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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서
뉴트로(Newtro), 과거를 빌려 현재를 소비해요
제 974 호    발행일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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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유행했던 일명 ‘Y2K 패션’이 다시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시절의 수많은 유행 중에서도 일명 건빵바지로도 불리는 ‘카고팬츠’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다시 유행하고 있다. 이처럼 옛것을 재해석해서 즐기는 ‘뉴트로’는 패션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기성세대에겐 향수를, 젊은 세대에겐 신선함을 선사하며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뉴트로’ 트렌드에 대해 취재해 봤다.


‘뉴트로’란

  ‘뉴트로’의 시작은 ‘레트로’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트로는 과거의 모양, 정치, 사상, 제도, 풍습 따위로 돌아가는 것 혹은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하나의 유행이나 스타일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 경향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저널리스트에 의해 재연, 재유행의 의미로 처음 사용됐다. 또한 레트로는 회상, 추억, 회고 등을 뜻하는 ‘Retrospect’의 준말로, 과거의 것을 그리워하며 모방, 복제하려는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레트로(Retro)’에 새로움을 뜻하는 ‘New’를 합친 신조어가 바로 ‘뉴트로(Newtro)’다. 뉴트로는 과거의 추억에서 새로움을 찾고 재미있는 요소를 추가해 복고를 새롭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즐기는 것이다. 과거를 똑같이 재현하고 즐기는 레트로와는 달리 옛것에 현대적인 것을 더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이 뉴트로다. 뉴트로는 과거를 단순히 추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방법으로 과거를 즐기는 현상이다.
  이러한 뉴트로가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며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특별한 문화 현상이 돼가고 있다. 뉴트로의 인기에 대해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는 “유행이나 트렌드는 주기성을 갖는데, 과거에 있던 현상들이 주기성을 갖고 현장에서 발현되거나 관찰되는 경향 때문”이라며 “현재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 일명 MZ세대는 자신들이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장난감이나 놀이문화 등에 대한 향수, 또는 당시 충족하지 못했던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로 소비하기도 한다. 특히 젊은 층들은 자신의 체험과 구매한 아이템을 SNS에 공유하며 동료와 친구들에게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통해 더 재미를 느낀다. 이런 현상이 동료집단으로 확산하면서 뉴트로의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별의별 뉴트로

  뉴트로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뉴트로 하면 아마도 패션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로우라이즈 ▲크롭티 ▲부츠컷 ▲청청패션 ▲아디다스 트랙 탑 ▲카고팬츠 등 과거 유행했던 수많은 패션 트렌드가 다시 돌아와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유행에 발맞춰 많은 레트로 패션 브랜드들이 새롭게 론칭했는데, ▲티피코시 ▲Lee ▲잠뱅이 등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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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 브랜드 중 ‘티피코시’는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00년대 들어 판매 부진이 이어져 결국 2008년 브랜드 철수를 결정했다. 올해 다시 돌아온 티피코시는 1990년대 트렌드를 재해석한 뉴트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 컬러는 여전히 90년대 티피코시를 상징했던 보라색을 유지하고, 과거 힙합, 레게, 록, 클래식 등을 접목해 ‘X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양한 음악 요소를 상품에 접목했다. 티피코시는 젊은 층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아 매장 직원을 모두 젊은 층으로 채용했으며, 온라인 패션 스토어인 ‘무신사’에도 입점했다. 티피코시 브랜드 재론칭을 결정한 LF의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새로움을 갈망하는 젊은 세대에는 호기심과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티피코시만의 브랜드 감성을 새롭게 재해석한 제품들을 선보이고자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티피코시 재론칭 소식에 ㅇ(천안시 동남구·49) 씨는 “내가 젊었을 때 즐겨 입던 브랜드를 내 아들딸도 입다니 감회가 새롭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 같은 유명한 스타들이 모델이었던 기억이 난다. 재론칭 한다고 하니 그때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뉴트로 패션이 우리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아 좋다”라고 말했다.
  뉴트로 열풍은 주류업계에도 불고 있다. ‘하이트 진로’는 지난 2019년 4월, 소주 원조 브랜드 ‘진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뉴트로 콘셉트로 재출시했다. 진로는 뚜껑을 제외하고 라벨 크기, 병 모양과 색깔 등을 과거 모습 그대로 복원해 기존 초록색 병에 익숙한 젊은 층에 새로움을 전달했다. 재출시 이후 진로 브랜드 소주는 4년간 누적 15억 병을 판매했고, 2021년 오픈한 하이트 진로 팝업스토어 ‘두꺼비집’은 누적 방문자 수는 45만 명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하이트 진로 관계자는 <더 데일리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두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로 인한 성공이 아닐까 한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MZ세대에게는 전혀 새로운 술로 인식된 것 같다”라고 성공 원인을 짐작했다. 실제로 MZ세대인 ㄱ(청주시 서원구·26) 씨는 “과거에 있던 병 디자인과 캐릭터지만 우리 세대에겐 새롭게 다가와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뉴트로에 힘입어 아날로그 감성의 아이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20년 출시된 폴라로이드 카메라 ‘인스탁스 미니11’은 꾸준한 인기로 지난해 4월까지 누적 23만여 대를 판매했다. 이는 언제든 선명하게 사진을 찍고 결과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지만, 아날로그만의 느림과 불편함에서 오는 차별성과 희소성에 가치를 두는 젊은 세대 덕분이다. 아날로그만의 느림과 불편함에 매료된 젊은이들은 필름 카메라에도 관심을 둔다. 이들은 필름을 현상하기 전까지 사진을 볼 수 없는 게 필름 카메라의 매력이라 말한다. 이들로 인해 없어져 가던 사진 현상소가 활기를 찾고, 기업들은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후지필름’은 자사 카메라를 체험하고 인화까지 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셀프 스튜디오 브랜드 ‘포토이즘’은 즉석 필름 카메라 감성에 빠진 소비자를 겨냥해 지난 4월, 총 8가지 종류의 ‘BACK TO THE Y2K’ 프레임을 선보였다. 프레임 출시 당시 포토이즘은 ‘Y2K’ 감성과 어울릴 것 같은 친구를 댓글에 태그하고 추억을 회상하는 댓글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캠코더, 벽걸이 CD플레이어 등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는 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과거를 빌려 현재를 소비하는 뉴트로

