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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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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령민
도심 속 숨은 정원, 국립세종수목원
제 989 호    발행일 :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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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어디서든 아름다움을 발견할 것이다”라는 빈센트 반 고흐의 말이 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세종수목원(이하 수목원)이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치유의 정원에 함께 방문해 보자.


스위트 가든, 식물과 함께 달콤함 속으로

  버스를 타고 수목원 입구에 내리자마자 광활히 펼쳐진 풀밭에 눈이 시원해졌다. 방문 당시 부슬비가 내리고 있어 밖을 많이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비 오는 날 특유의 흙냄새를 즐기며 곧게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길 끝엔 수목원답게 꽃 모양을 한 큰 건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바로 ‘사계절 온실’이었다. 사계절 온실은 열대 온실, 지중해 온실, 특별 전시 온실로 나뉘어 있었는데, 꽃 모양 건물의 꽃잎마다 온실을 조성했다. 마침, 특별 전시 온실에서 ‘스위트가든: 식물의 달콤한 유혹’이 열리고 있어 곧장 특별 전시 온실로 향했다. 이번 특별 전시에서는 디저트에 들어가는 식물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10월 26일까지 열린다고 하니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둘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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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과 과자 디자인의 회전목마.

  특별 전시 온실은 주제에 따라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첫 번째 구역의 주제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입구부터 동화 속 과자집이 전시돼 있었고,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와 사탕 등 달달한 간식거리가 설치돼 있었다. 달콤한 식물들이란 테마에 맞게 온실엔 디저트를 만들 때 들어가는 식물들이 주로 모여 있었다. 설탕의 주재료인 사탕수수 나무와 바닐라 향료를 만드는 바닐라 난초,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나무까지 볼 수 있었다. 울창하고 푸른 길을 따라 걸으니 길을 잃은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카카오나무의 열매를 실제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놀라웠다. 바닐라 난초는 가공되기 전에도 바닐라 향이 날까 궁금했는데, 막상 맡아보니 일반적인 풀 냄새에 가까워 기대와 달랐다.
  동화 속 세상과 알고 보면 달달한 식물들을 지나니 알록달록한 과일이 주제인 두 번째 구역에 다다랐다. 두 번째 구역 프루츠 밸리에는 열대 과일 하면 흔히 떠올리는 파인애플과 바나나 모형이 곳곳에 둥둥 떠다녔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황금하귤도 심겨 있었다. 앞서 말한 모형이 아닌 실제 나무에서 자란 바나나와 파인애플도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란 바나나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종의 바나나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바나나의 조상으로 알려진 벨루티나 바나나가 가장 눈에 띄었다. 벨루티나 바나나는 겉과 속이 용과 껍질처럼 핑크색이었다. 이 핑크색 바나나의 씨를 제거해 먹기 편하게 만들어진 것이 우리가 아는 노란 바나나라는 설명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밖에도 스마트 가든이 있었는데, 귀여운 딸기 모양에 둘러싸인 곳이었다. 가까이 가 보니 실제 딸기를 재배하고 있었다. 아직 열매가 맺히지 않고 잎만 나 있어서 아쉬웠다. 마지막 구역의 주제는 브레드 파크였다. 이곳은 디저트의 재료가 되는 밀과 원두가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나는 원두 나무를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리나라 정원의 미를 한 번에! 한국 전통 정원

  특별 전시 온실에서 나온 뒤에 향한 곳은 한국 전통 정원이었다. 멀리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눈에 띄어 안내판을 보지 않아도 저곳이 한국 전통 정원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내부는 궁궐 정원, 별서 정원, 민가 정원으로 이뤄져 있었다. 궁궐 정원은 창덕궁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제 크기로 재현했는데, 고즈넉한 연못과 고풍스러운 정자로 한국의 미가 돋보이는 곳이었다. 동양화에서 본 것 같은 아름다운 소나무를 바라보며 연못 주위를 산책하니, 마치 타임 슬립해 옛 조선으로 간 느낌이었다. 한참을 걷다 지쳐 궁궐 정원의 정자 마루에 앉아서 비 내리는 정원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옥 처마 끝에 맺히는 빗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 멍하니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으니, 잡념이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풀렸다. 이곳이 도심 속 힐링 장소임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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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궐 정원에 위치한 누각과 연못.

