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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영&권민영
덕질에 나이가 있나요~♪ 오팔 세대 新 팬덤문화
제 964 호    발행일 :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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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로,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각한 50·60대 신중년층을 가리킨다. 이들은 은퇴 이후 인생 2막을 즐기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과 동시에 젊은이들 못지않은 활발한 여가 활동을 즐긴다. 그리고 2019년부터 오팔 세대에게 새롭게 떠오른 유행이 있으니, 바로 ‘덕질’이다. 10·20대만의 전유물 같았던 덕질이 이제는 30·40대를 뛰어넘어 50·60대까지 전 세대로 퍼져나가고 있다. 오팔 세대만의 특별한 덕질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팬덤의 진화, 이제는 오팔 세대다

  오팔 세대 ‘덕질’의 주류는 ‘팬덤’이다. 경성대학교 글로컬문화학부 장은진 교수는 “오팔 세대의 덕후 문화가 등장한 것은 2019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의 트로트 팬덤 열풍이 계기라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2019년 방영된 <미스트롯>과 이어서 다음 해에 방영된 <미스터트롯>은 중장년층을 ‘팬덤’이라는 덕질로 이끌었다. <프로듀스101>에 출연한 연습생을 가열차게 응원한 10·20대 팬클럽처럼, 오팔 세대도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가수들을 응원하는 ‘팬’이 됐다. 특히 <미스터트롯> 우승자인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는 방송 종영 직후 회원 수가 무려 10만 명에 이르렀고, 최근 17만 명을 돌파해 유명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했다.
  그렇다면 오팔 세대 팬덤은 10·20대 젊은 세대 팬덤과 어떤 점이 다를까? 오팔 세대 팬덤이 10·20대 팬덤과 구별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10·20대 팬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많다. 오팔 세대 트로트 팬덤을 다룬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오팔 세대 팬덤을 한국 대중문화계의 새로운 ‘큰손’이라 분석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트로트 열풍으로 보는 오팔 세대의 부상과 팬덤 경제> 보고서는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오팔 세대의 팬덤은 잃어버린 나의 정체성을 찾고 위안을 얻는 수단으로 관련된 소비에 매우 적극적이며 지속력이 강하다. 팬클럽 활동을 통한 네트워킹과 소비를 통해 대상에 몰입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고 나를 표현해 활력을 느낀다”라고 분석했다.
  둘째, 스타를 응원하는 자세다. 10·20대 팬덤이 그들의 스타를 소비하는 주된 정서가 연애감정 혹은 우상화였다면, 오팔 세대 팬덤은 ‘정’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에 대해 장은진 교수는 “오팔 세대 팬덤의 특징은 정이 기반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가족처럼 부모의 마음으로 연대하며 응원한다.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응원하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실수나 잘못을 하는 것에 관대하며 포용의 정서를 가진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팔 세대 팬덤들은 10·20대 팬덤에 비해 스타의 논란에 따른 팬덤 붕괴가 적은 편이다. 그 예로 <미스터트롯> 출연자였던 김호중의 팬덤을 들 수 있다. 김호중은 프로그램 방영 당시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지만 팬들의 굳건한 응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논란 와중에 발간된 자서전 <트바로티 김호중>은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첫 정규앨범 ‘우리家’의 선주문량은 42만 장을 돌파했다.
  셋째, 같은 팬덤 내의 친목이 더 끈끈하다. 10·20대 팬덤은 스타가 속한 소속사에서 직접 국내·외 팬들을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소속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팬들 간의 친목을 권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SNS에서 자체적으로 팬들끼리 자신들이 사랑하는 스타를 구심점 삼아 유대감을 쌓고, 친목 관계를 형성하는 게 10·20대 팬덤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오팔 세대 팬덤은 다르다. 팬클럽 스스로 지역마다 지부를 만들어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지역 지부 중심으로 번개 모임을 하거나, 행사를 개최하는 등 팬들 간의 유대관계가 끈끈하다. 실제로 임영웅의 ‘영웅시대’는 카카오톡에 ▲부산 ▲충북 ▲서울 ▲광주전남 ▲제주 등 지역별 응원방을 개설해 같은 지역 내 회원끼리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하고, 단체봉사나 기부 등의 선한 영향력도 행사한다. ‘부산 영웅시대’의 해운대 수목원 안심 테이블 기부, ‘충북 영웅시대’의 연탄 3,750장 기부 등이 그 예다. 장은진 교수는 “오팔 세대의 팬덤은 기존 팬덤 문화에 있던 ‘조공’의 악영향과 과도한 덕질 문화의 폐해를 자정하고, 기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넘어 팬덤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도 개선하는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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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특징을 가진 오팔 세대 팬덤의 미래에 대해 장은진 교수는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그는 “오팔 세대 팬덤 문화는 오타쿠 문화의 긍정적 진화다. 오팔 세대가 주도하는 한국의 대중문화 현상들과 연관 지어 볼 때, 오팔 세대의 팬덤 문화는 앞으로도 더욱 활동적인 소통 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든 새로운 노년 세대가 되어 한국 대중문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대학에서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교육자로서 오팔 세대의 팬덤 문화는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팬덤 문화의 놀라운 변화이자 진화하고 생각한다. 오팔 세대의 변화를 20·30대 자녀 세대가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오팔 세대는 이 변화 속에서 건강한 팬덤 층을 형성하고, 또 즐기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함과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라며 오팔 세대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오팔 세대 팬덤, 직접 만나봤습니다

