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설경, 로맨틱한 야경, 그리고 한겨울에도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온천과 미식 여행까지. 홋카이도는 겨울을 사랑하는 여행자에게 매력적인 여행지다. 특히, 삿포로 눈축제가 열리는 2월 초는 숙소 잡기도 어렵고, 항공권 가격도 급등할 정도로 많은 여행객이 이곳을 찾는다. 이처럼 겨울철에 매력을 더하는 홋카이도로 기자가 직접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홋카이도 겨울 여행 준비 꿀팁
홋카이도의 겨울은 실제 기온이 아주 낮은 편은 아니지만, 강한 바람과 많은 눈으로 체감 온도는 매우 낮다. 그래서 겨울철 홋카이도 여행은 두꺼운 외투, 장갑, 따뜻한 스카프, 방한 부츠 등이 필수품이며 얼어붙는 도로가 많으니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추천한다. 또 눈이 장마철 비처럼 아무 때나 내리니 우산을 챙기면 좋다.
교통편은 원하는 기간 동안 홋카이도 JR 노선 열차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JR 홋카이도 레일 패스가 경제적이다. 단, 알려진 바처럼 일본의 지하철과 열차는 노선에 따라 운행 회사가 다르니 JR 홋카이도 레일 패스로 홋카이도의 모든 노선을 이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방문할 지역과 노선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또 폭설이 잦아 버스나 열차의 운행 지연이 빈번하니 시간적 여유를 두는 여행 계획을 짜는 게 좋다. 여행 중에 JR 열차 운행 정보 사이트에서 실시간 운행 상황을 확인하면 편하다.
그밖에 비짓재팬 웹(Visit Japan Web)에서 입국 서류를 미리 입력해 두면, 현지에서 입국 심사 시 QR코드만 보여주면 돼 입국 수속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항공권은 11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구매하면 좀 더 저렴하다. 항공 사이트에서 할인 기간을 알림 설정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또, 현금 결제만 가능한 곳이 많으니, 환전을 충분히 하고 현금을 사용하다 보면 동전이 많이 생기므로 동전 지갑을 따로 챙기면 편하다.
눈과 빛이 만들어낸 겨울 동화, ‘오타루 눈빛 거리 축제’
홋카이도에 가기 전,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유명 관광지에 가기로 했다. 청주공항에서 1월 30일 오후 8시경에 에어로케이 항공을 타고 오후 10시 30분경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동일본 JR 패스로 2월 8일 오전 11시쯤에 삿포로에 도착했고, 오전 11시 30분에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향하는 쾌속 에어포트를 탔다.
오타루를 찾는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르타오(LETAO)다. 이곳에서는 홋카이도의 신선한 우유와 크림을 이용해 만든 케이크와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기자는 점심으로 르타오 본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정 디저트와 특별한 음료를 먹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긴 대기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르타오는 계절별로 특별 메뉴를 한정 판매하는데, 마침 겨울 한정으로 수플레 치즈 밤 티라미수 케이크와 시즌 더블 플레이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두 메뉴로 정했다. 수플레 치즈 밤 티라미수 케이크는 1,760엔(한화 약 16,800원), 시즌 더블 플레이트는 1,800엔(한화 약 17,000원)으로 저렴하지는 않았다. 수플레의 폭신한 식감과 고소한 밤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일반 수플레는 식감의 부드러움이 매력이라면 르타오 본점의 수플레는 거기에 크림의 밤 맛이 더해져 매력을 배가시켰다. 시즌 더블 플레이트는 모양부터 독특하고 예뻐 아까울 정도였다. 헤이즐넛 크림이 커피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

▲ 오도리 공원에서 본 말을 탄 사람의 눈 조각상.
