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혹시 충대 학생이세요?”

오늘만 벌써 두 번째. 별 것 아닌 질문인데도 온몸에 털이 곤두선다. 특별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하며 접근해온 그는 세상의 이치를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상담을 해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밤 12시를 막 지난 무렵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난 그는 이내 “사회대에서 가볍게 얘기 좀 하자”며 사회대 휴게실로 인도했다. 실제로 우리학교 학생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소지하고 있던 학생증으로 사회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종이와 볼펜을 꺼내든 그는 우주의 원리에 관한 얘기부터 꺼냈다. 이것저것 듣다보니 그가 한 말들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얘깃거리가 다 떨어져 갈 때쯤 그는 “조상님께 ‘정성’을 딱 한번만 드리면 대대손손(代代孫孫)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공부방으로 같이 갈 것을 요구했다. 이를 거절하려고 했으나 “단 한 푼도 들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한번 따라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최병원 뒤편 한적한 주택가. 공부방이라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처음에 한 말과 달리 “정성을 드리기 위해 술과 음식이 필요하다”며 “단돈 만원이라도 괜찮으니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슈퍼마켓으로 향했지만 그는 “정성을 드리는 상에 필요한 재료는 알아서 준비하겠다”고 설명하며 2만원 가량을 요구했다.

어떤 의식인지는 확실치 않았으나 절을 반복하며 40분 가량이 소요됐다. 의식 내용 중에는 샤워 후 그들이 건네준 한복으로 갈아입는 과정도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정성의식이 모두 끝나고 그는 음복(飮福)을 요구했다. 더불어 백일동안 몇 가지 금기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침을 뱉지 말고, 유부녀를 탐하지 않으며, 의식을 치룬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 등’을 부탁했다.

한편 의식에 사용됐던 물 맛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물 맛은 그대로였다. 그는 이 물을 법수라고 부르며 “21일 동안 이 법수를 마시러 매일 올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학교 학생이 교내 포교활동을 하고 있는 대순진리회 사람을 만나 실제로 겪은 내용이다.

대순진리회 포교활동은 최근 3~4년 전부터 교내에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포교활동을 위해 자신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상황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학교 커뮤니티 카페에도 피해사례가 종종 올라온다. 일부 학생들은 “이제는 누가 말만 걸어와도 진절머리가 난다”거나 “입 밖으로 욕이 나올 뻔 했던 적도 많다”고 응답했다.

대순진리회의 대학교 내 포교활동은 응당 우리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산대학교에서는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끊이지 않아 작년 가을 총학생회와 총동아리연합회 등 학생자치기구들이 학내 곳곳에 ‘학생들에게 피해주는 대순진리회 OUT’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학교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그 후에도 대순진리회 관계자를 만났다는 부산대 학생들의 말로 미루어보아 부산대의 대순진리회 퇴출 운동은 결국 실패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우리학교 내 포교 활동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들이 ‘공부’하고 있다는 ‘학문’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는 “취재를 하는 거면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회피했다. 결국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믿는 건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 좋은 학문”이라는 말만 남긴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학생과에서도 이들 때문에 수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생과에서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좌판을 마련해두고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학내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기에 실제 단속은 힘든 실정이다. 신고가 있는 경우 학생과 직원이 출동해 퇴거 요구를 하고 있지만 출동 후에는 그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생과에서 이들의 활동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사법조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의 활동을 금지할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과 이종희 직원은 “학생들의 신고가 가장 중요하다”며 교내에서 이들을 만나면 꼭 학생과로 신고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한 그는 “실제 물질적·정신적 피해사례가 있는 학생은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 제 2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기동력을 갖춘 교내 경비업체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신고를 원하는 학생은 학생과(261-2019~2022, 3825)로 연락하면 된다.

장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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