  대중문화계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 오팔 세대.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오팔 세대 팬덤의 대표주자인 임영웅의 ‘영웅시대’ 회원들을 만났다. 영웅시대 회원인 ‘지홍’, ‘트롯은비’, ‘금잔디’, ‘명명순순’을 소개한다.

Q. ‘영웅시대’의 회원이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홍 우연히 <미스터트롯>을 보게 됐는데, 그때 마침 임영웅 님이 ‘바램’이라는 노래를 열창하고 있는 거예요. 그때부터 확 마음이 가서 지금까지 열심히 응원하고 있어요.
▶트롯은비 저도 ‘바램’이라는 노래 덕분에 임영웅 님을 좋아하게 됐어요.임영웅 님이 <미스터트롯>에 나와 ‘바램’을 부르는 걸 보고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금잔디 전 임영웅 님의 ‘평생’이라는 노래요. 부르는 데 울림통이 아주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이 가수가 다음에는 어떤 노래를 부를까, 자꾸 기대하게 되고 또 찾아보게 되는 거 있죠.

Q. 팬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지홍
제가 임영웅 님을 너무 좋아해서 서울에 ‘히어로 인 어스’라는 임영웅 카페를 직접 차렸어요.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서울에 사시는 팬들만 오시는 게 아니라, 멀리 부산이나 제주도는 물론 심지어 태국에서도 보러 와주시더라고요. 생전 처음 보는데도 카페에 앉아서 임영웅 님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정말 어제도 만난 절친처럼 편하게 얘기하게 돼요. 임영웅 님의 팬이라는 공통점으로 처음 본 사람과도 친해지고, 덕질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참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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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덕질로 여러분의 삶은 어떻게 변했나요?
▶명명순순
적적하던 삶이 즐거워지기 시작했어요. 인생이 즐겁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와요. 임영웅 님을 좋아하게 된 뒤로부터 치매는 안 걸리겠다 싶을 정도라니까요. 앞으로도 쭉 덕질 하려면 오래오래 살아야죠.
▶트롯은비 임영웅 님을 좋아하기 전까지 제 휴대폰은 그냥 손자들 사진 보는 용도였어요. 그랬던 휴대폰이 덕질을 시작하고 난 뒤부터는 정말 바빠졌죠. 휴대폰으로 임영웅 님의 노래 스트리밍도 돌려야 하고, 임영웅 님 관련 투표도 해야 해서 24시간이 부족할 정도예요. ‘내가 안 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자다가도 눈만 뜨면 바로 스트리밍부터 한답니다.
▶금잔디 일단 삶이 즐거워진 건 확실해요. 또 자식, 손주들과 더 잘 소통하게 됐어요. 덕질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휴대폰 조작법을 묻게 되고, 그게 대화로 이어져요. 이제는 아이들도 제가 덕질하는 마음을 이해해 줘요. 저부터도 예전에는 아이들한테만 촉이 곤두서 있었다면, 덕질을 시작한 이후로는 심적으로 더 여유로워졌어요.

