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home)’과 ‘카페(cafe)’의 합성어로, 집을 카페같은 분위기로 연출해 차나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새로운 문화가 들어왔다. 바로 ‘홈(home)’과 ‘바(bar)’의 합성어인 ‘홈바’이다. ‘홈텐더(홈+바텐더)’ 혹은 ‘홈텐딩(홈+바텐딩)’이라고도 불리는 홈바는 집에서 선술집의 바텐더처럼 여러 술을 제조해 마시는 문화를 말한다. 대한칵테일조주협회에 따르면 칵테일이란 ‘술에 과즙, 탄산음료 등의 부재료를 혼합하여 만든 음료의 총칭’으로,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혼합해 만든 혼합 드링크(Mixed drink)이다. 

  ‘홈바’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MZ세대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정착했다. ‘홈바’를 즐기는 이들은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것을 넘어 요리하듯이 다양한 레시피를 활용한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 관련 지식을 공부한다. 칵테일을 만들고 생긴 빈 병은 마치 수집품처럼 모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 이들은 시중의 칵테일 레시피를 따라 해 보기도 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비율을 조절해 마시기도 한다.

  실제로 홈바를 즐기고 있는 황태환(청주시 서원구·25) 씨는 “홈바를 시작한 가장 큰 계기는 ‘코로나19’였다. 당시 팬데믹의 불안함 때문에 칵테일 바는커녕 외식조차 피하고 집에서 끼니만 해결할 때가 많았다. 덕분에 밖에서 외식하는 돈이 절약됐고, 홈텐딩.홈테이스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바로 홈바를 만들게 됐다. 홈바를 즐기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마시고 싶은 칵테일을 직접 만든다는 점이다. 칵테일 바를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같은 칵테일을 두 번 시키는 것은 가격에 대한 부담과 다른 것을 시켜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쉽지 않다. 하지만 직접 홈텐딩을 하면 내가 원하는 용량을 만들 수 있고, 알코올 도수도 조절할 수 있어 내 취향에 맞는 칵테일을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또, 칵테일에 들어가는 원재료와 칵테일을 주조하는 기법을 이해한다면 칵테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칵테일 바에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재밌고 맛있게 술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라며 홈바의 매력을 전했다.

  지난 9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2022 서울 바 앤 스피릿쇼’가 개최됐는데, 단순한 주류 박람회를 넘어 위스키, 스피릿, 와인, 맥주, 칵테일, 전통주와 홈바를 꾸밀 수 있는 바 용품 등을 한 곳에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주류 전문 전시회였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이 쇼에는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2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특히 20대 방문객이 대폭 증가해 홈바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홈바의 인기에 편승해 기업들은 ‘홈술’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5월 고급 바의 칵테일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컨셉의 RTD(Ready to Drink) 상품인 ‘홈텐더 3종’을 선보였다. 최적의 조합으로 집에서도 유명 바텐더가 만든 칵테일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홈텐더 3종은 유명 바텐더인 ‘바 머스크’의 김준희 대표와 주류 OEM 전문업체 ‘부루구루’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또 국내 토닉워터 시장 1위 브랜드인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 8월 ‘진로토닉워터 진저에일’을 출시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진저에일을 활용한 칵테일 레시피도 제안하며 홈바 마니아들을 공략했다. 여기에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CJ올리브영도 지난달 1일부터 RTD주류 시범 판매를 시작했는데, 올해 안에 70여 개 매장에서 15종 내외의 주류를 시범 판매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패션 편집숍 비이커는 안주류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아모레퍼시픽의 티 하우스 오설록에서는 티 칵테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칵테일은 크게 도구, 기법, 기주, 음료, 부재료, 가니쉬로 이루어진다. 도구는 말 그대로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하는 것으로 ▲계량을 할 때 쓰는 ‘지거’ ▲저어서 섞거나, 잔 벽에 대고 음료를 부을 때 사용하는 ‘바스푼’ ▲칵테일에 넣기 전에 액체들을 믹싱할 때 쓰는 ‘믹싱글라스’ ▲다 만든 칵테일을 잔에 부을 때 얼음과 재료들이 빠져나가지 않게 걸러주는 ‘스트레이너’ ▲얼음을 원하는 크기로 부수고 싶을 때 사용하는 ‘아이스픽’ ▲칵테일을 다 만든 후 가니쉬를 장식할 때 사용하는 ‘칵테일픽’ ▲과일이나 허브 등을 으깨 즙을 낼 때 사용하는 ‘머들러’ ▲빠른 속도로 차게 섞어야 할 때 사용하는 ‘쉐이커’ 등이 있다.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인 기법에는 ▲따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잔에 직접 재료를 넣는 방법인 ‘빌드’ ▲믹싱글라스에 얼음과 음료를 넣고 바스푼으로 저은 다음 잔에 붓는 방법인 ‘스터’ ▲쉐이커를 사용해 재료를 빠르고 차게 섞거나 잘 섞이지 않는 재료들끼리 섞는 방법인 ‘쉐이킹’ ▲술의 비중 차이를 이용해 층이 나뉘도록 따르는 방법인 ‘플로트’ ▲블렌더를 사용해 쉽게 섞이지 않는 재료들을 함께 갈아 만드는 방법인 ‘블렌드’가 있다.

