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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윤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템플스테이
제 979 호    발행일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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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머물면서 불교문화와 사찰 생활을 체험하는 템플스테이가 MZ세대의 힐링 여행 코스로 떠올랐다. SNS에는 20대가 게시한 ‘템플스테이’ 관련 게시물이 9만 개가 넘고, 템플스테이 여행기를 다룬 ‘템플스테이 브이로그’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새벽 기상부터 108배, 채식까지 템플스테이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자극을 추구하는 MZ세대와는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복잡한 속세를 떠나 불교와 관련된 이색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그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레저 콘텐츠로 자리 잡은 걸까? 기자가 직접 템플스테이 체험을 한 후 템플스테이가 M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여행 키워드로 떠오르게 된 비결에 대해 생각해 봤다.


MZ세대, 왜 ‘템플스테이’인가?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시작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현재는 전국 144개 사찰에서 운영하며, 누적 체험자 수는 약 644만 명을 헤아린다. 한국 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20~30대 젊은 층이 전체 참가자의 45.6%에 달한다고 한다.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됐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종교적 관심과 상관없이 일종의 힐링 수단으로 여겨진다. 유튜브에 ‘템플스테이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의 제목은 ‘행복을 찾아 떠난다’, ‘종강 후 떠난 템플스테이’, ‘진정한 휴식’ 등이다. 또한, 그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템플스테이 체험이나 사찰 참배 후 남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자신만의 색다른 체험을 알리는 데 열중한다.
  흔히 템플스테이를 생각하면 조용한 산속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도심에 있는 사찰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추세다.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까운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템플스테이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MZ세대를 사로잡은 비결이다. 템플스테이는 체험형, 휴식형, 당일형 등으로 구성되며, 자신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빡빡한 일정이 부담된다면 ‘휴식형’이나 ‘당일형’ 프로그램을, 사찰에서 1박 2일간의 체험을 원한다면 ‘체험형’을 추천한다. 사찰마다 진행하는 프로그램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발우공양(평상시 승려들이 식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비롯해 108배, 연등 만들기 등 불교문화는 물론이고, 녹차 만들기 등 자연환경을 이용한 프로그램까지 경험할 수 있다.

도심 속 사찰, 청주 용화사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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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과의 차담 시간.

  지난 3월 22일 금요일 오후, 용화사에 도착했다. 용화사는 우리 학교에서 버스로 약 40분이 걸리며, 자가용으로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용화사는 깊은 산속에 자리한 다른 절과 다르게 청주 시내 무심천 바로 옆 도심에 있다. 이런 좋은 접근성이 템플스테이를 경험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주말 체험을 원한다면 적어도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하며, 무심천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예약하려면 꽤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한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사찰 특유의 안락함이 지친 심신을 정돈해 주길 바라며 용화사로 향했다. 도착 후 배정받은 방에 들어가니 낮은 테이블과 불교 관련 서적 몇 권이 눈에 들어왔다. 단출하지만 따뜻한 이 방에서 하루 동안 무엇을 느낄 수 있을지 기대하며 미리 준비돼 있던 보라색 수련복으로 갈아입었다. 짧은 휴식 후 용화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 합장, 묵언과 같은 기본적인 예절은 물론이고 머무는 동안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영상을 시청했다. 이후 문화 해설사님의 안내에 따라 용화사를 한 바퀴 돌며 용화사의 전설과 역사에 대해 들었다.
  설명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 스님과 함께 명상과 대화를 섞은 차담 시간을 가졌다. 스님은 손가락으로 찻주전자의 뚜껑을 지그시 누르고 찻물을 따라내셨다. 스님은 차를 우려내는 것처럼 “마음을 우려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이는 잡다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부 털어내 보라는 조언이라고 한다. 사랑과 연애에 관해 조언하시던 도중 스님은 참가자들에게 “구름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구름은 조건이 맞을 때만, 조건에 의해서만 존재한다고. 변할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험하는 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건 위험한 것이라며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조언을 해주셨다. 스님과의 차담 시간은 ‘진짜 어른’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저녁 공양 시간이 찾아왔다. 듣던 대로 고기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맛있게 식사를 마친 후 저녁을 먹으며 사용한 식기를 직접 설거지했다. 저녁 공양 시간이 끝난 후에는 타종 체험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리듬감 있게 북을 치는 스님의 모습을 보며 ‘설마 저걸 치라는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맞았다. 스님께서는 이 리듬을 흉내 내며 북을 쳐보라고 하셨다. 쿵-쿵쿵-쿵쿵쿵쿵… 신나면서도, 한편으론 경건해지는 리듬이었다. 평소 나 자신이 박치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스님 앞에서 북을 칠 때는 세상 제일가는 박치가 된 것 같았다. 혼란과 부끄러움도 잠시, 모든 참가자가 긴장을 풀고 그럴싸한 리듬으로 북을 쳤다. 다음은 종이다. 북과 달리 종을 치는 건 쉬웠다. 스님께서는 종을 치면 종소리가 종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데, 이때 소원을 빌면 소원도 종소리와 같이 하늘로 올라가 이뤄진다고 했다.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참가자들의 마음이 하늘에 꼭 닿기를 바라며, 나도 소원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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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종 체험을 하는 장윤서 기자.

