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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경&남지수
떳떳하지 못한 검은 속내, 부정행위
제 869 호    발행일 : 2013.11.06 

중간고사 권장기간, 시험을 앞둔 전자정보대학의 A군은 습관처럼 커닝페이퍼를 작성하다 이내 단념했다. 지난 학기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돼 전공 수업에서 F학점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는 정정당당히 시험에 임하겠다고 다짐한 A군은 막상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온 뒤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은 정정당당히 시험에 임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부정행위 하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A군은 자신이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대학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경이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부정행위 방식은 날로 발전해 책상, 손바닥, 지우개 등에 필기 내용을 빡빡하게 적는 기본형을 시작으로 각양각색의 유형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생긴 ▶스마트형(미리 사진으로 찍어놓은 책의 내용을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고 수업 자료로 이용됐던 파일들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몰래 보는 유형), 시험 보는 자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풍수지리형(배산임수라는 말이 있듯 앞에는 든든한 눈가리개가 되어줄 친구가 있고, 옆에는 똑똑한 친구를 앉히는 유형, 맨 뒷자리를 차지했다면 일타삼피), 운동 경기 못지않은 협동심을 자랑하는 ▶삼삼오오형(친구들끼리 답을 알려주는 신호를 하거나 시험지를 교환해 대신 풀어주는 유형, 요즘에는 스마트폰 메신저의 단체 채팅방에서 답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화려한 인맥으로 남들보다 시험문제를 먼저 접하는 ▶낙하산형(대학원생이나 선배들로 부터 시험 족보를 얻어 시험 문제를 이미 알고 있는 유형) 등이 그것이다. 아예 맨 뒤에 앉아 책을 펴놓고 당당하게 시험을 치르거나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이 움직이는 소란스러운 틈을 타 친구들에게 답을 물어보는 배짱 좋은 학생들도 더러 있다.


  이렇게 유형이 다양해진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 부정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이 공감하는 현실이다. 실제로 작년 취업포털커리어가 대학생 336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부정행위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7.4%가 대학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생 절반 이상이 부정행위를 경험한 셈이다. 이에 부정행위를 한 이유를 물으니 57%의 학생들이 ‘학점을 잘 받기 위해 부정행위를 한다’고 답했으며 11.4%의 학생들은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한다’고 답했다. 이제는 부정행위가 지양해야 할 것이 아닌 시험에 있어 필수적인 하나의 도구가 된 것이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 시험을 치른 학생들만 억울해지는 상황이다. 변수영(생물학과.13) 학생은 “일부 동기들이 같은 과목에서 먼저 시험을 본 타과 친구를 통해 시험지를 얻어 미리 시험문제를 알고 공부해간 사실이 있었다”며 “여러 날에 걸쳐 전 범위를 열심히 공부했는데 하루 만에 시험공부를 마치고 잘 본 학생들이 있어 매우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 과목에 여러 수강반이 있는 수업의 경우, 교수님이 같을 때에는 시험 날짜만 다르고 범위와 문제까지 똑같아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익명의 한 학생은 “족보나 인맥을 통해 시험 문제를 미리 알아내는 것도 능력이고 노력”이라며 “대학의 방대한 시험범위를 모두 공부하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학교 교수들이 체감하는 부정행위 정도는 학생들과 다르다. 이번 호에서 ‘충북대신문’이 우리 학교 45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학교 학생들의 부정행위 실태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약 82%(37명)의 교수들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목격한 경험이 있는 교수는 전체의 약 90%(39명)에 달했다. 우리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어떠한 방안이 필요할까. 교수들은 학생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시험 시 감독 강화를 해결안으로 꼽았다. 경제학과 배영목 교수는 “시험 문제 출제 시 선택형 문제는 배제해 부정행위를 방지해야 하며 반드시 출제자가 시험 감독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정행위의 가장 큰 원인이 ‘시험 감독의 부실함’이라 입 모아 지적했다. 김정원(노어노문학과.10) 학생은 “시험 감독을 하는 교수가 책을 읽는다거나 조는 경우를 종종 봤다”고 말했으며, 익명의 한 학생은 “시험 시간에 교수님이 ‘커닝도 능력’이라고 말하면서 커닝한 학생을 보고도 지적하지 않아 당혹스러운 적이 있었다”고 제보했다. 특히 강의 수용 인원이 큰 합동 강의실에서 시험이 치러지는 경우는 그 정도가 더하다. 익명의 한 학생은 “시험을 치르는 학생은 많은데 감독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 보니, 감독관의 눈을 피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학생 수에 비례해 감독원의 수를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생들은 부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부분부터 제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민지(영어영문학과.13) 학생은 “학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을 볼 때만큼은 학생들의 핸드폰을 수거한 뒤 시험을 마치고 나갈 때 돌려주는 방식이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전했으며, 김세연(정치외교학과.13) 학생은 “학생들의 좌석을 무작위로 배치하고 책상과 필기류 등 사전 검사를 철저히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준영(경영학과.10) 학생은 “기본적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이 더욱 엄중해져 학생들이 시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F학점을 받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부정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처벌이 학칙과 학사운영에 자세히 명시돼 있다. 지난 6월 17일 22차 개정을 마친 학칙 제119조(징계처분)에 의하면, 시험 중 부정행위를 한 자는 학점이 무효처리되고, 계획적인 부정행위의 경우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를 처분한다. 이때 징계는 근신.유기정학.무기정학 및 제적으로 구분하며, 이 경우 유기정학은 5일 이상에서 30일 미만, 무기정학은 30일 이상의 정학으로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학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수들은 0점 혹은 F학점 처리나 경고를 취할 뿐 학칙에 의거한 엄중한 처벌을 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학기 기말고사에서 경영대학의 B 양이 계획적인 부정행위로 적발됐으나 가벼운 처벌로 끝나 학교 홈페이지 및 SNS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학칙에 따라 징계위원회의 소집은 있었지만 학칙에 명시된 엄중한 징계가 아닌 반성문과 휴학 권고로 그쳐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이로 인해 부정행위 처벌에 대한 학칙과 학사규정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학내구성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학사과 임복 과장은 “학칙과 학사규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이 자세히 명시돼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며 “교수와 강사에게는 부정행위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보내고, 중간고사 기간인 지난달 15일에는 전체적으로 시험감독자 준수사항에 대한 공문을 돌리는 등 학내 부정행위 근절을 위한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서를 통해 학칙에 의거한 강력한 처벌조치를 권고해도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부정행위에 대한 인식이 관대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서로의 지적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학내구성원의 인식 개선이 촉구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민경 기자 jjokkan0826@cbnu.ac.kr 
남지수 기자 jeesoo0722@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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