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컬트적인 관심을 받은 ‘뉴진스님’, 사찰에서 진행한 소개팅 ‘나는 절로’ 등 어쩌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종교가 점점 친숙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보수적일 거란 편견에 맞서기라도 하듯, 신선하고 파격적인 모습은 젊은 세대에게 불교에 대한 호감을 준다. 이제 불교는 친숙한 문화 콘텐츠가 돼 여러 즐길 거리 중 하나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른바 “힙해진” 불교를 만나보기 위해 기자는 지난 4월 3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이하 불교박람회)를 다녀왔다.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현장
불교박람회는 힙해진 종교의 모습을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많이 체험할 수 있다. 힙한 불교박람회는 튜토리얼 영상부터 심상치 않았다. 어딘가 허술한 그림체로 만들어진 홍보 애니메이션은 맥락 없이 이어지는 어이없는 장면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영상과 함께 올라온 링크에 들어가면, 사전 등록을 할 수 있는 안내 팝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전 등록하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기에 얼른 클릭했으나, 이미 4만 명이 넘는 등록자가 있어 더 받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불교박람회의 대중적인 인기를 실감하며, 꼼짝없이 입장료 만 원을 내게 됐다.
지난 4월 4일, 공강을 활용해 불교박람회가 열리는 코엑스로 향했다. 혹여나 줄이 길어질까 봐 시작 시각인 10시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8시 차에 몸을 실었다. 차와 지하철에서 반쯤 졸다 보니 어느새 불교박람회에 도착했다. 피곤했던 기운도 북적북적한 현장 분위기에 다 날아갔다. 입구 근처 현수막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현장 등록을 하면 금방 입장 팔찌를 받을 수 있었다. 입장 팔찌와 함께 ‘바른 노력(정정진)’ 카드를 받았다. 카드는 바른 노력을 포함해 ▲바른 견해(정격) ▲바른 생각(정사유) ▲바른 언어(정어) ▲바른 행동(정업) ▲바른 생계(정명) ▲바른 기억(정념) ▲바른 삼매(정정) 총 8종류가 있었다. 부스를 돌며 체험하다 보면 얻을 수 있었고, 뒷면엔 쉽고 간단한 말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체험을 끝내고 나왔을 때 세어 보니, 아쉽게도 바른 노력, 바른 행동, 바른 생계, 바른 언어 총 4종류만 모았다. 가장 와닿은 카드는 바른 언어였다. “말로 꽃길 만들기!”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카드는 “거짓말 대신 진실을 말하고, 남을 칭찬하는 말로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기”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었다. 기사를 통해 말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두고두고 되새길 의미였다.
불교박람회장 내부는 생각보다 쾌적했다. 사람은 많았지만, 넓은 코엑스 C홀을 전체 대관해 부대끼지 않았다. 젊은 학생들과 커플, 승복을 입은 스님,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이 즐기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스마트폰으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를 지켜보는 사람들이었다. 부스 줄에서 대기하는 중간중간 앞뒤 사람들에게 함께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11시 20분이 조금 넘었을 즘 행사장 곳곳에서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생중계를 보지 않았지만, 탄핵이 인용됐음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입구 바로 맞은편 부스의 ‘부처님께 소원 빌기’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부처님 그림자가 그려진 벽에 펜으로 글을 쓰는 간단한 체험인데, 다들 힘주어 자신의 바람을 적어 넣었다. 가족의 건강, 응원하는 야구단의 우승, 시험 합격 등의 소원이 꾹꾹 눌러 적혀 있었다. 부스 방문 시각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 전이어서 관련 내용을 적은 소원도 많았다. 기자도 벽 한구석에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글을 남겼다. 해당 부스에서는 사찰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퀴즈도 풀 수 있었다. 퀴즈에서 100점을 맞아 자랑스러워하고 있던 때에, 진행자 중 한 분께서 100점 받는 사람이 많다며 “문제가 유출된 거 아닌지 몰라”라고 너스레를 떠셨다. 부스를 나서며 연꽃 위에서의 기념 촬영도 잊지 않았다.
SNS에서 본 힙한 불교 상품을 사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참가 업체가 있어 당장은 미술품이 모인 곳으로 향했다. 이번 불교박람회는 붓다아트페어와 함께 진행됐는데, 불상 조각부터 여러 그림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금박을 붙인 화려한 작품에도 눈이 갔지만, 왜인지 소탈하고 정갈한 작품이 더 마음에 들었다. 여러 불교 유적을 모방한 작품도 많았는데, 석굴암 본존불 축소본도 있었다. 대부분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졌고,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가 묘하게 아름다웠다. 실제로 만나보고 싶을 정도였다.
