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개봉한 해롤드 래미스 감독의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주인공 필은 오늘이 무한 반복되는 마법에 걸린다. 무수히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살며 주인공은 자포자기의 삶을 살기도 하지만 여주인공 리타에게 사랑을 느낀 후에는 선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려 노력한다. 그 노력 중 하나로 필은 피아노를 배우기로 한다. 피아노를 전혀 못 치는 필이었지만 무수히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살며 전문가 수준의 실력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지금은 영화처럼 무수히 반복되는 하루가 아니어도 하루 만에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 바로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서이다.
바야흐로 원데이 클래스 전성시대
지난해 1월, 온라인 장터 옥션은 ‘2019년 10대 쇼핑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는 세대별 소비행태와 가치관, 사회 트렌드 등을 기반으로 선정됐으며 ▲홈코노미(Home economy) ▲젠더리스(Gender less) ▲뉴트로(New retro) ▲하비슈머(Hobby consumer) 외 6가지 키워드가 이에 속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하비슈머’는 취미(Hobby)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말로, 자신의 취미생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일과 삶 사이의 균형, 일명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자신만의 취미생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들은 ‘하비슈머’의 주축이 됐다. 그리고 이 하비슈머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원데이 클래스’다.
원데이 클래스란 말 그대로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강좌나 체험을 하루 동안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수업이다. 2017년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2017 취미생활 및 원데이 클래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무려 77.3%(773명)가 향후 원데이 클래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원데이 클래스에 대한 수요는 날이 갈수록 증가했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 원데이 클래스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의 수만 약 280만 개에 이른다. 또 대표적인 원데이 클래스 관련 플랫폼인 프립(Frip)과 탈잉(Taling)의 이용자 수는 2020년 3월 현재 각각 90만과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인기, 다 이유가 있다구요
이처럼 원데이 클래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콘텐츠의 다양성이다. 원데이 클래스 시장이 지금처럼 성장하기 이전의 수업 분야는 대체로 베이킹 같은 요리 수업이나 목공, 도예 같은 공예 수업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원데이 클래스의 수업 분야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골프 ▲서핑 ▲승마 ▲프리다이빙 ▲호신술 등 활동적인 체육 분야, ▲수묵화 ▲와이어아트 ▲크로키 ▲파스텔드로잉 등의 미술 분야, 그리고 ▲디제잉 ▲보컬레코딩 ▲작곡 등의 음악 분야까지 수강할 수 있는 분야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 이외에도 ▲나만의 이모티콘 만들기 ▲스마트스토어로 투잡하기 ▲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는 법 ▲출간작가에게 배우는 여행작가 되는 법 등 일반 학원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의도 많아졌다.
두 번째는 시간적・경제적 장벽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양천구에서 피아노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는 원더뮤직 최보경 대표는 “원데이 클래스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에게 ‘하루 수업을 통해 알찬 시간을 보냈다’는 성취감을 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롱보드 원데이 클래스 수강 이후 본격적으로 롱보드를 취미로 삼게 됐다는 대학생 곽민준(성남시 수정구·22) 씨는 “유튜브로 우연히 롱보드 영상을 보고 난 후, 관심이 생겨 롱보드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상당했다”며 “비싼 돈 주고 샀다가 잘 안 맞으면 돈만 날리는 건데, 원데이 클래스로 맛보기 삼아 먼저 배워보니 잘 맞고 좋아서 구매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업글인간(업그레이드 인간)을 지향하는 사회 풍조 때문이다. 업글인간이란 자신의 건강과 취미, 지적 성장을 위한 소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자기계발형 인간을 말한다. 원데이 클래스는 짧은 시간에 성취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글인간을 지향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욕구에 부합한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2017 취미생활 및 원데이 클래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3.3%가 “원데이 클래스 참여는 나를 위한 투자”라고 답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데이 클래스 관련 플랫폼 프립의 브랜드마케팅팀 이상헌 리더는 “원데이 클래스 열풍의 원인은 ‘더 나은 나’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라며 “내 방 침대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좋지만, 원데이 클래스처럼 작지만 스스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은 더욱 특별하다”라고 전했다.
<Zion.T 노래 한 시간 완성 가능? 가능! – 서울 원더뮤직>
서울시 양천구에 위치한 원더뮤직은 원데이 클래스 플랫폼인 프립에서 제공하는 피아노 클래스 중 최초로 슈퍼 호스트(프립에서 원데이 클래스 강사를 지칭하는 표현)에 등극할 정도로 그 인기가 상당한 곳이다. ‘초보자도 누구나 연주자가 되는 공간’이라는 소개 문구처럼,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강이 가능하다. 오랜만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도, 악보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계이름을 몰라도 상관없다. 수강생의 난이도에 맞게 개인 맞춤형으로 악보가 편곡되기 때문이다. 수업 곡 또한 자신이 원하는 곡으로 선택할 수 있어서, 기자는 평소 즐겨듣는 Zion.T의 ‘5월의 밤’이라는 노래로 클래스를 수강했다. 거의 6년 만에 시도하는 피아노 연주였지만, 원장님의 친절한 지도와 맞춤형 편곡 덕에 무사히 1절을 완성했다. 수업이 끝나고 난 후, 그랜드피아노 앞에서 연주 영상을 촬영해 주니 지인들에게 자신의 피아노 실력을 자랑하기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직접 내 손으로 연주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피아노는 어려울 거란 생각에 도전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요, 원데이 클래스 취지에 맞게 누구나 하루 1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해 수업을 진행하니 설레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오셔도 됩니다. 분명 멋진 하루 만들어 가실 수 있을 거예요.” - 원더뮤직 최보경 대표
<분명 개 간식인데 내 간식 같다 – 청주 롱롱이네>
우리 학교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롱롱이네 수제간식'은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라는 반려동물에 대한 박다희 대표의 애정어린 고민으로 문을 연 곳이다. 체험 가능한 메뉴로는 ▲고구마까눌레 ▲마카롱 ▲스쿱쿠키 ▲푸딩케이크를 비롯한 디저트, ▲김밥 ▲까르보나라 ▲짜장면 ▲치킨 ▲까르보나라 등 사람까지 입맛 다시게 하는 강아지 전용 음식 28가지가 있다. 모든 재료는 물론 반려동물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만 구성된다. 레시피에 사용되는 기본 고기는 닭고기이지만 반려동물에게 닭고기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에는 오리고기나 소고기로 변경도 가능하다. 기자가 체험한 메뉴는 강아지 김밥과 치킨이었는데, 만들고 나니 사람이 먹어도 될 정도로 맛있어 보였다. 집에 돌아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먹여보니 아주 잘 먹어서 뿌듯했다. 반려동물 동반 수강도 가능하니, 반려동물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반려동물인이라면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문화체험거리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주에서 더욱 많은 사람이 새로운 경험을 접할 수 있도록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꼭 오셔서 좋은 추억 만들어가세요!” - 롱롱이네 박다희 대표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bnu.ac.kr








정윤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