르타오를 나와 오타루 오르골당과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를 보고 밤 9시쯤에 돼서야 오타루의 대표적인 겨울 행사인 ‘오타루 눈빛 거리 축제’를 찾았다. 1999년 시작된 축제는 오타루 운하 주변과 시내 곳곳에서 진행되는데, 여기저기 눈과 얼음으로 만든 다양한 모양의 형상과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고, 그 안에 있는 작은 불빛들이 거리 전체를 환하게 비추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타루 운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연상될 정도로 이국적이었다. 하얗게 쌓인 눈이 운하를 감싸고, 그 위로 가로등 불빛이 반사돼 한 폭의 그림이 됐다. 잔잔하게 일렁이며 흐르는 물결이 더해지면 운하는 어느새 명화로 재탄생했다. 밤늦은 시간에 도착한 탓인지 축제를 찾은 사람이 많지 않았고, 환상적 분위기를 만들던 불빛들도 서서히 꺼져갔다. 아쉬웠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오타루 운하에서 걸어서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오타루 그린 호텔(Otaru Green Hotel)에서 하루 묵었다. 여행 출발 전 예약한 1박 가격은 27만 원인데 조식 포함이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부와 달리 호텔 내부는 굉장히 좁고 답답했다. 엘리베이터도 굉장히 좁아 3인 이상 탑승할 수 없을 정도였다.
눈과 얼음의 예술, ‘삿포로 눈축제’
다음 날 오전 9시경에 호텔 조식을 먹고, 어제 갔던 오타루 운하의 아침 풍경을 보러 갔다. 아침에 보는 오타루 운하도 꽤 운치 있고 아름다웠다. 오후 12시 삿포로 눈축제를 보기 위해 오타루에서 삿포로역까지 쾌속 에어포트를 탔다. 삿포로역에선 다시 스스키노역으로 가는 난보쿠선을 탔다. 난보쿠선은 JR 패스가 적용되지 않아 지하철 비용을 별도로 냈다. 오후 1시 30분쯤 스스키노역에 도착해 먼저 숙소인 소테츠 프레사 인 삿포로 스스키노(Sotetsu Fresa Inn Sapporo-Suskino) 호텔로 갔다. 여행 출발 전 예약한 호텔 비용은 조식 포함 2박에 557,700원이었다. 호텔이 역 주변이고, 번화가라는 이점이 있어 선택했다. 1시간 정도 기다려 체크인을 하고 오후 3시쯤 삿포로 눈축제를 보러 출발했다.
축제는 삿포로의 오도리 공원, 스스키노 거리, 쓰도무 행사장에서 진행되는데, 기자는 먼저 숙소에서 가까운 오도리 공원을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오도리 공원의 엄청난 규모에 입이 벌어졌다. 오도리 공원의 눈축제는 12개 구역으로 나눠서 진행됐는데, 다양한 눈 조각으로 가득 채워졌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만화 캐릭터부터 웅장하고 화려한 인물 조각상까지 가지각색이었다. 하필이면 그날 날씨가 눈보라가 심해 눈을 뜨고 걷기도 힘들 정도였는데도 축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눈보라를 헤치며 축제장을 돌아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웅장한 대형 눈 조각상을 만났다. 그중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조각상이 가장 멋졌다. 말을 탄 사람의 역동적인 모습을 눈으로 생생하게 표현한 것이 감탄스러웠다. 그 외에도 미니언즈, 포켓몬스터 등 다양한 캐릭터 조각들이 절로 웃음이 나게 했다. 작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살피면서 작품 하나에 담긴 작가의 노력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졌다.

▲ 미니언즈 눈 조각상.
눈보라를 헤치며 돌아다니다 보니 뜨끈한 국물이 절실했다. 해산물로 유명한 홋카이도답게 다양한 해산물을 이용한 길거리 음식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익숙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한국인이면 다 아는 그 맛 ‘신라면’이었다. 우리나라 기업 농심이 삿포로 눈축제 주최 측과 콜라보 중이었는데, ‘신라면 스마일 링크 삿포로’라는 스케이트장과 신라면 판매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신라면의 가격은 100엔(한화 약 960원)으로 비싸지 않았다. 신라면 외에도 농심의 다양한 컵라면이 판매되고 있었고,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이미 많은 종류의 라면이 매진된 상태였다. 다행히 기자는 한국인의 맛으로 언 몸을 풀 수 있었다.
