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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윤채
타투 특집 기획 (2) 타투, ‘예술’과 ‘범죄’ 사이의 기로에 서다
제 954 호    발행일 :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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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에서는 팔뚝에 장미를 그려 넣은 가수가 노래를 열창하고, 카페에 가면 마치 자로 잰 듯이 반듯한 반영구 눈썹을 씰룩이는 아르바이트생이 웃으며 아메리카노를 내밀고, 정수리 탈모가 고민이라던 김 대리의 늘어난 머리숱은 알고 보니 두피 문신. 한때 형님들의 전유물이던 ‘타투’는 이제 우리 일상 속에 완전히 스며든 지 오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모두 범죄 행위에 동참했다는 사실. 타투 소비자 1,300만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금도 ‘불법’이라는 그림자 아래 미용과 예술의 이름으로 그려지고 있는 수많은 타투. 이에 기자는 대한민국 타투 합법화의 현주소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Does_it_look_illegal?”(이게 불법처럼 보여요?)

  지난해 3월초, 약 40여 타투이스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특이한 ‘챌린지’가 하나 등장했다. 자신의 작업물과 함께 ‘#Doesitlookillegal’라는 해시태그를 게재하는 것이다. 이들이 이런 챌린지에 참여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범법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현 상황의 개선을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번화가만 나가도 반영구 문신 업소가 즐비하고, 인스타그램에 ‘#타투도안’이라는 해시태그만 검색해도 24일 기준 약 106만 개의 게시물이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대부분 실감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타투, 그러니까 문신은 엄연한 ‘불법’이다. 문신을 받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말은 아니다. 의료인이 행하는 문신은 합법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를 외치는 사람들을 위해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이는 모두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대법원이 내린 한 판례 때문이다.
  지난 1992년 5월, 대법원은 당시 고객의 눈썹 또는 속눈썹 부위에 자동문신용 기계로 색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반영구 시술을 하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의료행위라 함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 피고인의 주장만을 믿고 원심판단과 같이 표피에만 색소를 주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에 위험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비록 표피에 색소를 주입할 의도로 문신작업을 하더라도 작업자의 실수나 기타 사정으로 진피를 건드리거나 진피에 색소가 주입될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 한 사람에게 사용한 문신용 침을 다른 사람에게도 사용하면 이로 인해 각종 질병이 전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피고인의 이 사건 문신시술행위가 의사의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써 시행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에 밀접하고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염려가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하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한 판례로 인해 타투는 비의료인이 시술할 경우 범법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의료 행위’가 됐다.
  이 같은 판례에 대해 문신사법 제정을 위해 힘쓰고 있는 대한문신사중앙회와 한국패션타투협회 두 단체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임보란 대표는 “문신은 불법이 아니다. 법원의 판단이 문신을 의료 행위로 간주해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불법의료시술로 판단해 처벌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신을 의료행위로 판단하는 법원의 보수적인 시각이 문제다. 우리 법원은 의료 행위에 대한 해석이 너무 광범위하다.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길거리 호떡도 식중독의 위험이 있으니 의사들이 만들어 팔아야 한다. 문신이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지극히 단순하고도 평범한 사실을 국민에게 널리 이해시켜야 한다. 의료 단체의 반대 논리와 국민 선동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알려야 한다. 도대체 의사가 문신 전문가고, 병원에서 문신해야 안전하고 좋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인지 우리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타투이스트 의사인 서울 명동의 빈센트의원 조명신 원장은 “의료법에서 보는 시각이기 때문에 의료 행위라고 보는 것이다. 타투가 예술 행위가 아니라고 한 적은 없다. 법원에서도 그렇다. 타투가 의료 행위라고 법에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성문법을 따르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도 법률로 인정이 된다. 의료 행위라고 규정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의료행위라고 한 행위가 국민들 사이에 어떻게 행해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타투를 의사가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러면 그 많은 소비자가 어디서 타투를 받겠는가. 비의료인에게 받는다.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소수고, 받으려는 사람은 많고, 타투를 해주는 사람은 불법이고. 어떻게 보면 법의 모순이다. 그래서 이런 모순을 법이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인식의 벽을 넘고 나니, 제도의 벽이 기다리는 현실