  기주는 칵테일의 기본이 되는 술을 말한다. 주로 럼, 진, 보드카, 데킬라, 위스키, 브랜디 같은 스피리츠(Spirits), 즉 증류주(蒸溜酒)가 기주로 사용된다. 럼은 사탕수수가 원료이며 약간 끈적한 느낌이 드는 단맛과 향이 특징이다. 진은 전분의 원료가 되는 곡물을 발효하고 증류한 후 향을 더한 술이다. 보드카는 향, 맛, 색이 없어 깔끔하며 다른 재료들의 특성을 잘 살려준다. 데킬라는 용설란의 기둥 부분을 발효하고 증류한 것으로, 자극적이고 드라이하다. 위스키는 곡식을 발효시켜 증류한 후 나무통에서 숙성시킨 후 증류한 술이다. 브랜디는 과실주를 증류한 증류주인데, 대체로 포도주를 증류시킨다. 브랜디 중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은 꼬냑이라 부른다. 스피리츠 종류 이외에도 리큐르(Liqueur)가 사용되는데, 리큐르는 증류주나 주정에 당분, 과일, 꽃 등을 넣어 향을 입힌 향주(香酒)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와인, 샴페인, 소주, 맥주 등도 기주로 사용한다.

  음료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콜라, 토닉워터, 탄산수, 오렌지주스, 크랜베리주스, 레몬주스, 라임주스 등이 주로 쓰인다. 부재료는 기주와 음료 외에 첨가되는 재료로, 설탕 시럽, 그레다닌 시럽 등의 시럽류와 소금, 정향, 시나몬, 후추 등의 향신료를 말하며, 요즘은 핫소스도 쓰일 때가 있다. 가니쉬는 칵테일에 곁들여 먹는 장식이나 간단한 안주로 레몬, 라임, 오렌지, 파인애플, 체리, 올리브 등을 주로 사용한다.

  칵테일의 종류는 정말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다른 칵테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아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들을 소개하자면, ▲하이볼 ▲피치크러쉬 ▲블루하와이 ▲모히또 ▲마가리타 ▲미도리사워 등이 있다. ‘하이볼’은 증류주를 기주로 글라스에 얼음을 넣고 청량음료를 넣어 혼합해 만든다. 이때 들어가는 기주와 재료에 따라 ‘짐빔하이볼’, ‘진저하이볼’ 식으로 접두사가 달라진다. ‘피치크러쉬’는 복숭아 향이 나는 리큐르와 크랜베리 주스, 레몬을 혼합해 만들며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고 술맛은 거의 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블루하와이’는 화이트 럼에 블루 큐라소 시럽을 혼합해 청량한 푸른색이 매력적인 칵테일이다. ‘모히또’는 민트와 라임을 혼합해 만들며,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마가리타’는 데킬라, 라임주스, 레몬주스를 혼합해 만드는데, 잔에 소금을 묻혀 함께 마신다. ‘미도리사워’는 멜론과 레몬을 혼합하여 만들며, 달달하면서도 새콤한 레몬 향이 올라온다.

  최근에는 기존에 있는 레시피들 외에도 비전문가가 만든 새로운 레시피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 나온 홈바 레시피 중 위스키와 얼그레이 시럽, 토닉워터를 조합해서 만드는 ‘얼그레이 하이볼’과 소주, 홍차 혹은 홍차맛 토닉워터를 조합해서 만든 ‘기범주’는 칵테일을 주조할 때 들어가는 얼그레이 시럽 등의 품절 대란이 일어날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외에도 메로나, 토닉워터, 소주를 조합해 만드는 ‘메로나소다’, 블루레몬에이드, 밀키스, 소주를 조합해 만드는 ‘블루레몬 칵테일’, 아메리카노, 식혜음료, 소주를 조합해 만드는 ‘깔루아햇살’, 수박음료, 레몬맛 맥주, 소주를 조합해 만드는 ‘수박모히또’ 등 다양한 홈바 레시피가 각종 SNS에서 열풍이다.

  기자도 나만의 홈바 레시피에 도전해봤다. 편의점에서 칵테일에 들어갈 재료를 골랐다. 기주로는 진로 소주를 골랐고 다양한 음료들도 함께 구매했다. 기자가 만든 첫 번째 레시피는 소주와 밀크티, 매실 주스를 1:2:1 비율로 조합한 ‘매실 밀크티주’이다. 처음 보는 조합이라 무슨 맛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으나 직접 마셔보니 새콤달콤한 매실의 맛과 밀크티의 부드러운 향이 감싸주면서 생각 이상으로 꽤 잘 어울렸다. 소주 대신 위스키 등 다른 기주를 넣어 마셔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만든 레시피는 소주와 청포도 주스, 복숭아 주스, 파인애플 주스를 1:1:1:1의 비율로 조합한 ‘트로피칼주’이다. 넣는 순서대로 주스의 색깔이 층층이 쌓여 미관상으로도 예뻤고, 새콤달콤한 과일들의 맛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졌다. 들어가는 재료가 전부 열대과일은 아니지만 열대과일이 주는 싱그러운 맛이 돋보여 ‘트로피칼주’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자 입맛에는 알코올 맛이 거의 나지 않아 소주를 한 잔 더 첨가했다. 여기에 기호에 맞게 토닉워터를 더 첨가해 청량한 맛을 더해도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홈바’는 바텐딩에 대해 잘 알지 못 하더라도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유불급(過猶不及). 각자의 주량에 맞추어 적정량을 마시도록 주의한다면 즐겁게 즐길 수 있으니 한 번쯤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박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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