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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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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빈
작은 극장에서 펼쳐진 깊은 울림, 충북연극제
제 986 호    발행일 : 2025.04.14 
  올해로 43회를 맞이한 충북연극제(이하 연극제)가 막을 올렸다. 매년 충북 지역의 극단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연극제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지역 연극인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장이기도 하다. 이번 연극제는 한국연극협회 충청북도지회(충북연극협회)와 청주연극협회가 주최·주관으로 지난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청주의 ‘예술나눔 터’, ‘씨어터제이’, ‘정심아트홀’로 나눠 참가작을 공연한 후 21일 씨어터제이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예매는 휴대폰 문자로 받았으며, 관람료는 전석 1만 원으로 저렴했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극단 청예의 <LIBRA:양팔저울>(16일) ▲극단 청년극장의 <두껍아 두껍아>(17일) ▲<잘 가그래이. 내는 이제 껍데기다>(18일) ▲제천 예술나눔 청풍의 <두항의 꽃>(19일) ▲극단 시민극장의 <덕만씨를 찾습니다>(20일)가 출전해 경연을 벌였다. 경연 결과 ▲대상(충북도지사상)은 <두껍아 두껍아> ▲금상(청주시장상)은 <덕만씨를 찾습니다> ▲금상(충북예총회장상)은 <LIBRA:양팔저울> ▲ 은상(청주예총회장상)은 <잘 가그래이, 내는 이제 껍데기다>와 <두향의 꽃>이 수상했다. 대상을 차지한 <두껍아 두껍아>는 오는 7월 인천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에 충북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덕만씨를 찾습니다> 관람 후기

  기자는 연극제의 분위기를 취재하기 위해 출전 작품 중 극단 시민극장의 <덕만씨를 찾습니다>를 예매하고 관람을 위해 씨어터제이로 갔다.
  씨어터제이는 성안길 다이소 주차장 뒷 건물 4층에 자리하고 있다. 좁은 골목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아담한 데스크가 눈에 띈다. 한 어머니께서 푸근한 미소로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며 반갑게 맞아줬다. “공연은 경연이기 때문에, 늦으면 입장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 10분 전까지 도착해 주세요”라는 안내가 공지돼 이미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하나둘씩 모여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 인사를 나누고, 그들만의 대화가 오갔다. 오래전부터 이 극장을 찾은 단골들로 보였다. 가끔 공연장 문이 열릴 때마다, 팸플릿에서 봤던 배우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이런 경험은 흔치 않기에 신선했다. 저녁 7시 10분, 드디어 관객 입장이 시작됐다. 지정석이 아니라서 앞자리부터 빠르게 찼다. 흥미로운 점은 심사위원들이 객석의 전면이 아닌, 계단을 따라 복도 쪽으로 분산 배치된 점이다. 이런 구성은 처음 보는 방식이라 색다르게 느껴졌다. 관람객은 다양했다. 함께 온 학생 무리와 남편이 다리를 다쳤는데도 함께 온 부부가 눈에 띄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여기저기 떠드는 소리와 웃음이 공연장을 따뜻하게 채웠다.
  음악이 울려 퍼지며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했다. 이날 상영된 연극은 ‘덕만씨를 찾습니다’였다. 현장에서 받은 팸플릿에 기재된 작품 내용은 연극의 분위기를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됐다.
  “상철과 정옥은 파지와 고물을 주워 팔며 생활하고 있는 노부부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는 과분했던 외아들 민수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평범한 부모였다. 하지만 민수가 결혼할 여자 가영이를 데리고 온 이후로 그들의 관계는 악화된다. 상철은 민수보다 나이도 많고 직업도 변변찮은 가영이를 며느리감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상철의 욕심으로 민수는 부모 대신 가영을 선택하고 집을 나가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민수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중략) 그리고 13년, 노부부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듯 보인다. 그들은 눈을 뜨면 손수레를 끌고 나가 파지와 고물을 주워 팔고, 매끼마다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고, 밤이 되면 잠을 잔다. 상철은 지적 장애를 앓는 병두를 아들처럼 예뻐하면서, 정옥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파지 줍는 노인들과 고물상 주인 박씨와 매일 치열한 삶의 전쟁을 치르면서, 그렇게 그들은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데...”
  5명의 배우가 열연한 이 작품은 탄탄한 이야기와 감동적인 내용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아들 민수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를 보듬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며, ‘남겨진 자들’의 삶을 그려낸다. 소중한 사람이 떠나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기에, ‘남겨진 자’의 ‘살아내는’ 일상에 관객들은 더 깊이 몰입했다. 공연 중간중간, 배우들이 관객과 눈을 맞추며 대사를 이어가거나, 인물이 짜증 내는 장면에서는 관객 쪽에 쌓인 박스를 걷어차는 연출이 관객과 배우의 경계를 허물었다. 배우의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소극장에서 펼쳐진 연극은 관객을 제삼자로 두지 않고 상철과 정옥의 삶 속으로 빨아들였다.
  소극장에서 펼쳐진 연극은 배우들의 표정과 호흡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배우가 전하는 희로애락의 감정도 관객에게 전이돼 관객은 배우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으며 극에 몰입할 수 있는 게 연극만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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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씨를 찾습니다> 정옥 역 김용선 배우

