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과제 무임승차자들과의 가상 메신저 대화
당신이 생각하는 대학생활 최악의 꼴불견은 누구인가? 한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에서 대학생 11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캠퍼스 생활 중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최악의 꼴불견’으로 ‘무임승차족’이 1위(19.9%)를 차지했다. ‘무임승차족’이란 조별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할 때 다른 사람의 노력에 묻어가는 사람을 두고 부르는 말로 ‘프리라이더(free-rider:무임승차자)’라고도 불린다.
우리는 대학 생활 중에 심심찮게 ‘무임승차족’을 만나볼 수 있다. 대다수의 강의에서 여럿이 한 조를 이뤄 수행하는 조별과제(협력 과제, 조 과제, 팀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조별과제는 다양한 구성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관계형성의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공유해 결과물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잠재적 역량을 일깨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무임승차자들 때문에, 조별과제는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전예린(목재종이과학과·09) 학생은 “조별과제를 할 때 꼭 한 명쯤은 불성실한 태도로 과제에 임하는 학생이 있다. 그럴 때면 그 학생 하나 때문에 조 분위기가 엉망이 된다”고 말했다. 장희선(화학과·11) 학생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회피하는 학생과 함께 과제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시험 스트레스보다 더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경영대학의 한 교수는 “조별과제를 통해 학생의 협업능력이나 리더십 등을 평가할 수 있어 좋지만, 간혹 소수의 학생들이 다른 조원들에게 역할을 넘기고 참여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어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무임승차족의 유형도 제각각이다. 조별과제가 시작되자마자 소위 ‘잠수를 타’서 연락이 끊기는 ‘연락두절형’, 매번 집안사정으로 조모임 참석이 힘들다는 ‘집안사정형’, 자료 조사를 돕긴 하나 포털사이트의 지식 검색 자료를 무분별하게 긁어와 5분만에 자료조사를 끝내는 ‘붙여넣기형’, 평소 조모임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도 발표와 질의만 열심히 해서 높은 점수를 챙기는 얄미운 ‘지능형’ 등 다양한 유형의 무임승차자를 캠퍼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익명의 한 학생은 “조별과제에서 각자 조사해온 자료를 통합해 발표하는 것이 있었는데, 한 학생이 포털사이트의 지식 검색에서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와 점수가 깎이는 등, 발표에 큰 영향을 줬다”며 ‘붙여넣기형’의 무임승차자와 조별과제를 하며 피해를 입었던 경험을 꺼내며 속상했던 그 당시의 속마음을 밝혔다. 또 익명의 한 학생은 “조모임을 할 때마다 집안사정이 생기는 학생들이 있다. 구체적으로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고 미안하다고만 하는데, 아무리 집안사정이라 하더라도 번번이 모임 때마다 불참해 화가 난다”고 말하며 ‘집안사정형’의 무임승차자와 조모임을 할 때마다 겪었던 곤혹을 상기했다.
이와 같이 무임승차자로 인해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이 조별과제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학교 기초교육원 장충덕 교수는 “한정된 강의시간 내에 학생들의 능력을 개인별로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강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기 좋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을 교육할 수 있다는 면에서 조별과제를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별과제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동시에 무임승차자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조별과제에 임하는 학생의 태도에 있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조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자세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또한 조별과제에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어국문학과의 오세정 교수는 “조별 작업일지를 만들어, 과제의 진행 및 분배사항을 꼼꼼히 쓰고, 온·오프라인의 과제 진행상황을 사진자료로 첨부해 제출하게 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이 조별과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결방안으로는 ‘조원평가제’가 언급되고 있다. 한 학생을 나머지 조원들이 평가해 교수가 그것을 참고로 조원들의 노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원들의 주관적인 관점이 개입되므로 교수는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고, 조원 간의 상호협력이 우선시돼야 하는데 서로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삭막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조별과제에서의 무임승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협동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리더십, 상호의견 조율방식 등의 이점을 배울 수 없어 결국 자신에게도 손해이다. 조별과제를 단순히 학점을 잘 받기 위한 의무감으로 수행하지 않고, 심도깊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사소통능력을 배양하는 ‘학습’으로 인식해야 한다. 주어진 역할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남지수 기자 jeesoo0722@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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