  이영애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경험과 체험을 기준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를 통해 과거의 생활을 접하면서 생활 양상을 따라 하거나 당시 유행했던 아이템을 구매하고 체험하며 재미를 느낀다”라고 말한다.
  이영애 교수의 말처럼 경험과 체험을 위해 소비하는 젊은 세대가 뉴트로를 유행시키며 새롭게 만들어진 신조어가 있다. 바로 ‘노스텔지어(Nostalgia)’이다. 노스텔지어는 원래 향수, 향수병, 과거에 대한 동경과 회고의 정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옛 향수를 자극하는 마케팅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노스텔지어 마케팅은 주로 외식업계에서 활발하다.
  우리 학교가 위치한 청주에도 노스텔지어 마케팅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성안길 인근 청주공고 후문에서 한국은행 충북본부 방향으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 ‘목간’이다. 카페 목간은 1988년에 지은 목욕탕인 ‘학천탕’을 2019년 개조해 만든 카페이다.
  카페 목간의 외관은 옛 목욕탕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학천탕’이라는 간판이 여전히 손님들을 반갑게 맞는다. 내부도 목욕탕이었던 흔적을 많이 넘겨뒀는데, 주문한 음료를 가져가는 픽업 대 뒤쪽으로는 옛 모습 그대로인 목욕탕 로커들이 있고 1층 곳곳에는 옛 목욕탕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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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으로 올라가면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공용 탕, 샤워부스 등을 개조해서 만든 자리가 있는데, 물기 없는 목욕탕에서 음료를 마시는 색다른 느낌이다. 나무로 제작한 바구니에 음료를 담아주고 목욕탕을 개조한 카페답게 삶은 달걀과 소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이 카페가 가진 차별성 중 하나이다. 판매하는 음료도 옛 추억을 되살리는데, 요즘 카페에서 보기 힘든 오미자 에이드와 미숫가루 등의 메뉴가 있다. 특히 미숫가루의 맛은 어릴 적 목욕을 하고 나와 가족들과 함께 마시던 맛을 떠올리게 한다. 카페 목간은 같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과 방문하면 더 많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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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옛것을 가져와 기성세대에겐 추억과 편안함을,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과 과거의 감성을 체험하게 하는 뉴트로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해진다. 남들이 다 하는 그런 유행을 따라가고 싶지 않다면 다양한 분야에 퍼져있는 뉴트로 트렌드를 한번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서 기자 
m1nseo@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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