  타종 체험 후 저녁 예불을 드렸다. 스님을 따라 반야심경을 읽으며 절을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절을 하는 타이밍을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다. 곁눈질로 옆 참가자들과 스님을 쳐다보는데, 눈이 돌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템플스테이에서의 저녁예불은 나에게 ‘도둑 절’로 기억된다. 어찌저찌 절을 다 마치자, 공식적인 일과가 끝났다.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이날 일정은 ‘108배와 염주 만들기’였다. 108배의 근원은 ‘백팔번뇌’다. 이에 대해서 종교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무교인 나에게 양자역학만큼이나 어려운 부분이었다. 108개의 참회문을 읽으며 흩어진 마음을 모으는 수행의 한 종류라고만 이해하며 108배를 준비했다. 108배는 영상을 보며 진행하며, 영상에서 문장이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절을 하는 것이다. 절 한번 하고 염주 꿰는 이 과정을 108번 반복하며 힘들다는 생각도 잠시, 흘러나오는 영상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절합니다’, ‘타인을 돕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하며 절합니다’... 이 108개의 문장대로 살면 진짜 전지전능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완벽한 사람의 비결들이 가득했다. 염주의 줄에 한 개의 구슬을 넣고 문장을 되뇌고, 절하고 다시 구슬 하나를 넣고 문장을 되뇌고. 처음에는 절을 몇 번째 하는지 세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문장의 의미에 집중하는 나를 발견했다. 영상 속 목소리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말했다. 절을 하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테니 도와달라는 간절한 마음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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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배를 하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템플스테이를 다녀오고 느낀 것들

  오랜 기간 나는 템플스테이를 로망으로만 갖고 있었다. ‘나는 운전을 못 해서 산속의 절까지 가기에는 어려울지도 몰라’, ‘절에서는 지켜야 할 것이 많아 보이는데 오히려 가서 스트레스받지 않을까?’, ‘새벽에 일어나서 등산한다든지 내 체력에 맞지 않는 활동을 꼭 해야 하면 어쩌지?’ 등등 수많은 걱정과 편견을 앞세워 ‘나중에 언젠가’라며 미뤄왔다. 그러다 가방 하나 메고 도심 속 사찰로 들어가니 잠시 현실 속 ‘나’를 잊고 자연 안에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북이 울릴 때, 저녁 예불에서 직접 소리 내 불경들을 읽어볼 때, 108배를 하며 되고 싶은 모습을 떠올릴 때, 템플스테이에서의 모든 순간이 가슴을 울렸다. 복잡한 세상에서 진리와 안정된 마음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몇 발짝만 나가면 시끄러운 세상이지만, 사찰 안에서는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많은 이가 휴식을 찾아, 취향을 찾아, 색다른 경험을 찾아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데, 그 여정 끝은 항상 ‘나’이다. 사찰마다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지만 결국 템플스테이의 본질은 ‘지금을 면밀하게 보라’는 것이다. 템플스테이는 왔다가 지나쳐 가는 대상과 조건들 앞에서 자기 내면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찰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그러니 세상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이 소중한 MZ세대에게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얼마나 힙하고 취향 저격인가 말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몸도 마음도 지칠 때 휴식과 함께 새로운 삶의 용기를 담아오고 싶을 때가 있다. 바쁜 일상 속 쉼표를 찍기 위해 어디로 떠나야 할지 고민 중이라면, 혹은 지금 지친 당신이라면, 템플스테이를 통해 잠시 쉬어가는 건 어떨까?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아름다운 사찰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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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화사 관음전의 내부 사진.

장윤서 기자 
younseojang@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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