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처음 개막해 2년에 한 번씩 열려온 청주공예비엔날레(이하 공예비엔날레)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년 동안 공예비엔날레는 세계 최대 규모와 수준을 자랑하는 공예 전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8일 개막한 11회 공예비엔날레는 도자, 섬유, 목칠, 금속 공예 등을 다루고 있으며, 공예의 현주소와 미래가치를 알리고 있다.
공예의 새로운 미래를 선보이다
지난달 8일, 옛 연조제조창의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문화제조창C 및 청주시 일원(율량동 고가(古家), 정북동토성, 청주향교 등)에서 공예비엔날레가 막을 올렸다. 오는 17일까지 계속되는 공예비엔날레는 세계적인 공예의 멋과 예술을 알리기 위해 개최했다.
1999년에 처음 개최된 공예비엔날레는 2년마다 꾸준히 열려, 올해 11번째를 맞았다. 지난 2009년 6회 공예비엔날레까지는 한 곳을 정해놓지 않고, 청주 예술의전당과 다른 장소를 대여해 진행했다. 2010년 청주시는 옛 연조제조창을 매입하게 되었고, 7회 공예비엔날레부터는 이곳에서 계속 진행했다. 올해 8월에는 외벽 및 내부공사를 통해 문화제조창C라는 공예클러스터 공간을 만들었는데, 앞으로 공예비엔날레는 이곳에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공예비엔날레의 테마는 ‘미래와 꿈의 공예-몽유도원이 펼쳐지다’이다.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세종의 다섯 번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꾼 ‘무릉도원’ 꿈의 내용을 들은 안견이 그린 그림이다. 이는 삭막한 현실에서 꿈처럼 환상적인 즐거움과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공예로 이상향을 선물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테마로 선정됐다. 이번 공예비엔날레의 전체 예술감독을 맡은 광주교육대 안재영 교수는 “이번 공예비엔날레에서는 시간, 정신, 기술이 결합한 독창적이면서도 탁월한 이상향의 공예를 경험하는 시공간을 펼치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전의 공예비엔날레와 비교해서 많은 것이 바뀐 이번 공예비엔날레는 역대 최고라 평가받고 있다. 박원규 총괄부장은 “이번 공예비엔날레의 목표인 ‘비엔날레 다운 비엔날레’를 만들기 위해 전시 위주의 비엔날레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전 비엔날레에서 지역 예술인들이 공연했던 야외무대와 광장의 상설무대를 뺐다. 또한, 이전에 18명이었던 도슨트(Docent, 관람객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를 40명으로 대폭 늘렸는데, 이 중에는 청소년 도슨트, 시민 도슨트 등도 있어 다양한 시각과 눈높이 맞는 설명이 가능하게 했다”고 전했다.
꿈속에서, 구름 위를 걷듯이
먼저, 문화제조창C 3층에 들어가면 ‘몽유도원’을 주제로 한 첫 번째 기획전인 ‘몽상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몽상가들은 ▲신의 뜰 ▲울림곳 ▲아늘아늘, 춤을 추다라는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된다. ‘신의 뜰’ 섹션은 다채로운 자연의 색과 형태에 감응하는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고, ‘울림곳’ 섹션은 세련된 개인의 기능을 공유하는 장이자, 바람 및 불과 같은 이질적인 성질이 섞여 새로운 성질이 발생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아늘아늘, 춤을 추다’ 섹션은 생존에 기여하는 공예를 만들고 놀이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기획전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안젤라 글라이카의 <Terforation>이라는 작품으로 로마어로 지상의 구멍이라는 뜻이다. 약 160장의 종이를 겹쳐놓고 한가운데를 직접 손으로 찢어 만든 구멍은 마치 현실 세계와 꿈속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와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외에도 최정윤의 <The Flesh of Passage>, 한호의 <영원한 빛 - 21세기 최후의 만찬> 등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기획전을 본 홍종현(청주시 서원구·24) 씨는 “초등학생 때 이후 오랜만에 공예비엔날레를 오게 됐는데, 청주를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주시의 노력이 이전보다 발전된 공예비엔날레를 통해 빛을 발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 기획전인 ‘몽상가들’을 다 보고 나오면 바로 초대국가관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데, 총 13개국에 200여 명 내외의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로서 규모가 굉장히 크다. 초대국가관은 크게 덴마크, 헝가리, 중국, 아세안(10개국)의 전시로 나눠져 있다. 덴마크관은 ‘공예가 된 물질’이라는 주제로, 전시장 전체에 설치된 파이프와 소파 구조물에 앉아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헝가리관은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손, 공예 작품을 만들어내는 손, 다양한 공예 작품을 하나로 이어주는 손으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한다. 또 중국관에는 현대미술과 공예가 함께 어우러진 공예(工藝)의 의미를 공(共)+예(藝)로 나눠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아세안관은 하나를 향한 열한 개의 시선, 전통의 변화를 아세안 문화의 독창성을 담은 공예품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했다. 초대국가관에서 만난 송서경(청주시 서원구·17) 씨는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예술작품을 보며,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초대국가관을 나와 문화제조창C 4층으로 이동하면 여러 작가의 공예품을 볼 수 있는 공모전이 준비돼 있다. 