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학의 김 모 군은 2011년에 ‘특성화고(舊 전문계) 특별전형’으로 우리 학교에 입학했다. 여느 신입생처럼 김 군도 즐거운 대학생활을 기대했지만 곧 그 기대는 깨졌다. 대학수업은 따라가기 힘들었고 과제도 벅차게 느껴졌다. 결국 김 군은 학교에 대한 도피처로 군대를 택했고 1학기가 끝남과 동시에 입대했다. 올해 8월 전역을 앞두고 있는 김 군은 “복학한 후 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돼 휴학을 고려 중”이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2004년부터 시행된 ‘특성화고 특별전형’은 특성화 고등학교(이하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의 대학 진학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는 일반계 고등학교(이하 일반계고) 학생에 비해 경쟁이 불리한 특성화고 학생을 배려해 정원 외 입시 전형으로 분류돼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올해 70여 명의 학생들이 ‘특성화고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우리 학교 201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에 명시돼 있는 ‘특성화고 특별전형’을 살펴보면, 지원 학생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이수계열(농업계, 공업계, 상업계, 가사계)에 따라 경영대학, 공과대학 등 계열에 해당하는 단과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이때 학생부 교과 성적(내신)은 100% 반영되고 국어, 영어, 수학, 탐구 과목 중 상위 2개 영역 등급의 합이 인문계가 10등급 이내, 이공계가 12등급 이내인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은 일반계고 학생들의 수능성적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아 두 학교 출신 사이에 실력 격차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특히 이공계열의 경우 그 정도는 더하다. 일반계고와 달리 특성화고에서는 주로 실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해 수학을 비롯한 물리·화학 등 과학 분야에서도 기초지식을 쌓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토목공학부의 김성보 교수는 “수업하다 보면 학생들의 수준 차이가 극명하게 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학생들이 1학년 때 기초를 탄탄히 만들지 않으면 전공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전했다.
‘특성화고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의견도 계열에 따라 달랐다. 인문계열의 이소연(경영정보학과·13) 학생은 “진도를 나갈수록 내용이 심화되지만 특성화고에서 정보처리를 전공으로 했기에 공부에 어려운 부분은 없다”고 말했고,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국제경영학과·13)도 “학교에서 배우고 온 과정이어서 수업을 따라가는 데 문제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공계열의 강현규(공업화학과·13) 학생은 “열심히 노력해 대학에 왔는데 일반계고 출신 학생들 수준에 맞춰 강의가 진행되니 수학을 비롯한 과학 과목은 다른 친구들보다 2~3배 노력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육대범(소프트웨어학과·13) 학생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초지식의 부족에 있다”며 “이공계 과목에 대한 기초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 신입생을 위한 기초 교육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초교육원에서는 수능 수학 성적을 기준으로 하위 성적 120명 안팎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대학수학 수강 프로그램을 개설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수업을 원하는 특성화고 출신 학생이 있어도 하위 120명 안에 들지 못하면 수강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초교육원 측은 “프로그램의 부족한 부분에 있어서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보완할 것”이라며 “ACE사업의 일환으로 물리, 화학 과목에 있어서도 수준별 수업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기초교육을 시행하는 학교도 있다. 같은 지방거점국립대학교인 강원대학교의 경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당일, 공과대학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수학 기초학력평가를 실시한다. 이는 공과대학 신입생들에게 수준별 맞춤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결과에 따라 학생수준별 수학 수강 교과목이 결정된다. 강원대학교 공학교육혁신센터의 김혜경 연구원은 “학생들이 전공 교과를 이수하는 데 있어 기초지식이 부족하면 수업 이탈율이 높아지는데 이를 방지하고 체계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기초학력평가 제도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평가에서 점수 미달로 불합격한 학생들은 기초과목을 수강하며 연습문제를 풀이하는 시간을 따로 갖는다. 김 연구원은 “학생들에게 학업 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으며 학생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라 덧붙였다. 또한 홍익대학교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뿐만 아니라 물리와 화학도 과목에 포함해 기초학력고사를 치르고 있으며 광운대학교, 호서대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대학교들이 학생들의 기초교육에 힘쓰고 있다.
한편 지난 2011년 7월, 교육부(舊 교육과학기술부)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학을 장려했던 과거와 달리 ‘선취업 후진학’ 정책을 펼치면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2015년도까지 ‘특성화고 특별전형’이 폐지되고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산업체에서 3년 이상 일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재직자 특별전형’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따라서 2015학년도부터 특성화고 졸업생이 바로 대학에 진학하려면 일반계고 졸업생과 동등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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