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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석
<기획> 입학사정관제, ‘입시 실험’인가 ‘변혁’인가
제 803 호    발행일 : 2009.04.13 
지원자 잠재력ㆍ특기ㆍ적성 종합 평가 목적
대학들, 교과부 주도에 “떠밀리듯 시행” 지적도

 <편집자주>2008년 교육과학기술부의 주도로 일부 대학들에 입학사정관제가 시험 도입된 이래 2009년에는 19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일정 비율의 학생을 선발했으며, 2010년에는 우리 학교를 비롯한 49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 외에 잠재력과 특기,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이지만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을 때 ‘설익은 입시 실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제주도에서 개최한 입학사정관제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이번 대학기획에서는 우리 학교와 국내 몇몇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시행 계획을 알아보았다. 또한 입학사정관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 역사가 90년이 된 미국의 운영 방식을 통해 국내의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 입시 제도로 정착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아보았다.

※ 입학사정관제도란?

 기존의 수학 능력 시험과 학생부 성적만을 반영하던 대학 입시에서 탈피, 학생의 학업 성정, 개인환경, 소질, 적성,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입학사정관제도를 실시하는 대학마다 입학사정관을 선발해 학생을 심사하게 되는데 사실상 이 제도의 성패는 입학사정관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학생을 평가하는데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의ㅏ 여부도 주요한 화두 중 하나다.


1단계 전형 ‘교과 성적 비중 낮지 않아’

 우리 학교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수시 2학기 ‘우수인재양성전형’을 통해 전체 입학 정원 내 3.6%가량인 113명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예정이다. 최근 추가로 선발한 1명의 입학사정관을 포함한 총 4명의 입학사정관이 우리 학교에 도입될 새로운 전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평가에 관한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방편으로 ‘입학사정관 전원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입학사정관 전원위원회’는 전임 입학사정관 4명, 약대 등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는 곳을 제외한 단과대학별 1명씩의 교수 입학사정관, 본부 입학관리 부서 관련자 일부로 구성된다.

 ‘우수인재양성전형’에서는 1단계에 학생부 교과 성적과 개별 평가지, 교사 추천서 등을 통해 3~5배수가 선발되고, 2단계에서 면접을 한다. 3단계에서는 입학사정관 전원위원회 심사를 통해 최종적인 합격자를 선발하게 된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이번 전형에서는 기존 수시 모집 전형에서 수학능력시험 최저 학력 기준을 적용하던 것과는 달리,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학교 입학사정관제 선발 1단계 전형은 기존 수시 모집 전형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학생부 교과 성적의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만일 지원자가 개별 평가지나 추천서에 자신이 있어 교과 성적이 많이 낮은데도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했다면 애초 기대하던 것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원자가 15~20개 정도의 문항에 답해야 하는 에세이 형식의 개별 평가지나 추천서 등이 전형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우선 어느 정도의 학생부 교과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 학교 임기현 입학사정관은 “기본적으로 교과 성적은 지원 학생들이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며 “교과 성적이 비슷하면 개별 평가지나 추천서는 당락을 가르는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2단계 면접 전형에서는 전임 입학사정관이 먼저 인성 등을 위주로 지원자를 평가하고 나서, 해당 전공 교수와 단과대학의 교수 입학사정관이 전공 적합도나 학업 수행 가능성 등을 평가해 밀도 높은 전형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임 입학사정관은 “면접 전형 자체를 두 단계로 나눌 예정이지만 확정하려면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3단계 입학사정관 전원위원회 심사는 앞서 두 과정을 거친 지원자에 대한 평가를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검토하기 위한 과정이다. 지원자에 대한 1, 2단계 평가에서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하게 된다. 임 입학사정관은 “전형이 단계별로 나누어진 것 같지만 사실상은 모두 한 단계”라며 “이는 지원자에 대한 평가를 극단적으로 계량화하지 않으면서도 공정성을 도모할 수 있는 포괄적 시스템이다”라고 밝혔다.


서울대ㆍKAIST…입학사정관제 준비 비교적 ‘우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별 입학사정관 전형 특징’ 자료를 보면 입학사정관제를 비교적 잘 대비하는 대학으로 서울대와 KAIST가 꼽힌다. 서울대는 입학사정관제로 선발되는 학생의 출신 고교를 자세히 살펴 등급별 석차나 기숙사, 심화반 운영, 부모의 직업군과 학력 분포 등에 대한 세밀한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내신이 과대평가된 경우나 학교ㆍ부모의 배경이 지나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KAIST는 ‘리더십을 갖춘 창의적 인재’ 선발을 목표로 1단계 서류전형에서만 성적을 확인한다. 2단계 면접은 그룹 토의, 개인별 면접, 개인별 과제발표 세 가지를 온종일 진행한다. 단순한 과학지식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학생이 여러 지식을 어떻게 연계해 대응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 밖에 신입생 30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예정인 포스텍은 일단 서류 전형에서 상위 20%를 합격시키고 하위 20%를 탈락시킨다. 나머지 60%에 대해서는 2차로 구술 면접과 잠재력 평가를 실시한다. 성적은 점수가 아닌 등급으로만 표시한다.

 부산대는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효원인재전형을 통해 총 91명을 선발한다. 자기 소개서가 주요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이며 2011학년도에는 전체 모집 인원의 10%가량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리더십우수자 전형과 이웃사랑 전형 등으로 70여 명의 학생을 선발한 경북대는 글로벌인재학부 전형과 글로벌비즈니스 전형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신설해 90명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특히 경영학부에서 시행되는 글로벌비즈니스 전형에서는 공인 영어 성적과 면접 구술 평가만으로 신입생 전원을 뽑을 예정이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하려는 학생은 교과 성적이 뚜렷하게 좋지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거나 특정 분야에 열정과 소질이 있는 경우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학생의 성향은 물론 학교 특성까지 꿰뚫고 있어야 하지만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대학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대학은 서류 전형을 계량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경우 어떻게 당락을 가를지를 두고 대학 내 구성원과 입시 주체 간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뚜렷한 전형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차후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학생 선발 후에도 객관성이나 공정성 문제와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입학사정관제 지원 사업 기본 계획’을 통해 40여 개 대학에 236억 원을 지원하며, 국고보조금 비율도 70%에서 85%로 확대하고 입학사정관 전형의 안정적 정착을 위하여 지원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다수의 교육전문가는 사실상 많은 대학이 그 때문에 구체적 평가 기준이나 공정성을 확실히 담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선발 인원을 크게 늘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연세대는 교과부의 계획을 전달받고 나서 전체 모집 정원의 35.14%를, 고려대는 23.5%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입학사정관제 시행을 앞두고 우리 학교 뿐 아니라 많은 대학이 애초에 발표한 계획처럼, 일률적인 평가가 아니라 학생 개인의 잠재력과 개성을 충분히 반영하고자 하는 입학사정관제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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