Q. <덕만씨를 찾습니다>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3년 전에 이 작품을 제안받았는데, 작품이 너무 좋아서 참여하게 됐어요. 사실 두 딸을 둔 엄마라 자식이 죽은 엄마 역할을 연기하는 게 망설여지긴 했는데, 그보다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커서 참여를 결심했어요.

Q. 정옥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요?
  13년 동안 감정을 숨기며 살아온 정옥이 남편을 위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장면은 비 오는 날이 배경인데, 비 오는 모습
을 조명으로만 표현한 점은 아쉬웠지만, 그 순간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며 저도 울컥
했죠.

Q. 이 작품의 이전 공연은 어땠나요?
  <덕만씨를 찾습니다>는 2022년에 씨어터제이에서 처음 올린 작품이에요. 그때는 관객이 많진 않았지만,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서울에서도 공연하고 싶어서 많이 알아봤는데, 연극은 지원금이 없으면 쉽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결국 충북에서만 공연했어요. 공연을 끝내고 나가는데, 관객으로 온 학생들이 밖에서 울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이번에 연극제를 통해 다시 올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Q. 배우 개인에게 주어지는 특별상(한국연극협회장상)을 받으셨는데, 수상 소감이 궁금합니다.
  사실 기대 안 했어요. 지역 연극제에서는 그 지역 협회 회원이 아니면 연기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특별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뜻밖이라 더 감동이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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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충북연극제는 어떤 효과를 낸다고 생각하시나요?
  충북연극제를 통해 지방 연극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어요. 대상을 받은 작품들을 보면 정말 완성도 높은 연극들이 많거든요. 예전엔 좋은 작품들이 서울에만 몰려 있었는데, 이제는 지역에서도 좋은 연극을 볼 수 있어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Q. 배우의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과 연극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무대에 서는 건 정말 벅찬 일이에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긴 대사를 외우는 게 쉽지 않지만, 그만큼 무대 위에서 느끼는 감동도 커요. 연극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이거든요. 눈앞에 관객이 있고, 그들과 감정을 직접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건 연극만이 가진 아주 특별한 매력이에요. TV나 영화처럼 편집된 감정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감정이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오가는 거죠. 그런 교감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어요. 그래서 힘들어도 계속 무대에 서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연극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지적해 주세요. 그게 배우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관객들의 응원이야말로 우리가 계속 무대에 설 수 있는 이유예요.

  충북연극제는 단순한 경연을 넘어 지역 연극인들의 교류와 성장을 이끄는 무대다.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무대는 배우와 관객의 감정을 가까이서 나누며 깊은 몰입을 선사한다. 앞으로도 충북연극제가 충북 연극을 활성화하고, 더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전하길 기대한다.


김한빈 기자
kimmanb@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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