오도리 공원을 둘러본 뒤, 바로 옆에 있는 스스키노 거리로 향했다. 스스키노 거리는 얼음 조각상들로 채워져 있어 낮보다 조명이 어우러지는 밤이 더 아름다울 것 같았다. 눈과 다르게 얼음은 세부적이고 정교하게 묘사할 수 있어 봉황 조각상은 날개의 깃털 하나하나까지 표현해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작품이 정교한 매력을 뽐냈다.
오후 5시쯤 마지막으로 쓰도무 행사장으로 갔다. 쓰도무는 거리가 있는 편이라 오도리 역에서 사카에마치 역까지 30분 정도 이동했다. 하필 출퇴근 시간과 겹쳐 고생을 좀 했다. 쓰도무 행사장은 관람보다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았다. 주로 어린이와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눈썰매, 바나나 보트, 스키, 스노보드 등을 체험할 수 있었고, 그 밖에도 눈을 활용한 여러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앞서 방문한 곳처럼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아마도 쓰도무 행사장의 눈축제는 특정 방문객에 맞춰진 것 같았다.
저녁 7시쯤 쓰도무에서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삿포로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징키스칸’을 추천하는 글이 많았다. 그래서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의 근천의 ‘징키스칸 다루마 본점’을 방문했다. 맛집을 인증하듯 엄청나게 긴 대기 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약 2시간 3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식탁에 앉을 수 있었다. 징키스칸은 철판에 양고기와 채소를 함께 구워 먹는 음식으로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았다. 함께 주문한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양고기 기름에 구워진 채소는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며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었다. 징키스칸은 1인분에 1,280엔(약 12,300원)이었다. 고기양이 적어 비싸게 느껴졌고 더 먹고 싶었지만, 추가로 주문하지 않았다. 또 우리나라 고깃집에 비해 내부의 환기가 잘되지 않아 메캐한 공기가 불쾌했다.

▲ 양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진 징키스칸.
징키스칸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파 추가로 홋카이도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장어를 먹기로 했다. 밤 10시에 숙소를 나와 10분 남짓 걸어 민물장어 전문식당 ‘카도야’로 갔다. 마감 시간 직전이라 대기 없이 장어덮밥을 시켜 먹었다. 가격은 3,190엔(약 30,500원)으로 비쌌지만, 신선한 장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호텔 앞 편의점에서 산 일본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과자와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계획을 지우고 비움을 세우다
실질적인 여행의 마지막은 비에이를 선택했다. 아침 7시에 호텔 조식을 먹고 다시 난보쿠선을 타고 삿포로역으로 갔다. 오전 8시쯤 삿포로역에서 비에이까지 가는 투어버스에 탑승했다. 비에이는 지하철이 없어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기상이 좋지 않으면 버스가 자주 지연돼 미리 버스투어를 예약했다. 투어는 크리스마스 트리 -비에이역-흰수염폭포-닝구르테라스 순으로 진행됐는데 저녁 7시쯤 끝났다. 경이로운 자연의 풍광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하루였다. 저녁이 늦어 숙소에 도착하기 전 편의점에 들러 먹을 걸 산 후 호텔로 복귀했다. 다음 날,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서 오전 11시 30분 발 비행기를 타고 오후 3시경 청주공항에 도착하며 3박 4일의 홋카이도 여행을 마쳤다.
박노해 시인의 <계획을 지우고 비움을 세운다>라는 시에 “긴 호흡을 가다듬고 먼저 비움을 환히 세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일상을 벗어나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떠난 여행에서 나는 진정한 힐링을 느꼈다.
선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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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