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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빈
‘K’없는 K-콘텐츠? 중국 자본의 유입과 K-콘텐츠의 과제
제 957 호    발행일 :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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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으로 시작해 <스위트홈>까지. K-콘텐츠는 해를 거듭할수록 놀라운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가 K-콘텐츠에 주목하는 지금, 우리는 때 아닌 문화 종주국 논란에 휩싸였다. K-콘텐츠의 고유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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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문화 왜곡 논란으로 인해 방영 2회 만에 폐지된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뜨거운 감자다. <조선구마사>는 조선 초기 태종과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드라마다. 조선 왕실에 대한 비하와 태종이 백성들을 학살하는 장면 같은 왜곡이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드라마에 나오는 소품에도 논란이 많았다. 등장인물이 중국식 가옥에서 중국 음식을 먹고 중국식 칼을 휘두르고 붉은 장식으로 도배된 궁궐도 날 선 비판이 일었다.
  <조선구마사>와 <킹덤>, 모두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지만 둘의 평판이 이렇게도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윤석진 교수 겸 평론가는 “<킹덤>의 경우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부정부패한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민중들이 부각됐지만, <조선구마사>는 실존 인물을 내세웠다. 실존 인물을 가져다 쓴 이유에 대해서 현실공포감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지만, 이는 시청자들에게 납득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창작의 방식이 달랐기에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전에도 드라마에서 중국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여신강림>에서는 국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임에도 중국어 광고 표지나 한국에 공식 수입되지 않은 중국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또한, 드라마 <빈센조>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는데 극 중에서 주인공이 ‘차돌박이 돌솥비빔밥’이라는 제품을 먹는 장면이었다. 이 제품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중국 내수용 제품으로 비빔밥이 중국의 문화로 왜곡될 여지가 다분했다. 드라마 <빈센조>를 시청한 이지민(김포시 사우동.22) 씨는 “갑자기 뜬금없이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제품이 등장해 당황스러웠다. 문화 왜곡 논란이 민감한 때에 제작사 측에서 조금 더 주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계속된 항의에 <빈센조> 측은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 및 재편집해 VOD에 반영하고 해당 제품의 PPL 잔여분에 대해 취소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모두 중국 자본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오는 26일 방영 예정인 tvN의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도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중국 대표 OTT 기업인 ‘아이치이 오리지널’에 방영이 확정된 한중 공동제작 드라마다. 이런 이유로 중국 PPL의 문제와 논란으로 인한 드라마 폐지가 또다시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조선구마사>처럼 드라마가 폐지되는 일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권리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가 폐지될 경우 배우나 제작사에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방송 편성 책임자에게 책임이 없어진다. 폐지보다는 수정을 통해 개선하는 방법이 더 좋은 방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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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개봉한 디즈니 영화 <뮬란>이 중국 자본의 투자로 혹평을 받는 사건이 있었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공안국에 감사를 표하는 글을 넣었는데, 현재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 인권을 탄압한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어서 문제가 제기됐다. 해외 문화 콘텐츠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019년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해외투자 금액에서 중국의 해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6위(0.5%)에서 2018년 2위(14.1%)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중국의 IT기업 ‘텐센트’를 들 수 있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메신저 및 동영상 플랫폼을 거느리고 있으며 국내에도 YG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과 업무협약을 맺거나 특수 지분 관계를 맺고 있다. 실제 2019년 3분기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중국 기업인 ‘상하이 펑잉 경영자문파트너십’과 ‘텐센트 모빌리티’가 보유한 YG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은 12.52%이다. 양현석,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의 지분율이 각각 17.32%, 3.56%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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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자본은 민간기업뿐 아니라 지자체에도 유입된다. 강원도는 지난 2019년 중국 인민일보의 온라인 포털인 ‘인민망’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춘천과 홍천에 120만㎡ 규모의 중국복합문화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인천 차이나타운의 10배 규모에 달하는데, 중국문화 체험공간을 마련해 국내 관광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게 사업 취지다. 하지만 지난 3월 29일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고, 지난달 24일 오후 11시 기준 65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청원 내용은 춘천의 중도 선사유적지가 있는 곳에 문화 관광지를 세우는 것에 대한 우려가 주된 내용이었다. 이런 반발에 강원도 측에서 사업부지는 중도 선사유적지와 30㎞나 떨어져 있으며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 사업이라고 해명했지만, 아직도 부정적인 반응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과한 중국 PPL과 자본 유입에 대해 경각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다수의 국내 제작사 입장은 드라마는 광고와 판권으로 수익을 만드는데 갈수록 드라마 제작비는 더 커지고 있어 국내 PPL만으로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에 윤석진 교수는 “드라마 제작비가 합리적으로 산정되어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드라마 산업이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합리적인 투자나 비용산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은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실정에 스타급 배우나 작가들에 대해 과한 개런티를 지급하는 게 아닌지 등 여러 상황을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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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콘텐츠에 중국 자본이 유입되는 원인과 그 해결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중국 자본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K-콘텐츠를 문화가 아닌 단순 상품으로만 취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주목받는 지금, 콘텐츠 제작자들의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석진 교수는 “드라마 같은 K-콘텐츠는 이제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동안 ‘흥행만 잘되면 장땡이다’라는 태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이번 사태에서 사회적인 영향력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자본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콘텐츠의 수출을 고려해 작품을 만들다 보면 이에 따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가 굳이 특정 국가에 맞추거나 저자세로 나가야 할 필요는 없으며,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특정 국가의 눈치를 보는 것은 흥행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자본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자본 유입을 새롭게 개척해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곳의 자본 공급처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여러 OTT 자본도 적극적으로 투자유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또 윤석진 교수는 “이번 <조선구마사> 사태를 통해 자본의 성격을 생각하지 않는 제작자와 제작 관행에 경종이 울렸다. 이것이 앞으로 해외자본 유치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태도를 갖추는 계기가 돼야 한다. 처음에는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자본 유치를 다각화해 건강한 자본을 형성함으로써 K-콘텐츠의 정체성을 지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K-콘텐츠가 이렇게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남들에게는 없는 K-콘텐츠만의 ‘고유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단순 이익 때문에 이 고유성을 잃어버리는 날이 온다면 아마 그날이 K-콘텐츠의 가치가 사라지는 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K-콘텐츠의 미래는 돈이 아니라 가치를 좇아야 밝아질 것이다.


임유빈 기자
glaraim@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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