기에 참여하는 방식의 공연을 말한다.수원대 연극영화학과 양기찬 교수는 “이머시브 시어터에서 배우는 정해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공연에서 관객 참여를 유도한다”며 “이머시브 시어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관객과 배우 사이의 벽이 허물어져 관객이 직접 공연에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관객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머시브 시어터의 종류에는 ▲관객 참여형 연극 ▲관객 참여형 영화 ▲관객 참여형 전시 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관객 참여형 연극으로는 미국 브로드웨이의 ‘슬립 노 모어’가 있다. 2011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인 이 연극은 현재까지 9년 연속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슬립 노 모어’는 호텔의 다섯 개 층을 관객이 두세 시간 동안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관람하는데 특정 배우를 쫓아다니는 등 관람 방법이 다양하다. 그래서 이 공연은 같은 공연을 봤음에도 언제 어느 층에 있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객 참여형 연극 외에도 ‘관객 참여형 영화’와 ‘관객 참여형 전시’도 있다. 우선 관객 참여형 영화로는 2016년 스위스에서 제작된 ‘LATE SHIFT’가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학생인 Matt가 런던의 유명한 경매장에서 강도에게 협박당한 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데, 주인공의 행동을 관객이 직접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관객 참여형 전시는 2017년 우리나라 김수자 작가의 ‘마음의 기하학’이라는 전시회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 전시회에서는 입장하는 관객에게 찰흙 한 토막을 준다. 관객은 받은 찰흙으로 원하는 크기의 공 모양을 빚어 지름 19m의 넓은 테이블에 흘려보낸다. 이것이 전시의 전부다. 참관만 원하는 관객은 지나가면서 다른 관객이 참여하는 모습을 관람하면 되고, 직접 참여를 원하는 경우 전시장 밖에서 잠시 대기했다가 자리가 나면 참여하는 방식이다.
관객이 원하는대로
기자는 이머시브 시어터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홍대에 위치한 김대범 소극장을 찾았다. 연극 ‘당신이 주인공’은 말 그대로 연극을 보러 온 ‘당신’이 연극의 주인공이 된다는 내용이다. 이 연극은 배우와 관객의 역할을 바꿔서 관객이 연기하는 코너, 배우가 애드리브로 연기를 하면 연극 도중에 관객이 그에 맞춰 같이 연기하는 코너 등 7개의 코너로 이뤄져 있는데 각각의 코너마다 관객이 다양한 방식으로 주인공이 된다.
연극에 출연하는 김영재 배우는 “연극 ‘당신이 주인공’은 관객이 열이면 열 다 참여할 수 있는 100% 참여형 연극이며, 극의 내용은 관객의 반응에 대한 배우의 애드리브로 진행된다”며 “관객이 언제 어떻게 주인공으로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연극 내내 관객에게 긴장감을 준다”라고 말했다. 역시 같은 연극에 출연하는 한서호 배우는 “관객이 배우와 함께 극을 이끌어 가면서 배우와 관객이라는 일반적인 관계가 아닌 배우와 배우라는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며 “관객의 예상치 못한 대답이 웃음이 되고, 이러한 상황을 연극으로 이어나가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영재 배우는 “참여형 연극은 관객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만큼 사회 분위기에 맞춰 관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극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연극은 관객들 모두가 빠짐없이 주인공이었으며 객석과 무대의 경계는 없었다. 연극을 관람한 방승희(서울특별시 강동구·35) 씨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다 보니 지루하지 않고, 극에 몰입이 더 잘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A(서울특별시 금천구·25) 씨는 “이 연극을 여러 번 봤는데 관객의 각기 다른 반응으로 인해 볼 때마다 새로운 공연처럼 느껴진다”며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매력 있는 연극이다”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의 관람 후기>
이제까지 많은 연극을 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이 참여하는 연극 관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00% 관객 참여형 연극이라, 하나의 소재로 두 시간을 이끌어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7~8개 정도의 코너로 구성돼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재밌었다. 처음에는 관객 참여형 연극의 관객으로서 부담감이 들었다. 그런데 배우들이 어떤 반응에도 애드리브를 척척 해주는 덕분에 그런 부담감은 시작 후 차차 사라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는 첫 번째 코너였다. 무대 위에 긴 의자를 설치해 배우들이 관객이고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이 배우인 것처럼 연출한 코너였다. 무대와 객석의 정형화된 역할을 바꿔서 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것이 매우 색다르고 재밌었다. 또한, 대부분 코너가 개그 소재여서 자칫 가벼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여러분 인생의 주인공은 여러분이다’라는 배우의 마지막 말이 그 부분을 완화해주고 각기 다른 코너를 하나의 큰 맥락으로 묶어주는 것 같아 좋았다.
<박채은 기자의 관람 후기>
설렌 마음으로 본 첫 참여형 연극 ‘당신이 주인공’은 공포 장르였으나, 공포와 코믹이 적절히 섞여있어 보는 내내 무서움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옴니버스 구성이라 코너마다 새로운 내용을 보여주고 웃음 요소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연극 시작 전 관객 모두에게 종이와 펜을 나눠주며 재밌는 단어나 문장을 쓰게 했는데, 배우들이 군인 연기를 하며 관객들이 쓴 글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으며 대사로 활용하는 코너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사소한 것 하나도 ‘참여’로 만드는 참여형 연극은 배우들이 모든 관객과 소통하려는 점이 돋보여 인상 깊었다. 기회가 된다면 가족,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번 관람하고 싶다.
김하연 기자
kkhhyy9802@cbnu.ac.kr
황보동혁 기자
bodong33@cbnu.ac.kr
김민지 기자
snop1015@cbnu.ac.kr
박채은 기자
ce0703@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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