Q. 여러분에게 ‘덕질’이란 뭔가요.
▶금잔디
‘소확행’이라는 말 그 자체요. 사람이 살면서 행복이라는 게 한꺼번에 크게 오면 살기가 힘들대요. 그런데 덕질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매일매일 이어지게 해줘요. 임영웅 님을 좋아하면서 그동안 엄마로 사느라, 자식들 키우느라 잊고 있었던 소녀스러운 감성과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요. 그런 의미에서 임영웅이라는 가수는 우리 엄마들한테, 그리고 임영웅 님을 사랑하는 전 세대한테 소확행을 안겨 준 존재예요.

덕질도 배워야 더 잘한다!

  뜨거운 열정과 진심으로 그들만의 덕질을 이어나가고 있는 오팔 세대. 하지만 덕질을 하고 싶어도, 젊은 세대에 비해 인터넷이나 기계 조작에 미숙해 덕질에 어려움을 느끼는 오팔 세대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이런 이들을 위해 탄생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영웅시대’가 만든 오팔 세대 덕질전문교실, ‘참된덕후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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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참된덕후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에이미 강사님 처음 팬들끼리 모였을 때 보니까 응원은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려워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때 교육봉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이후 영웅시대 운영진들 중 일부가 자금을 모아 ‘참된덕후교실’을 만들었어요. 주 4회 정도 운영하고, 회당 수강생을 4~5명씩을 받아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참된덕후교실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나요?
▶수강생
참된덕후교실은 형식적인 도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응원 방법을 잘 몰라서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이해하실 수 있도록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응원 방법을 알려주세요. 공식카페 가입부터 시작해서 스트리밍 하는 법, 유튜브 조회수 올리는 법, 투표하는 법 등 다양하게 알려 주십니다. 하지만 필수로 다 하시게끔 권유하진 않아요. 수강생 개인에 맞게 할수 있는 것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위주로 도움을 주십니다.

Q.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다면요.
▶에이미 강사님 연세가 굉장히 많은 분이셨는데요. 평소에 수면제랑 소주 한 병을 장 안에 넣어놓고 사셨대요. 어느 순간 그냥 조용히 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삶에 의욕이 없으셨대요. 그런데 임영웅이라는 가수를 알고 나서는 달라지셨대요. 임영웅 님이 장가가서 아기 낳고 잘 사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시라고, 5년만 더 살고 싶다고 하셨어요.

Q. 덕질이 어려운 오팔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에이미 강사님 몸도 아프고, 삶에 특별한 재미도 없는 분에게 덕질이라는 취미는 굉장히 긍정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기뻐하고, 위로받을 수 있고, 또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두할 수도 있잖아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덕질 하고, 또 덕질에 대해 다 같이 얘기하고, 응원하는 데 많은 분이 동참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강생 저도 처음 참된덕후교실을 알게 됐을 때 바로 선뜻 방문하지는 못했어요. 3개월을 고민하다 겨우 용기 낼 수 있었죠. 많은 오팔 세대가 기계치일 거예요. 휴대폰을 뭘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저도 그랬지만, 참된덕후교실 덕에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어요. 로그인이 뭔지 조차 몰랐던 제가 이제는 스트리밍을 돌리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편한 마음으로 한 번 방문해 보세요.

  촌스러운 음악으로 치부되던 트로트는 오팔 세대의 팬덤에 의해 재부상했고, 오팔 세대는 트로트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었다.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라는 노랫말처럼 덕질하기 좋은 나이는 없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다면,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어졌다면 그 마음으로 충분하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는 건강한 오팔 세대 팬덤이 만들어갈 건강한 변화를 응원한다.

김유영 기자
dbdud2087@chungbuk.ac.kr
권민영 기자
alsdud8250@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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