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학생이라면 대학생활 중 한번쯤은 들어봤을 ‘공학교육인증제’. 1999년 교육부에 의해 사단법인으로 인정된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은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정책, 절차, 기준을 정하고 이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시행하는 공학교육인증은 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력을 갖춘 공학기술인력의 배출을 위한 것으로 인증 수료는 곧 실무 능력을 겸비한 공학도임이 증명된 것을 의미한다. 2001년부터 동국대학교를 시작으로 올해 9월까지 총 101개 대학이 604개 프로그램 인증을 받은 상태이다. 우리 학교는 2006년부터 공학교육인증에 참여했으며 약 3500명의 학생이 재적 중이다. 현재 공과대학, 전자정보대학, 농업생명환경대학에서 총 13개 학과(학부)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 학생 60%, 공학교육인증 ‘필요하지 않다’
이번 ‘충북대신문’에서는 공학인증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토목공학부를 비롯한 공과대학 7개 학과(학부)의 2학년 이상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지는 총 4개 문항으로 구성됐으며 객관식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학생들 중 공학인증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한 학생은 90%에 달했지만 이 중 공학인증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61%로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공학인증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공학인증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것일까? 약 50%의 학생들이 공학인증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학과(학부)에서 하라고 하니까 그냥 한다’고 답했다.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는 채로 그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임사웅(토목공학부.10) 학생은 “학생들을 프로그램에 무조건적으로 참여시킬 것이 아니라 사전에 공학교육인증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필요성을 언급해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표했다.
우리 학교는 공학인증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과에 입학한 경우 그 학생은 자동적으로 공학교육인증에 참여된다. 하지만 4학년 1학기 이전 학생에 한해 공학교육인증 포기가 가능하다. 단, ▲2005학년도 이전 입학자 ▲교직 및 다전공(복수.연계.학생설계)을 신청한 자 ▲2007학년도 이후의 편입.전과한 전입생에 해당하는 자만 포기 사유로 인정되며 그 외의 이유는 교수와의 면담을 거쳐 포기여부를 결정한다.
■ 학생들이 제기하는 공학교육인증의 문제점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생각하는 공학교육인증의 문제점을 알아봤다. 48%의 학생들은 ‘노력대비 낮은 실효성’을 공학인증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주)안철수연구소, 삼성전자, NHN을 비롯한 국내 47개 기업에서 공학교육인증 졸업생 혜택을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혜택의 대부분은 서류전형 우대 및 이력서 표기로 형식만 차렸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서류전형 10% 우대를 혜택으로 내세운 모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그런 혜택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며 오히려 반문했다.
또한 공학교육인증 평가단의 구성도 실질적으로 낮은 실효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공학교육인증 수료 여부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구성한 평가단의 판단으로 결정되는데 평가단은 교수, 산업체, 연구소로 구성된다. 2010년 12월 기준, 평가단의 구성비를 살펴보면 교수가 약 80%, 산업체는 약 10%다. 공학교육인증은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설계 및 실무능력을 지닌 공학도를 양성하고자 시행한다는데서 그 의의가 있는데, 이러한 구성비는 그 목적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공학교육혁신센터장 전자공학부 권오욱 교수는 “평가를 위해서 며칠씩 업무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그렇게 해 줄 산업체 인원을 구하기가 힘들다”며 현실적 여건이 마땅치 않음을 전했다. 덧붙여 “학생과 교수가 노력하는 만큼 산업체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면서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산업체의 관심을 요구했다.
29%의 학생들은 ‘수업 선택의 자율권 침해’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는 공학교육인증 수료 학생에게 본교에서 지정한 전문교양 18학점, 전공기초 교과목인 MSC 30학점, 전공 교과목 60학점 총 108학점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 안에는 학과(학부)에서 수료해야 하는 전공 외 학점도 포함돼있을뿐더러 전문교양과목 선택의 범위가 정해져있어 학생들로부터 수업 선택의 자율권 침해라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즉 공학교육인증 이수를 위한 필수 학점과 졸업기준학점 충족을 위한 전공학점까지 듣기에도 빡빡해 학생들은 원하는 수업을 수강하지 못하는 셈이다. 김규현(토목공학부.09) 학생은 “공학교육인증 수료 학점까지 채우려면 듣고 싶은 교양과목을 들을 수 없다”며 “설계학점을 줄이거나 교양과목 선택 범위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에 대해 권 교수는 “전문교양은 진정한 공학도로서 갖춰야 할 소양이라고 생각한 과목들을 지정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교양이라는 용어 안에는 공대생이 전문적 자질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교양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이라며 의미를 되새겼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측은 “학점 수료와 관련한 변경 사항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이 외에도 ‘사회적으로 공학교육인증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라고 생각하기 때문’ 등의 의견이 뒤를 이었다.
■ 교수 연구시간까지 할애해야 하는 CQI 보고서
학생들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공학교육인증과 관련한 교수들의 불만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좋은 취지로 시행되는 것은 알겠지만 인증 수료를 위해 준비할 포트폴리오 양은 많은데 상대적으로 평가는 자주 치러지니 개인적인 연구에 매진할 시간을 빼앗긴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수들이 인증 평가를 위해 제출하는 CQI 보고서(자기계발보고서)에는 수업계획서, 강의보조 배포자료, 중간 및 기말시험 자료, 학생 출석부 등 방대한 양이 들어간다. 준비를 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는데 반해 평가는 2년에 1번 치러져 사실상 매년 인증 평가를 위한 보고서를 준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은 우리나라의 공학교육인증이 미국의 공학기술인증원(ABET)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데서 발생했다. 미국의 방식을 변화 없이 우리나라의 실정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수들의 건의에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2014년도 이후부터 3년마다 평가를 치르기로 했으며 보고서 양식도 간소화했다.
한편 이러한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 참여를 취소한 학과도 있다. 건축학과, 도시공학과, 환경공학과가 그 예다. 공과대학에 속해있지만 학과의 특성상 타 학문과 융합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도시공학과 측은 “학과 전공에서 사회과학과 결합되는 부분이 많아 학생들을 굳이 전문 공학도로 양성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참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 실무적 공학도 양성의 밑거름, 공학교육인증제
그렇다면 이러한 여러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 교수는 “학생들은 공학교육인증을 통해 설계와 실무에 집중된 중점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듦으로써 자기계발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수들은 공학교육인증이란 수업 계획을 통해 짜임새 있는 교육을 할 수 있으며 사제 간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라고 전했다.
우리 학교 공학교육혁신센터에서도 공학교육인증을 행하는 학생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센터에서는 공학인증 관련 특강을 실시하며 우리 학교 LINC 사업단과 연계해 전시회 및 박람회를 개최한다. 전공분야의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과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 취업 및 진학 인터뷰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경진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한 2015년 정부로부터 ‘공학인증사업’을 지원받기 위해 계획서를 제작 중이다. 공학교육혁신센터의 신영애 연구원은 “공학교육인증이 예전에 비해 규제도 줄고 졸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면서 “이에 따라 센터에서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행된 지 약 10년, 조금 성급하게 시도돼 아직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듯한 공학인증프로그램. 실무에 적합한 우수한 인재는 예전부터 사회가 바라왔던 이상적인 공학도의 상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올바르게 살려 학생, 교수, 산업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공학교육인증제도의 완성을 기대해본다.
김민경 기자
jjokkan0826@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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