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신문방송사 충북대신문 The Chungbuk Times 교육방송국
전체기사종합취업대학사회광장사람특집문화동영상뉴스포토&만평학술현상공모전문학
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문화
문화 섹션
확대축소프린트
 이수진
우리술은 지루하지 않다
제 984 호    발행일 : 2024.12.02 
야구나 축구 경기를 관람하면서 치킨과 함께 마신 맥주, 대학에 들어와 처음 만난 동기나 선후배와 어색한 분위기를 풀며 마신 소주, 친구와 함께 웃고 떠들며 마신 막걸리까지. 물론 술은 우리 몸에 해악이지만, 우리의 사회적 관계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이런 술 중에 우리술은 우리나라의 정서와 시대상, 향토성으로 빚어낸 전통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작성한 <2023년도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주 시장은 2020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2년에는 전년도 대비 출고액이 73.0%나 증가했다. 우리술은 더 이상 ‘전통’에만 머물지 않는 하나의 트렌드다. 우리술의 맛과 멋을 찾아 ‘2024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다녀왔다.

각양각색의 우리술과 함께, 2024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

  지난 11월 15~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선 더술닷컴에 들어가 온라인 사전등록하거나 aT센터 로비 현장 데스크에서 현장등록을 해야 했다. 온라인 사전등록 시에는 일반인, 바이어, 언론.미디어 중 참관객의 지위를 선택해야 하는데, 현장에는 언론사나 회사 이름이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사전등록자에겐 관람일 하루 전에 등록 QR코드와 함께 QR코드를 제시하면 출입증을 바로 인쇄해 빠른 입장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왔다. 당시 메시지를 보고 여유롭게 현장에 도착해도 되겠거니 생각했으나, 안일한 생각이었다. 입장 시간인 오후 1시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는데, 입구부터 늘어선 줄이 두 겹이었다. 줄이 더 길어지기 전에 얼른 현장 데스크로 가 QR코드를 찍고, 입장료 10,000원을 결제했다. 술을 주제로 한 축제라 주민등록증 검사도 진행됐다. 입장 팔찌와 기념품 교환권을 받은 뒤, 오후 1시 하고도 약 10분 이상을 더 기다리니 드디어 나의 입장 순서가 왔다.
  사전에 선착순으로 매운맛 과자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공지가 있었기에 기다리는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선착순 1,000명 안에 들었는지, 과자를 받았고 모든 입장객에게 주는 기념품도 받았다. 기념품은 ‘2024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가 인쇄된 가방 안에 육포와 현장에서 사용하는 2,500원 상품권 두 개, 알약 형태의 숙취해소제, 술잔 하나가 들어 있었다.
  협회 부스에서 나눠주는 우리술 빙고 게임 종이를 가지고 우리술 대축제를 즐기기 시작했다. 빙고엔 ‘ㅇㅇㄹㅅ 부스에서 도장 받아오기’, ‘우리술 MBTI 또는 AI 체험하기’, ‘가장 좋아하는 우리술과 함께 사진 찍어오기’ 등의 미션이 적혀있었다.
  현수막에 있는 QR 코드를 찍어 이용하는 AI ‘우리술 소믈리에 술까치’는 원하는 양조장과 술의 부스 위치 및 관련 정보를 알려줬다. 술까치에게 “달달한 과일과 어울리는 술 추천해 줘”라는 채팅을 보내니, ‘깎깎!’이라는 특유의 말버릇과 함께 장문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오밀조밀하고 하찮은 모습이었지만, 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진심인 전문가였다.

