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부터 한국장학재단을 통한 국가장학금 사업을 실시했다. 이번 국가장학금 정책은 지난해 9월에 발표된 ‘대학생 등록금 부담완화 방안’에 따른 후속 방안으로 수립됐다. 그 취지 또한 높은 수준의 대학등록금으로 인한 가계부담 완화 대책 마련과 대학생이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다. 이를 위해 크게 유형Ⅰ과 유형Ⅱ 둘로 나누어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유형Ⅰ의 경우는 소득 3분위 이하(연 환산소득 2943만 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4.5 만점 기준 B0의 성적 요건을 충족하면 각각의 소득분위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한다. 유형Ⅱ의 경우는 소득 7분위 이하(연 환산소득 5371만 원 이하)면 누구나 수혜대상이 될 수 있다. 소득분위는 주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에 따른 환산소득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위해 이전보다 많은 액수인 1조 7000억 원을 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처리 인원 부족, 홈페이지 시스템 오류 등의 기능적인 오류와 소득분위를 무시한 ‘묻지마 신청’ 독려, 불확실한 지급 기준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국가장학금이 단순한 희망고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신청해 한국장학재단이 발표한 국가장학금 신청 결과 전국 대학생 105만 8000명이 신청했다. 신입생을 제외한 전체 대학생의 76%로 10명 중 8명 정도가 장학금을 신청한 것이다. 많은 학생들의 접속으로 접수가 끝날 무렵에는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접속이 폭주하면서 신청에 차질을 빚었다. 상담원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 것은 다반사였고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서류완료’로 표시되는 등 기능 오류도 발생했다. 국가장학금팀에 배정된 인원도 부족했고 홈페이지 시스템도 허술했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은 서둘러 신청기간을 1월 4일까지로 늘렸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중 상당수는 애초에 장학금 수혜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학금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소득 7분위 이하와 직전학기 성적, 이수학점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데 소득분위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소득분위 산정은 가구 소득 이외에도 부동산이나 자동차 소유여부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소득 분위에 해당하는 지 잘 모르고 신청한 학생들 중 일부는 아예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대거 몰려 신청한 것은 대학들의 역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국가장학금 신청 독려에 열심인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많이 받기 위해서다. 7분위 이하 학생 수와 국가장학금 지원규모가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 본부나 과사무실을 통해 신청 독려 문자나 전화를 받은 학생이 상당수였다. 세 네 번이 넘게 연락을 받은 학생들도 있었다. 한밭대에 재학 중인 조하나(경제학과·09) 학생은 “과사무실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성적장학금 우선순위가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신청했다. 그리고 홍보문자를 돌릴 때는 모두 줄 것처럼 해놓고 막상 알아보니 소득에 따라 장학금 지원이 결정된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또한 “궁금한 사항이 있어 장학재단에 전화를 하면 항상 먹통이었다며 인원을 제대로 확보하지도 않고 무작정 홍보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이렇듯 학생들에게 ‘묻지마 신청’을 독려해 애초에 장학금 수혜 자격이 없는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부채 있으면 탈락, 외제차 모는데 선정?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문 모군은 국가장학금 혜택이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부푼 마음으로 국가 장학금 신청을 했다. 일주일에 4일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보태고 있을 만큼 집안형편이 기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모군은 선정에서 탈락했다. 문 군 아버지가 자영업을 하고 있어 실질적인 소득이 별로 없는데도 신고된 소득으로 영업용 차량과 대출해서 살고 있는 부모님 명의의 집이 소득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집안에는 약간의 부채도 있었지만 국가장학금 선정 자료로는 포함되지 않았다. 문 군은 허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과공부를 병행하느라 성적은 B0를 약간 넘긴 상태였기 때문에 교내 성적장학금을 받을 수도 없었다. 결국 문 군은 학자금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문 군의 경우 이외에도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 수혜자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장학금 지급 기준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자영업자·개인사업가의 경우 실소득이 아닌 신고된 소득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소득이 없지만 자산이 있는 경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득이 있어도 자산이 없는 경우에는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외제차를 모는 집안에서 소득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으로 선정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장학금은 대학재량에 맡겨지면서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측은 “소득신고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신고된 소득을 바탕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고 부채를 감안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새발의 피 국가장학금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자 105만 8000명 가운데 선정된 학생은 55.4%인 58만 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대학생의 43%로 상당수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 등록금 고지서를 받은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특히 유형Ⅱ의 경우 대학교 재량에 따라 장학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학교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국가장학금의 같은 유형에 속하더라도 대학마다 지급되는 장학금도 천차만별이라 학생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경희대학교 재학 중인 손지원(호텔경영학과·09) 학생은 “저는 선정에 탈락했지만 친구들 중 몇 명은 만 원을 받았다고 들었고 어떤 친구는 5만원을 받았다”라며 “선정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더욱이 일부 사립 대학교에서는 국가장학금 확대로 인해 교내 장학금 비중을 줄여 오히려 장학금 혜택을 아예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어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안대찬 국가장학금팀장은 “대학교 재량에 따라 장학금을 나눠서 지급하기 때문에 그 금액을 장학재단에서 지정하기는 어렵다”며 “다음 학기에는 대안을 찾아서 좀 더 효율적으로 장학금이 분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즘 대학가에서 가장 민감하고 현실적인 문제인 ‘미친 등록금’을 해결할 한줄기 희망인 줄 알았던 국가장학금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학생들은 여전히 한숨을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