공모전은 작가의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삶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공예 그 이상의 가치를 모색한다는 취지로 1999년부터 시작된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 입상한 여러 작가의 실용적인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문화제조창C 건물 밖에 있는 동부창고로 이동하면 두 번째 기획전을 감상할 수 있다. 동부창고 6동과 37동에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6동의 테마는 ‘무심 기행’이고 37동의 테마는 ‘도원의 멈춰진 시간’이다. 6동 무심 기행은 ‘구름 골짜기’와 ‘바람벽’이라는 두 가지 구역으로, 37동 도원의 멈춰진 시간은 ▲무지개 병풍 ▲실경 산수 ▲검은 숲과 청주특별전인 ▲청주 도화림 ▲복사나무 숲에 비추어진 빛이라는 다섯 가지 구역으로 나눠진다. 이 구역들에선 옛 연조제조창에서 나온 쓰레기나 부산물 등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을 전시한다. 대표적인 작품은 미카엘 요한손의 <Untitled>로 작가가 직접 주변의 벼룩시장을 돌며 구한 중고 물품을 사용해 만들었는데, 테트리스와 닮았다. 그 외에도 김정화의 <방향>, 알브레히트 클링크의 <신문> 등이 매력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동부창고의 작품을 감상한 임하경(서울시 은평구·24) 씨는 “버려진 쓰레기를 사용해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킨 예술가의 아이디어에 감탄했고, 작품의 크기와 질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외부로 이동하면 기획전 세 가지를 감상할 수 있는데, 전부 야외 전시로 구성돼 있다. 우선 율량동 고가로 이동하면 ‘놀이의 시작’을 주제로 하는 세 번째 기획전을 감상할 수 있다. 율량동 고가(古家)는 2014년에 충청도 병마절도사영의 관아를 복원한 공간이다. 청주 율량지구 개발 과정에서 발굴된 비석들과 유물이 모여 다층의 시간이 집적되어 있는 공간을 무대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에게 새로운 놀이를 경험하게 해준다. 또한 가상 현실 체험을(VR) 통해 관객은 놀이극의 배우가 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정북동 토성에서는 ‘인간의 자리’를 주제로 하는 기획전을 감상할 수 있다. 정북동 토성은 충북 생활문화권의 발생지다. 삶의 터전에서 필연적으로 발현했던 공예가 공동체에서 발현되는 과정을 관객체험작품 ‘움집짓기’를 통해 경험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주향교에는 유교의 중요한 교리인 경천애인(敬天愛人)을 주제로 하는 5번째 기획전이 준비돼 있다. 논어에 나오는 “인(仁)은 시(詩)로 시작하고, 예(禮)로 서며, 악(樂)으로 완성된다”라는 내용처럼 예술을 중시한 유학의 이상을 보여준다. 한국인의 정서에 내재된 유교적 정체성을 향교라는 공간에서의 예술 체험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나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이번 공예비엔날레에는 다양한 전시뿐만이 아니라 체험도 준비돼 있다. ‘2019 청주 공예페어’라는 이름으로 문화제조창C 4층에 마련된 공예페어는 ▲기획존 ▲산업존 ▲생활공예존 ▲체험존으로 나뉜다.
기획존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공예의 가치를 녹여낸 곳으로 닥나무와 종이, 송명수 갤러리 등이 전시돼 있다. 산업존은 공예마켓을 통해 다양한 공예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하늘목공방, 웃는 옹기 등이 운영된다. 그리고 생활공예존은 기존 공예페어 거리마켓을 실내로 들인 것으로 코데코(악세사리 판매), 더블 soap(비누 판매, 펜시우드 체험) 등이 있다. 기획존, 산업존, 생활공예존은 마켓을 통해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다.
체험존은 1부(2019.10.8.~10.27.)와 2부(2019.10.28.~11.17.)로 나눠 운영된다. 1부와 2부에서 공통적으로 운영되는 체험존은 ▲고고공방(역사 속의 도자기 만들기) ▲디랜드협동조합(원목도마, 우드조명 만들기) ▲청주대 공예디자인학과(나무젓가락, 금속, 유리도자 만들기) 등이 있다. 3D펜으로 열쇠고리를 만든 최예린(청주시 청원구·17) 씨는 “3D펜에서 나오는 필라멘트가 쉽게 고정되지 않아 어려웠지만, 좋아하는 캐릭터를 직접 만들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또 청주대 공예디자인학과 부스를 직접 운영한 우채범 학생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작업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판매하니 색다르다”고 말했다.
1부에만 운영되는 체험존에는 까치내 갈대 호드기(갈대 호드기 만들기), 풀꽃공방(압화 키링, 플라워 액자, 수중 식물 만들기) 등이 있다. 자연의 재료를 통해 피리를 만들어 불어보는 ‘갈대 호드기’ 체험을 한 이시옥(서울시 강서구·59) 씨는 “피리를 불다가 머리가 어지러워 조금 힘들었지만, 어릴 적 친구들과 풀잎을 꺾어 피리를 불던 동심의 세계로 잠시 돌아간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또 풀꽃공방에서 수중 식물인 ‘마리모’를 만든 황세희(대전광역시 서구·23) 씨는 “연인과 함께 할 데이트 코스를 찾다가 방문하게 됐다. 평소 집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마리모를 만들어 내방을 꾸밀 생각을 하니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2부에 운영되는 체험존은 꽃공예 아트플라워, 소중한 날엔 with pet(캐릭터 브로치, 반려견 얼굴 미니액자 만들기) 등이 있다.
공예비엔날레 박원규 총괄부장은 “공예페어는 아트와 산업의 중간 지점으로, 유통을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공예페어를 통해 관람객이 현대 공예들의 트렌드와 작가들의 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하연 기자 kkhhyy9802@cbnu.ac.kr
황보동혁 기자 bodong33@cbnu.ac.kr
조재권 기자 jjgwon@cbnu.ac.kr
허철 기자 gjcjf102@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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