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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채
방구석 리틀 포레스트, 반려식물
제 950 호    발행일 :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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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업로드된 게시글 제목 중 일부다. “우리 야자 진짜 귀엽지. 벌써 이만큼 자랐다”, “우리 고무 오늘 햇살 산책 다녀왔어, 더 생기발랄해진 것 같지 않아?”,“운목이 오늘따라 물 되게 많이 먹네” 자, 여기서 퀴즈 하나. 과연 이 문장에서 ‘야자’와 ‘고무’, 그리고 ‘운목’이는 누구일까. 어린 아기? 귀여운 강아지? 땡, 정답은 바로 ‘식물’이다. ‘반려’라는 애정 어린 수식어가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식물’ 앞에도 자리하는 시대, 이번 문화면에서는 최근 대세로 떠오른 반려식물에 대해 알아보고, 반려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유 있는 대세, 반려식물

  지난해부터 시작된 ‘홈가드닝’ 열풍과 더불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코로나 블루(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를 앓고 있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처방전으로 떠오르며 반려식물은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가드닝을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이전과 달리, 요즘은 ‘식물집사’를 자청하는 20·30대 식덕(식물 덕후)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SNS에서 ‘식물계(식물 집사가 운영하는 계정)’를 운영하며 자신의 홈가드닝 라이프와 가드닝 관련 팁을 공유한다. 이런 반려식물 열풍을 증명하듯, 지난 3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반려식물’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온 게시물이 약 35만 개에 달한다. 시장의 흐름도 심상치 않다.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홈가드닝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96.9% 증가했고, 같은 기간 ‘G마켓’의 꽃 화분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40%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출판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교보문고’의 2019년 식물 관련 에세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식덕’ 자처하게 만드는 반려식물의 매력은

  많은 사람을 ‘식덕’의 길로 이끄는 반려식물의 매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반려식물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첫 번째는 식물이 주는 심리적 안정 효과다. 남녀 대학생 30명을 대상으로 강릉원주대에서 진행한 <2018년 반려식물 가드닝이 대학생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의하면, 전체 참여자의 우울 경향 평균 수치는 가드닝 실시 전 46.21에서 실시 후 35.08까지 하락했다. 또한 지난 2017년 시울시가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어르신의 92%가 ‘반려식물이 우울감과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식물이 주는 이러한 심리적 안정 효과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응하는 ‘심리 방역’으로 이용하는 지자체도 많다.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키트 전달식을 연 포항시와 시민에게 반려식물 나눔을 진행한 인천시, 그리고 치매와 만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원예치료를 시작한 화천군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최근 인테리어 트렌드로 떠오른 ‘플랜테리어(Planterior)’다. 플랜테리어란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꽃과 나무 등 식물을 활용해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를 의미한다. 이는 미세먼지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공기정화 식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바쁜 도시 생활이 주는 피로감을 자연 친화적인 실내 인테리어로 환기하고자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집에서도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인테리어업계도 플랜테리어에 어울리는 우드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선보이거나, 관련 제품을 출시하는 등 플랜테리어 열풍에 편승하고 있다.

식물과 함께 호흡하는 삶은

  전문가의 말과 통계 자료만으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는 반려식물의 묘한 매력. 그 매력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반려식물과 함께 호흡하는 삶을 꾸려가고 있는 두 명의 식물 집사 고나현(창원시 의창구·27) 씨와 배수연(대전시 유성구·26) 씨, 그리고 반려식물 키우기 지침서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당신에게>를 펴낸 송한나 작가에게 식물로 수놓은 일상은 어떤 모습인지 들어봤다.

Q. 세 분은 어쩌다 반려식물에 입문하게 되셨나요?
나현 : <식물 생활>이라는 웹툰이요. 웹툰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니 힐링도 되고, 로망도 생겨서 입문하게 됐어요.
수연 : 지인 선물로 받은 화분 하나 때문이었어요. 비좁은 고시원에서 키워야 했지만 그래도 키우는 2년 동안 너무 행복했고, 그 행복을 잊지 못해서 결국 발을 들이게 됐네요.
한나 : 결혼 후 내 집이 생기고 나니 허전한 공간이 싫었나 봐요. 뭐라도 키우자 싶어 시작한 게 그만 이렇게 됐네요. 어릴 적에 엄마가 새벽까지 화분 청소와 분갈이에 시간을 쏟는 모습을 볼 때는 이해를 못 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제가 그러고 있네요.

