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첫 시행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국가장학금은 올해부터 작년(1조 7500억 원)보다 대폭 증가한 2조 7750억 원을 지원하고, 국가장학금 유형Ⅰ에서 소득수준을 8분위까지 확대하는 등 산정방법을 일부 개정해 논란을 잠재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대학생들에게 뉴스 및 정보를 전하는 온라인잡지 <캠퍼스위크>가 이번 달에 전국 대학생 14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현 정부가 국가장학금 지원 형태로 실시하는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 68.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가장학금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국가장학금은 기존에 시행됐던 미래드림, 희망드림, 우수드림 장학금이 통합된 것으로 작년부터 새롭게 시행됐다. 올해 1학기 국가장학금 유형Ⅰ의 경우 소득 8분위 이하(연 환산소득 6703만 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직전학기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성적 기준을 충족하면 각각의 소득분위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한다. 유형Ⅱ의 경우는 유형Ⅰ과 그 대상은 같으나, 등록금 인하·동결 혹은 교내 장학금 확충 등 대학이 자체적인 노력을 이행한 경우 해당 학교로 지급된다. 즉 대학의 등록금 인하율이 높거나, 자체 장학금 확충이 커질수록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금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단,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43개교) 및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미참여 대학(21개교)의 신입학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 반 토막 난 국가장학금 유형 II
매번 국가장학금을 받아왔던 조선대학교의 이 모 씨는 올해 자신이 장학금에 선정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해 이 씨는 한국장학재단 측에 문의를 했지만 조선대학교가 올해 1학기 국가장학금 유형Ⅱ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선정되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학교의 결정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 유형Ⅱ에 총 6000억 원의 예산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실제 지급액은 3349억 원으로 55.8%만 지급됐다. 이는 7500억 원의 배정액에 7007억 원이 지급돼 93.4%의 지원 비율을 보였던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다.
작년에 비해 지원대학 수도 줄었다. 세종대학교, 조선대학교 등 15개 대학은 국가장학금 유형Ⅱ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신청한 대학 중 중앙대학교를 비롯한 12개 대학은 자체 노력 부족으로 탈락됐다. 이에 따라 국가장학금 유형Ⅱ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장학금 유형Ⅱ의 실제 지급액이 줄어든 이유는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율이 0.55%로 4.79%였던 작년과 비교해 현저히 낮을 뿐더러 장학금 확충액도 줄었기 때문이다. 즉 대학의 자체적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대학의 이런 소극적 태도는 ‘대학의 주인이 과연 학생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달게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원인이 국가장학금 유형Ⅱ가 대학의 흥미를 끌 매력적인 체제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작년에는 새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반값등록금’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돼 이러한 여론을 대학에서 반영했지만 올해는 대학에서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또한 국가장학금 유형Ⅱ는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을 요구하지만 실질적으로 학교에 돌아오는 이득이 없어, 대학에서도 외면받는 상황이다. 결국 이래저래 손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 된 셈이다.
작년 우리 학교 학생들의 국가장학금 수혜인원은 9100여 명(유형Ⅰ·유형Ⅱ 합계)이었으며, 올해 1학기 수혜인원은 1만 1400여 명으로 국가장학금의 혜택을 받는 학생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학교는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고 작년 대비 23억 원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해 유형Ⅱ에 선발됐다. 이에 대해 학생과 이은향 씨는 “자체 노력 이행을 위해 관련 부서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으며 교외장학재단을 방문하는 등 대응자금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 전했다.
한편, 2013학년도 우리 학교에 지급되는 국가장학금 유형Ⅱ의 예산은 44억여 원으로 이는 1·2학기에 나눠 집행된다. 그러나 이는 작년에 지급받은 65억 원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우리 학교의 자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이은향 씨는 “한국장학재단 측에서 국가장학금 유형Ⅰ을 소득 3분위까지 지원했었지만 올해는 8분위까지 확대 지원했을 뿐더러, 이미 작년에 등록금 인하 및 장학금 확충 등 자체적 노력을 많이 행해놓은 상태”라며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저소득층 고려 않은 학점의 벽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최 모 씨는 부쩍 한숨이 늘었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신청한 국가장학금에서 성적 기준 미달로 탈락했기 때문이다. 학비를 마련하느라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바람에 학교 수업에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이다. 최 씨는 “학자금 대출을 받고 싶어도 이미 빚이 3200만 원가량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최 씨와 같은 저소득층 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을 절실히 원하지만 지금까지의 선정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저소득층일수록 국가장학금 탈락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학기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성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저소득층이어도 국가장학금이 지급되지 않는데, 학비 벌이에 바쁜 저소득층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학업에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장학재단이 제시하는 높은 수준의 대학등록금으로 인한 가계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하고, 대학생이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시행취지와 어긋난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반값등록금국민본부의 주최로 국가장학금에 대한 시위가 열렸다. 대학에 수혜하지 않은 국가장학금 유형Ⅱ 잔액을 성적기준미달로 국가장학금에서 탈락한 학생들에게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반값등록금국민본부 공동집행위원회 위원장인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국가장학금 유형Ⅱ는 제도의 목적과 달리 선정방식이 변경되면서 각 대학들이 국가장학금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며 국가장학금의 한계를 인식하고 반값등록금 시행과 같은 구체적인 대안의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일부 대학에서는 성적 기준 미달로 국가장학금에서 탈락한 학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남대학교의 경우 국가장학금 선정에서 탈락한 소득수준 3분위 이하에 학점이 2.25~2.74점 사이인 학생을 대상으로 ‘우수장학9’ 장학금을 지급한다. 우리 학교 역시 국가장학금에서 탈락한 저소득층 학생들을 배려해 ‘천사장학금’을 수혜한다. 특히 ‘천사장학금’은 성적에 관계없이 가계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되고 있어 적용범위가 더욱 넓다. 장학금은 교내·외 장학금 수혜학생의 기부금과 기타 기관 및 개인의 출연금으로 조성되며 우리 학교 발전기금재단에서 총괄한다. 이 밖에도 몇몇 대학이 대안을 마련 중이지만 대학이 자체적으로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자체 장학금을 준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공부나 학문을 장려한다는 뜻을 지닌 ‘장학(奬學)’. 국가장학금이 학생을 진정으로 고려하는 장학제도인지 학교와 국가 모두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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