  별서 정원은 담양 소쇄원을 본떠서 조성한 정원이다. 별서는 세속에서 벗어나 자연에 귀의해 집을 짓거나 정원을 꾸리는 걸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궁궐 정원보다 더 많이 자연적 요소가 적용돼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별서 정원은 조선 중기 성리학자인 김인후가 소쇄원의 경치를 보고 지은 <소쇄원 48영>의 문구로 관련 장소를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선 유유자적 풍류를 즐기는 선비가 된 기분이었다. 졸졸 흐르는 냇물과 유려한 버들잎까지,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민가 정원은 앞선 두 정원과 달리 일반 백성이 살던 공간이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볼 법한 항아리와 돌담이 친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비교적 흔하게 볼 법한 꽃과 나무가 반겨주는 정원으로 감탄이 나올 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소박하고 친근해 오히려 안락한 느낌을 주었다.

희귀하고 특이한 식물을 찾아보자

  수목원에 온 김에 평소엔 보기 힘든 독특한 식물을 보고 싶어 희귀.특산 식물 온실로 갔다. 그런데 많이 본 식물과 꽃이 전시돼 있어서 ‘이게 특산 식물이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판을 보니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이나 꽃”이라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매우 희귀한 식물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심지어 길가에서 볼 법한 생김새를 가진 ‘흑산도비비추’ 마저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었다. 흑산도비비추는 전라남도 신안군의 섬들에서만 주로 서식하는 식물인데, 집에서 관상용으로 키울 정도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임에도 멸종위기종이었다.
  물론, 익숙한 식물들 틈에 낯설고 희귀해 보이는 식물도 있었다. 바로 ‘새우난초’였다. 기자가 방문한 당시는 꽃이 피지 않아 일반적인 약초나 풀로 보여 지나칠 뻔했지만, 4월에서 5월이 되면 매우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넓은 잎을 가진 난초다. 화려한 개화를 직접 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첫인상에서 약초로 봤는데 실제 새우난초의 줄기는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특이한 식물이라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제주도와 전라남도 일부 섬에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꽃과 약효가 있는 줄기 때문에, 사람들이 함부로 꺾거나 채취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어 수목원에서 새우난초속 6종을 보호.전시하고 있다.

밤에도 아름다운 수목원

  정원과 온실을 다 보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오후 6시가 조금 지나 다시 사계절 온실로 향했다. 지중해 온실에서 열리는 <한 여름밤의 고흐>를 보기 위해서였다. 캄캄한 전시장에 고흐의 작품들에 자주 등장하는 샛노란 빛깔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그럼에도 밤이라 어둡기에 입구에서는 무료로 랜턴을 빌려줬다.
  고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바라기가 입구에서 맞아줬다. 이번 전시에는 고흐가 사랑한 지중해의 꽃과 식물들이 그림과 함께 전시돼 있다. <고흐의 해바라기>, <색을 탐구하는 위대한 실험실>, <밤하늘 속 사이프러스>, <아를의 방>, <밤의 카페 테라스> 등으로 공간이 구성돼 있는데, 해당 그림과 그림 속 식물이 심겨 있었다. 해바라기와 사이프러스, 아몬드 나무 등을 그림과 함께 볼 수 있어, 마치 고흐의 그림이 생생하게 살아난 느낌이었다. 고흐의 방이 전시된 공간도 있었는데, 그 안에서 외부를 바라보니 온실 중간을 가로지르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몽환적인 옥색 빛을 발하는 호수를 보니 마치 고흐의 작은 정원을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고흐가 사랑한 식물뿐만 아니라 한 구석에서는 지중해에서 볼 법한 선인장이 무리를 지어 자라나 있었다. 가시에 찔릴까 봐 조심조심 걸으며 지나갔다. 밤의 온실을 여러 바퀴 걸으며 곳곳에 숨어있는 해바라기를 발견했다. 아마 해바라기가 고흐가 가장 사랑한 식물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봤다.

  사계절 온실에서 밖으로 나오니, 밤 9시가 다 돼 있었다. 고흐의 정원을 몇 번이나 둘러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는 가을엔 해가 뜨면 푸르른 식물과 함께 유유자적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이고, 해가 지면 조명이 매력적인 국립세종수목원에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권령민 기자
Dinosaurmin@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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