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가운데 4명이 졸업유예를 생각하고 3명은 휴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9일, 한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에서 전국 대학생 17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1%가 ‘만약 취업이 안 되면 대학 졸업을 미룰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또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대학생 3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1%가 ‘휴학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최근 대학가에서는 사회에 나가기 전 ‘시간’을 벌기 위한 학생들의 고민이 급부상하고 있다.
■ 취업을 위해 학교에 남는 학생들
졸업을 연기하는 이른바 NG(No Graduation)족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의 출연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IMF 이후 경기불황이 심해지자 취업률이 급속히 떨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NG족은 대학가의 당연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졸업을 연기하는 학생이 많아지다 보니 최근에는 상당수의 대학에서 일정금액만 내면 졸업요건을 갖췄어도 재학생의 신분을 주는 ‘졸업유예제’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학생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작년부터 졸업유예제를 실시했으며, 그 이후 졸업유예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급속히 증가했다. 올해 졸업유예를 신청한 학생은 239명으로 지난해에 신청한 62명보다 약 4배가 늘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최대 10학기까지 연기가 가능하지만 신청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내야 한다. 추가로 등록금을 더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졸업요건을 충분히 갖춘 학생들이 학교에 남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취업문제이다. 전자정보대학에 재학 중인 익명의 학생은 졸업유예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기업에서는 재학생을 선호하며 교수님들의 추천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 재학생이 졸업생보다 취업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연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익명의 학생은 “신입사원채용 기회는 나날이 줄어가는 반면, 인턴은 많이 뽑고 있다. 하지만 인턴은 대학생활 중에만 가능하기에 졸업유예를 하고 인턴을 하는 선배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생들이 졸업을 연기하는 것은 높아진 취업문턱과 기업이 대학 졸업자보다 재학생을 더욱 선호한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이유로는 취업준비를 앞둔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들 수 있다. 민원실의 정영훈 씨는 “취업을 하지 못한 4학년 학생들 중에는 졸업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며 “실제로 회사에서 재학생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고, 부족한 스펙을 채우거나 더 높은 학점을 받아 취업의 기회를 당기려는 학생들이 졸업유예를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스펙을 위해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
취업을 위해 학교에 남는 학생이 있는 반면, 스펙을 위해 학교를 떠나는 학생도 있다. 바로 휴학생이다. 일반적으로는 남학생들이 군복무를 위해 휴학을 하는 군휴학이 있지만, 최근 들어 일반휴학을 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의 우리 학교 휴학생 통계자료를 보면 2010년에는 2245명(군휴학 1006명, 일반휴학 1239명), 2011년에는 2535명(군휴학 892명, 일반휴학 1643명), 2012년에는 2798명(군휴학 909명, 일반휴학 1889명)으로 점차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일반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군입대와 질병으로 인한 휴학이 아닌 일반휴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이 휴학을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스펙쌓기’를 위해서다. 취업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도 크게 높아졌다. 학교를 다니면서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조우형(환경공학과·09) 학생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어학자격증 점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학교에 다니면서 기업의 요구조건을 충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휴학을 상담하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어학자격증을 공부하기 위해 학원과 해외유학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노예슬(소비자학과·11) 학생은 “휴학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탐색했다”며 “진로를 고민하고 사회를 미리 경험해보는 등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홍미선(국어국문학과·09) 학생은 “휴학을 하고 취업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와 운동, 봉사활동을 병행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휴학을 통해 스펙뿐 아니라 자신을 단련시키고 가다듬는 ‘시간’을 버는 학생들도 있었다.
졸업유예와 휴학을 결심하는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채우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사과 최지민 씨는 “졸업유예와 휴학은 학생들이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는 시간을 갖고자 좋은 의지를 갖고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며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을 갈고 닦는 시간이어야지, 흐지부지하게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또한 민원실의 정영훈 씨는 “뚜렷한 목적없이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졸업을 유예하거나 휴학을 결심하는 학생들은 다시 한 번 고민해보길 바란다”며 “20대의 황금보다 귀한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남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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