  이처럼 타투를 의료 행위로 규정하는 판례가 내려진 지도 어느덧 28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와 같이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했던 일본도 지난 2018년 오사카 고등법원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문신사의 시술 행위와 관련해 ‘의료 행위로 볼 수 없다’라며 무죄를 판결하면서, 사실상 우리나라는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타투이스트들은 ‘K-타투’라 불리며 세계 타투 시장에서 칭송받고 있다.
  이에 1,400여 명의 회원을 가진 대한문신사중앙회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그리고 올해에 걸쳐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집단 헌법소원과 대법원 상고를 청구했다. 또 최근에는 타투이스트의 일반직업화를 위해 투쟁하는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 소속 타투유니온 노동조합이 타투시술 합법화 헌법소원을 냈다. 한편 한국패션타투협회는 지난해 7월부터 보건복지부의 허락을 받아 타투이스트 민간자격증을 운영하고 있다.
  당사자인 타투이스트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타투 합법화를 위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정부는 신직업 추진현황 육성계획을 통해 타투이스트 등 17개 직업의 양성화를 시도하겠다고 나섰다가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다. 지난 18~19대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김찬진 의원이 문신사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법제화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이후 지난 20대 국회와 이번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문신사법을 발의했고, 의료협회의 강한 반발과 맞서는 중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소통관에서는 타투와 문신 합법화를 위한 박주민 의원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곳에서 그는 “눈썹문신, 패션타투, 서화문신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미 국회만 해도 수많은 의원님이 받아왔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미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생각조차 없다”라며 “공공연하게 수많은 국민이 받고 있는 시술을 불법으로 만드는 것은 시대착오다. 전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타투는 부수적인 의료행위가 아닌 버젓한 전문 직업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다. 그것이 산업으로 보든,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측면에서든, 타투를 받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든 어느 모로 보나 더욱 낫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며 임보란 대표는 “국민의 선택권과 건강권, 미풍양속의 저해를 우려한다면 서둘러 문신사법을 제정해 문신사들의 윤리의식과 직업의식을 높이고 사회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감시의 영역 안에서 자격을 검증해야 한다. 건전한 사회 환경 속에서 문신사들을 관리하면 기성세대의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다. 지금의 법은 불법이 불법을 낳고, 죄 없는 사람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현재 불법이라는 이유로 여성 타투이스트를 협박해 성폭행까지 자행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공갈과 협박에 의한 추행으로 젊고 재능 있는 친구들이 좌절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타투 소비자인 김윤아(성남시 분당구.22) 씨는 “소비자로서도 이번에는 꼭 법제화가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의 타투 시장은 도안을 도용해 논란이 되거나, 시술 시 바늘을 너무 깊게 찔러서 피부 번짐이나 터짐 같은 일로 클레임이 생겨도 무시하고 잠적해버린다. 그냥 도망갔다가 잠잠해지면 활동명만 바꾸고 다시 활동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법화가 이뤄져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타투이스트 등록/자격 시스템이 생긴다면 최소한 타투이스트로 활동할 만한 실력이 되지 않는 사람은 어느 정도 걸러짐은 물론 안 좋은 이유로 활동명을 바꾸고 잠적한다고 해도 자격증 등록번호를 대조해 확인하면 되니 소비자도 반길 일이다”라고 말하며 문신사법 제정을 촉구했다.

문신사, 잉크를 내려 두고 국회와 대법원 앞에 서다

  지난달 26일 국회와 대법원 앞에서는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문신사법 통과를 위한 ‘문신사 법제화 1인 릴레이 시위’가 시작됐다. 대한문신사중앙회의 주도로 약 3주간 진행된 이 시위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150여 명의 문신사가 함께했다. 이에 기자는 지난 10일, 국회와 대법원을 찾아 1인 시위 중인 문신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타투 합법화를 간절히 소망하는 대한문신사중앙회 민영아 이사와 회원 ‘ㅊ’씨의 이야기를 전하며 기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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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영아 이사
- 약 7년 동안 현업에 종사하고 있고, 서울 강서구에서 반영구 문신샵을 운영 중인 민영아입니다. 모든 국민에게는 직업의 자유가 보장돼 있습니다. 하지만 문신사에게는 직업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 않습니다. 이를 보장받기 위해, 그리고 피시술자인 타투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타투이스트가 양산되는 건 자격증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사람도 ‘누구나’ 창업이 가능한 이런 시스템에서는 타투를 받는 소비자도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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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ㅊ’ 회원
- 송파구 문정동에서 반영구 샵을 운영 중인 회원입니다. 문신 합법화를 위해 투쟁하는 대한문신사중앙회의 노력을 보고 감동해 시위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현재 상황은 그야말로 무법천지입니다. 법이 없어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법이 없는 이런 상황에서는 시술자도, 피시술자도 모두 피해자가 됩니다. 지금 타투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법제화가 이뤄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한 타투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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