Q. 반려식물을 들이게 된 후로 가장 달라진 모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현 : 식물을 키우다 보면, 굳이 철학책을 읽지 않아도 인생을 돌아보게 돼요.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옳다고 말하느라 시끄럽잖아요. 근데 식물은 가지를 잘라야 새순을 틔울 수 있고, 겨울이 지나야 꽃이 피고, 꽃이 져야 씨앗을 맺는다는 자연의 순리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만 보여줘요.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복잡하고 시끄러운 내 인생도 납득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수연 : 우울증이 옅어졌다는 것? 고시 공부를 하면서 신경정신과에서 이런저런 약을 처방받아 복용할 정도였는데, 식물을 키운 후로 약을 끊을 수 있었어요. 또 하나는 식물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를 배웠다는 것. 가만히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어느새 자라 있는 식물을 보면서 ‘나도 나만 모를 뿐이지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나 : 저는 정말 게으른 편인데요. 식물은 게으른 사람을 덜 게으르게 해줘요. 식물은 관심을 준 만큼 성장하는 모습도 달라져서, 얼마나 정성을 쏟느냐에 따라 차이가 커요. 그래서 게으른 사람이지만 식물을 돌볼 때는 부지런한 농부가 된 마음으로 식물 하나하나에 눈 맞춤을 해줍니다. 또 하나는 책임감을 가지게 한다는 거예요. 살아 있는 생명이다 보니 키우다 보면 죽이면 안 될 것 같고, 이왕 키우는 거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기거든요. 이렇게 식물은 제게 뭔가 하게끔 만드는 힘을 줘요.

Q. 아직 반려식물의 매력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나현 : 식물의 가장 큰 매력은 시끄럽지 않다는 거예요. 하다못해 동물도 가끔은 나를 물고 상처를 줄 때가 있는데, 식물은 그런 게 없어요. 내가 뭘 하든 그저 가만히 기다려 주고, 물을 주면 활짝 웃어 주죠. 그런 부분에서 오는 기쁨과 고마움이 참 커요. 인생이 복잡하고 시끄럽게 느껴지는 분, 상처가 많은 분에게 진심으로 식물을 추천합니다.
수연 : 세상에는 다채로운 색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식물이 주는 푸른빛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어요.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져요. 여러분의 일상을 푸른빛으로 물들일 반려식물의 매력에 빠져 보시길 바랍니다.


‘식알못’이라도 괜찮아! 송한나 작가와 함께하는 식물 입문 상담소


식물의 매력을 잘 알고는 있지만, 어떤 식물을 키우면 좋을지 잘 알지 못하거나 상황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망설이고 있다면? 키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뭘 키워야 할지,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모르겠다면? 이런 이들에게 식물 ‘입덕’의 문턱에서 고민하는 세 명의 사연과 그에 대한 송한나 작가의 명쾌한 해결책을 소개한다.

- 5평짜리 자취방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햇빛도 잘 들지도 않고, 혼자 살기도 비좁은 공간이지만 이런 공간에서도 키울 수 있는 식물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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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 ‘에어 플랜트’나 ‘행잉(hanging) 플랜트’를 추천해요. 흙 없이 자라는 식물이라 매달아서 키우거나 얹어서 키우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키울 수 있어요. 분갈이나 병충해에서도 자유로워 관리도 수월한 편이랍니다.
※ Tip : 물을 줄 때는 용기에 푹 담근 뒤 거꾸로 말려서 물기를 제거해 주세요. 사이사이 물기가 남아 마르지 않으면 식물이 썩을 수 있어요.

- 최근 들어 엄마가 갱년기로 많이 우울해하고 계신데요. 이런 엄마의 우울함을 달랠 수 있는, 엄마와 함께 키울 수 있는 예쁜 친구를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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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 페라고늄(제라늄)을 추천해요. 봄, 가을, 겨울 항상 꽃이 피고 지기 때문에 꽃을 사랑하는 분들께 인기가 많은 식물인데요. 품종별로 꽃의 모양과 색이 달라 취향껏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고, 특유의 향 덕에 벌레가 잘 꼬이지 않아 좋답니다.
※ Tip : 여름의 고온다습한 환경과 친하지 않아요. 여름에는 서늘한 곳에서 키우고, 물 주는 주기를 늘려 주세요. 물은 흙 속까지 바짝 마를 때 주면 됩니다.

- 취업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지만, 식물은 한 번쯤 키워 보고 싶습니다. 이런 저도 키울 수 있도록 손이 많이 가지 않는, 혼자서도 잘 자라는 씩씩한 식물 어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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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 ‘블루스타고사리’를 추천해요. 별다른 관리가 없어도 잘 자라고, 물 조절이 어려운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어요. 과습(과습인 경우 식물의 잎이 연한 녹색이거나 노란색이 됨)과 물 마름에 강한 친구거든요.
※ Tip : 물은 화분의 겉에 있는, 맨 위의 흙이 마를 때 주세요.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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