1.jpg

  부스는 주종별로 한데 묶여 있었다. 부스마다 뽑기를 진행하고, 여러 양조장 굿즈를 판매하거나 술과 어울리는 간단한 안주나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해 단순 시음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소주잔보다 작은 잔을 다 채우지도 못하는 양만을 마실 수 있어 마실 때마다 아쉬웠다.
  시음 전, 부스들을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며 무엇을 시음할지 계획을 세웠다. 전통주 하면 막걸리가 가장 먼저 떠올라서일까, 탁주존에 입점한 양조장이 48개로 가장 많았다. 도수가 낮은 탁주존부터 과실주존, 기타주류존, 약.청주존과 증류주존 순으로 도수 단계를 높이기로 했다. 본격적인 시음 전 속 보호를 위해 먹거리존에서 소시지를 사 먹었다. 첫 시음은 익히 들었던 우도 땅콩 생막걸리로 정했다. 전혀 알코올 느낌 없이 우도 땅콩 맛이 코와 입을 감쌌다. ‘고소’보단 ‘꼬소’가 어울리는 맛이다. 목을 넘어갈 때 막걸리 특유의 약간 텁텁한 보디감(입 안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있었다.
  탁주존엔 지역의 특산 과일을 사용해 맛을 낸 술이 많았다. 가장 특이했던 과일은 패션후르츠였다. 색상은 일반 막걸리였는데 맛이 특별했다. 설명에 ‘백 가지 맛’이라고 쓰여 있는데, 정말로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알쏭달쏭한 달콤함이었다. 입맛에 맞는 달달한 과일 탁주를 먹다 보니 쌀로만 빚은 탁주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가장 맛있었던 탁주는 탁주존에서 가장 마지막에 시음한 성수주조장의 딸기 막걸리였다. 생딸기를 사용해 딸기 향이 강하고 목 넘김도 텁텁함 없이 깔끔했다. 동행한 친구는 다른 주종의 술까지 합쳐 가장 맛있는 술이었다며 “딸기 우유랑 경쟁해도 이길 것 같다”라는 평을 남겼다.

2.jpg
▲ 과실주 부스에 와인이 진열된 모습.

  과실주존과 기타주류존은 담백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패키징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는 드라이나 로제처럼 이전에 접해본 적 없는 와인을 주로 시음했다. 산머루 크라테 드라이 와인은 신맛과 단맛의 조화가 아주 좋았다. 아주 약간 단맛에 더 기울어진 그 균형은 입맛에 맞았다. 향은 예상했던 것보다 독특했다. 예상한 신 향 말고도 베리류의 새콤달콤함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처음 맛본 드라이 와인은 성공적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가장 맛있는 건 스위트 와인이다. 로제 와인은 레드보단 포도 맛이 약하고 화이트보단 달콤함과 상큼함이 덜했다. 딱 레드와 화이트의 중간 단계, 조화인 단계로 느껴졌다.

3.jpg
▲ 오크통에 담긴 술.

  증류주존과 약.청주존에선 높은 도수의 술을 많이 시음해 겨울인데도 덥고 또 머리가 무거울 정도로 취했다. 첫 시음은 오크통이 있던 부스였는데, 그 향이 궁금해 고민 없이 바로 시음했다. 입 가까이 가져가자 매우 강한 나무 혹은  숲의 향이 났다. 그 낯섦이 불호가 아녔기에 의심 없이 한입에 털어 넣은 순간, 혀와 목이 타들어 갔다. 무려 50도라는 걸 시음하고 나서야 알았다. 다른 술로는 이도42, 지리산 더덕주, 홀리엠, 만다린 약주 정도가 기억이 난다. 증류주와 약.청주존에서 얼큰하게 취해 더는 시음이 무리였다.

5.jpg

다양한 우리술, 다양하게 즐기는 법

  모든 시음이 끝난 후 구매한 술은 딸기 막걸리, 더찾을수록(아메리카노향), 포엠 레드 스위트와인이다. 각각 탁주, 증류주, 과실주다. 구매한 술로 무거워진 기념품 가방을 들고 곧바로 동행한 친구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어느새 가라앉은 취기가 아쉬워 술화채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있던 편의점에서 더 맛있는 술화채를 위해 사이다와 컵에 담긴 파인애플을 추가로 구매했다.
  가장 깊고 넓은 그릇을 준비하고, 친구 부모님이 얼마 전 보내주셨다는 감과 귤 그리고 파인애플, 누구에게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 곰돌이 모양 젤리를 모두 부어 넣었다. 사이다와 와인의 비율을 고민하다 사이다 2, 와인 8의 비율로 술화채를 완성했다. 신 향과 단맛, 약간은 걸쭉하게 입안에서 감기는 맛이 좋았던 포엠 레드 스위트와인은 신 향만 남고 맛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이다와 섞이며 와인의 보디감이 가벼워졌으며 자글자글한 탄산이 느껴졌다. 과일과 섞이면서는 그 달달함을 흡수한 것인지 확실히 단맛이 강해졌다.
  술화채를 먹으며 의외로 가장 맛있었던 것은 젤리였다. 단단했던 젤리가 액체를 흡수해 말랑말랑해졌고, 와인을 그대로 흡수해 씹었을 때 과즙이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음날 아르바이트가 있어 조금만 마시겠다던 친구는 와인을 그냥 마셨을 때보다 훨씬 좋다며 술화채가 바닥이 날 때쯤 와인을 더 추가했다. 그날 저녁,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한 와인을 이렇게 소소하고도 쾌활한 방식으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친구와 쉼도 없이 재잘거렸다.