여러 미술 작품을 보고 나니 운명처럼 SNS에서 화젯거리인 불교 상품을 파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깨닫다!’ 및 ‘극락도 락이다’ 티셔츠로 유명한 해탈컴퍼니 부스였는데, 인기가 많아 길게 줄을 서야 했다. PPT로 대충 만든 것 같은 미감의 상품들은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맞이해 주는 진행자뿐만 아니라 스님들도 ‘깨닫다!’ 핀을 꼽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힙해서 같은 핀을 얼른 구매했다. AI 출가 체험도 있었는데, AI가 출가한 나의 얼굴을 보여준다. AI가 그린 출가한 나의 모습은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어 편안해 보였다. AI가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에 시간이 걸려 그 잠시간은 AI 부처님께 상담을 받았다. 시험 기간인 대학생의 가장 큰 번뇌인 시험에 대한 어려움과 공부 고민을 털어놓았다. AI 부처님은 현실적이고도 세세한 조언을 길게 해줬다. 실질적인 꿀팁이나 지름길 같은 것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노력한 너를 믿으라는 말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해탈컴퍼니 외에도 친근한 불교 상품을 파는 곳이 많았다. ‘힙스터 부처님’에서 스키를 타거나 놀이동산을 즐기는 부처님의 모습이 있었고, ‘파티인붓다’는 정말 파티에서 쓸 수 있는 미니 빔프로젝터를 보여줬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고양이 목탁, 롱박이, 부적 등을 보고 “정말 웃기다”, “너무 귀여워!” 같은 사람들의 반응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 기자의 AI 출가체험 사진.
시끌벅적한 부스 외에 명상이나 수행을 체험하는 부스도 있었다. 위앙종 부스에서 명상 체험을 해봤다. 스님은 시작에 앞서 “원래 초보자들은 조용한 곳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 일상은 지금처럼 소란스럽기에, 지금의 체험으로 일상에서 안정과 쉼이 필요할 때 명상을 익숙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곤조곤 설명했다. 스님은 결가부좌 자세를 직접 보여주며 차근차근 따라 하게 했다. 유연성 부족으로 8번의 시도가 있고 나서야 결가부좌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관절과 발목, 허벅지가 아파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스님과 함께 염을 외며 하는 20분의 명상이 1분도 안 돼서 내겐 너무 힘든 도전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도 성공하면 받을 수 있는 귀여운 만두 인형을 생각하며, 배꼽과 염을 외는 것에 정신을 집중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의 소음과 고통이 흐려질 정도로 몰입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20분을 채웠다. 다리를 풀었을 때 다시 저릿저릿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생각이 너무 많을 때 해보면 이로운 습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불교박람회에선 사찰 음식, 스님의 강연, 다과, 친환경 제품 등도 즐길 수 있었다. 연잎밥 부스 근처에선 향긋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고, 잔잔하게 울리는 스님의 강연은 명료하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절에서 키워진 녹차는 고급스러운 씁쓸한 맛이 났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매우 다양한 부스 사이에 전통과 힙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불교의 외부에 있는 사람에게도 매우 매력적이고 재밌는 체험이었다.
불교, 이렇게 재밌어도 돼요?
얼떨떨할 정도로 친근해진 불교의 행보에 반가운 한편, 의문이 들기도 한다. 종교인데, 이렇게 재밌기만 해도 괜찮을까? SNS에서 꽃스님으로 활동하며, 힙한 불교에 앞장서고 계신 범정 스님께 물었다.
Q. 흔히 종교라고 하면 보수적이고 딱딱한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그렇기에 더욱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친숙해진 불교의 행보가 놀라운데요, 불교 내부에서 이러한 변화나 움직임이 생겨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대와 세대가 바뀌었기 때문이겠죠. 예전에는 종교가 권위적이고 엄숙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공감대 형성은 종교가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중요한 요소죠. 종교의 본질은 변하지 않더라도 전달 방식이나 표현 방법은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사람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됩니다. 불교 역시 젊은 세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화적으로, 감각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Q.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세대가 어려질수록 종교에 관심이 주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숙해진 불교의 움직임이 실제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끄는 데에 도움이 됐을까요?
실제로 친숙해진 불교의 움직임 덕분에 젊은 세대가 불교에 관심 가지고, 쉽게 접근하는 계기가 많이 늘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SNS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처음 불교를 접하고, 이후에 더 깊이 공부하거나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즉시 불자가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불교라는 종교를 친근하게 생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Q.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불교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모두가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가볍다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등의 비판과 우려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우려하는 분들의 시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가벼워지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걱정도 일정 부분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불교의 본질은 항상 사람의 마음을 돌보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형태가 가벼워졌다고 해서 본질이 왜곡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불교의 가르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교가 단지 형식적이고 어려운 교리가 아니라, 누구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가르침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시대와 함께 발맞춰 걷는 불교의 행적은 친근하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불교가 이제는 문화로 나아가고 있구나, 그것도 아주 젊게!” 이번 불교박람회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다. 종교, 이렇게 재밌어도 괜찮다.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 모두 구별 없이 즐길 수 있는 현재의 움직임이야말로 종교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평화를 전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이수진 기자 100456ssu@chungbuk.ac.kr
그림 | 이준환 기자 Jwhanlee@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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