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학 10학번 이 모 학생은 입학의 부푼 기대도 잠시, 수학 수업이 시작되자 앞길이 막막해졌다. 이 모 학생은 고등학교 때 인문계열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기호와 용어들 사이에서 이 모 학생은 자연계 기초 과목 수강에 어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이미 고등학교 시절 배운 내용이었기에 수업을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었다. 뒤쳐진다는 느낌이 든 이 모 학생은 고등학교 수학책을 사서 공부를 하려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중간고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반해 자신은 고등학교 수학책을 다시 펼친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매년 우리 학교에는 많은 학생들이 교차지원으로 입학한다. 자연계열에서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한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인문계열에서 자연계열로 교차지원한 학생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 학교는 현재 수학과목에 한해서 기초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대학수학’이라는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이 강의에 대해 수학과 조교 박민경 씨는 “‘기초대학수학’은 0학점의 pass/fail 과목이다. 입학 수능 성적이 기준 성적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 이 과목에서 pass를 받아야만 수학과목을 들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학사과에서는 수능 수학 성적을 기준으로 ‘기초대학수학’을 들어야 할 학생을 선정해 각 학과에 통보한다. 그러나 교차지원 학생의 경우 그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기초대학수학’ 강의를 듣지 않고 대학일반수학을 수강하는 경우가 생겨 일반 강의를 듣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수학 1과 공통 과학만을 배우고 자연계열로 교차지원한 김인목(지역건설공학과·11) 학생은 “물리나 수학과 같은 과목의 경우, 처음 듣는 내용이거나 복잡한 기호들이 있어 강의를 듣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또한 “기초대학수학과 대학일반수학의 시간표가 겹쳐있어 다른 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대학일반수학을 신청했다. 모르는 부분은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따로 혼자 공부를 하면서 터득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강의를 듣기 위해 기초 능력이 필요한 과목이 자연계와 공대 학생들에게 주로 개설되지만 수학 외에는 자연계기초 과목이 없다. ‘일반 물리학 및 실험1’을 강의하는 물리학과 강병원 교수는 “물리의 경우 기초 지식이 필요한 과목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물리Ⅱ, 심지어는 물리과목을 공부하지 않고 입학한 학생들이 종종 있다. 교차지원도 허용돼 수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며 “이 때문에 물리 관련 기초 과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여대의 경우 2012학년도 정시모집 ‘나’군과 ‘다’군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수리 ‘가’와 ‘나’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자연계열로 교차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서울여대 학사지원팀 계장 신명일 씨는 “교차지원 학생이나 기초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학생의 경우 입학 전에 기초소양과목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기초소양과목의 경우 8~9과목이 개설되는데, 이 중에는 수학을 비롯해 물리, 글쓰기 등 다양한 과목이 있다”고 전했다.
물리 등 과학 관련 기초 과목 신설에 대해 학사과 관계자는 “기초 과목 개설은 교육과정위원회를 열어 학생들의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육과정이 신설되고 강의 시간이 편성되기 때문”이라며 강의 개설에 대해 어려움을 지적했다. 덧붙여 “기초 과목 신설에 대해 수학 과목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입생을 모집할 때에는 교차지원도 가능하도록 전형을 만들어 두었으나 입학 후 원활한 강의 적응을 위한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비단 수학 과목에만 기초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교차지원 학생, 기초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타 과목의 기초 교육 신설이 필요하다.








김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