4.jpg
▲ 직접 만든 술화채.

  며칠이 지난 뒤 늦게까지 과제를 했던 날, 동기와 함께 편의점에서 우리술 칵테일과 어울리는 한 상을 만들어 봤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재료는 얼음컵, 초코우유, 복숭아 혹은 사과 차가 전부였다. 첫 번째 칵테일은 얼음컵에 더찾을수록(아메리카노향) 3, 초코우유 7의 비율로 넣어 만들었다. 더찾을수록(아메리카노향)은 신기하게도 정말 커피 원두의 향이 진하게 나는 증류주였기에, 초콜릿의 달달한 맛과 어울릴 거라 예상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정말 카페에서 마시는 헤이즐넛 라떼나 우유와 같은 맛이었다.
  두 번째 칵테일은 얼음컵에 복숭아 차 4.5, 포엠 레드 스위트와인 5.5의 비율로 넣어 만들었다. 처음으로 만든 것보단 작은 변화였지만, 제법 괜찮은 모양새의 결과물이었다. 와인보단 포도 음료수에 가까운 맛으로, 복숭아 차로 인해 농도가 묽어지며 깔끔한 목 넘김과 은은한 복숭아향이 생겼다. 같이 마시던 동기는 복분자주와 비슷한 맛이 나고, 포도의 신 향이 사라져서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다고 평했다.
  안주는 떡볶이와 치즈스파게티 라면이었는데,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칵테일과 찰떡궁합이었다. 평소엔 치즈의 느끼하고 쿰쿰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데 두 번째 칵테일과 함께 마시니 물리지 않고 끝까지 먹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칵테일은 떡볶이의 매운맛을 잘 잡아줬지만, 과일의 상큼함이 추가돼도 좋을 것 같았다. 칵테일이나 하이볼을 만드는 짧은 쇼츠를 언젠가 본 적이 있는데, 전부 외국에서 만든 술을 재료로 해 우리술로 잘 대체할 수 있을까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 마셔보니 괜한 걱정이었을 정도로 매우 훌륭했다. 그냥 마셔도 맛있지만, 다양하게 섞여 다채로운 맛과 보디감을 선사하는 우리술이 많아지길 바라며 편의점을 나섰다.

6.jpg
▲ 직접 만든 우리술 칵테일.

  직접 다양한 우리술을 마시고 또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보니, ‘전통’이란 단어는 이제 따분하고 무료한 인상을 전달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가지 모습으로 현재에 맞춰 변화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우리의 색을 잃지 않는 아주 매력적인 인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특히, 지역에서 나는 농산품을 이용해 그 지역의 맛을 살린 친숙함은 우리술의 최고 강점이었다. 이것이 바로 이번 2024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통해 알게 된 우리술의 마성이었다.


이수진 기자
100456ssu@chungbuk.ac.kr 
목록보기
최근기사
D등급에서 9월 투표까지, 충북대·교통대 통...
학생들의 선의 노린 포교 수법, 개인정보 제...
<양심의 빈자리> 학내 공용공간, 잘 사용하...
고물가 시대, 학교 주변에서 찾은 가성비 밥...
원청교섭 나선 정부기관, 노란봉투법 현실은....
문화 More
안타 치면 물대포 팡, 흠뻑 젖어 더 즐거운 한여름의 야...
영화 애호가들의 보물창고, 한국영상자료원
우리 같이 미친 듯 놀자, 서울 히어로 락 페스티벌
사람 냄새 나는 맛, 청주 전통시장을 걷다
미술은행 20년,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다
오래도록 홀로 견뎌온 기억,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두바이 초코 열풍, 맛보고 만들어보니
<스포츠> 노란 물결이 돌아왔다, 청주 KB스타즈가 만들 ...
작은 극장, 큰 시간. 독립영화관이 만드는 특별한 경험
올바르게 기억해야 할 현대사, ‘민주화운동기념관’
전체기사 종합
취업
대학
사회
광장
사람
특집
문화
동영상뉴스
포토&만평
학술
현상공모전
문학
동영상뉴스
수습기자모집
PDF자료실
지난호보기
신문사 소개 기사제보 독자참여 개인정보 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28644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대로1,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발행인 : 직무대리 유재수 | 주간 : 이장원 | 부주간 : 신꽃비)

행정실 : 043-261-2934    충북대신문 : 043-261-2936    The Chungbuk Times : 043-261-2935    교육방송국 : 043-261-2953

Copyright ⓒ 2008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