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의 A 교수는 지난 학기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이 수업한 교양과목의 강의평가를 확인하던 중, 강의와는 무관한 내용의 욕설과 비방문구가 가득 적힌 평가를 발견한 것이다. 강의평가의 익명성을 악용해 욕설과 비방문구를 작성하는 일부 학생들이 있어 교수들은 강의평가를 확인할 때마다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강의평가는 본래 교수의 강의방법과 내용 등에 대한 학생들의 솔직한 의견을 확인함으로써 교수의 학습방법 개선점을 찾아보고, 수업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시행됐다. 우리 학교에서 강의평가가 처음 시행된 것은 지난 2008년 부터로, 평가 내용의 형평성과 강의평가 내용, 방식 등에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2011년도 하반기에 ‘강의평가 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강의평가 문항이 축소.변경되고 강의 우수 교수와 최우수 교수를 선정하는 등 개선방안이 마련됐다. 그렇다면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친 현재 우리 학교의 강의평가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현재 우리 학교 강의평가 평가문항은 공통문항 7개와 서술형 문항 1개를 기본으로 여기에 강의중심, 토론.세미나 병행, 실험.실습 병행, 실기 병행, 영어강의 총 5가지 유형의 질문이 강의 유형에 따라 하나씩 추가된다. 강의에 대한 문항 평가 점수는 5점을 척도로 매우 그렇다 5점, 그렇다 4점, 보통 3점, 미흡 2점, 매우 미흡 1점으로 부여해 계산된다. 특히, 우리 학교는 일반교과목과 영어강의교과목을 구분해 강의평가를 2가지 유형으로 나눠 실시하고 있어 강의평가의 정확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승민(공업화학과.13) 학생은 “질문이 상투적이고 모두 똑같은 내용에 대해 답변해야 돼서 지루했는데 영어강의는 또 다른 유형으로 질문이 나와 상투적이지 않고 더 자세하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개편을 거듭해온 강의 평가는 정작 학생들에게 진지하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김성은(국어국문학과.12) 학생은 “성적을 확인하려면 강의평가를 해야 하는데, 일단 성적확인이 우선이라고 생각돼 대충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전국 50개 대학 남녀 대학생 2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강의평가를 하는 이유에 대해 71%의 학생들이 ‘단지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한,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교수의 강의 방식보다 수업 시간에 지적을 한다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쪽지 시험이라도 보면 반감이 생겨 강의평가 점수를 좋게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의 눈치를 보는 교수도 등장한다. 학생들로부터 평가된 점수는 교수업적 평가 시 반영돼 성과급, 승진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강사의 경우 재임용 시 강의평가 결과가 참고자료로 활용되기에 그 정도는 더하다. 우리 학교에서 교양과목을 가르치는 B 강사는 “연휴가 연달아 껴 수업을 못하게 됐는데, 못한 수업에 대한 보강을 잡으려 해도 수강인원이 많은 교양과목의 특성상 학생들의 일정을 맞추지 못해 결국 보강을 하지 못하고 종강한 적이 있었다”며 “이후 강의평가에서 휴강을 자주 한다는 학생들의 평가를 봤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과제 하나를 내도 학생들의 편의를 맞추게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교수는 납득하기 어려운 강의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규정상 교수의 이의제기 절차가 수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우리 학교 학사과의 이선호 씨는 “강의평가 결과는 학생들의 설문을 산술평균하여 나타난 수치이기 때문에 교수의 이의를 반영한다는 것은 학생의 설문을 가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전산 오류 여부를 체크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태도에 대해 대학내일 20대연구소 박진수 수석연구원은 “강의평가 제도가 대학교 수업 커리큘럼에 작용해야 하는 순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지극히 형식적인 절차로 인식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낭비를 줄여야한다”고 전했다. 또한, “강의평가를 바라보는 주체들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받아들여 대학교육의 질적 쇄신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솔한 강의평가 작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선호씨는 “모든 문항에 최하점을 준 학생의 설문은 전체 강의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수업일수 미달로 F의 성적을 받은 학생의 설문도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무기명 서술 방식, 2번에 걸친 강의평가와 같은 타 대학 사례도 적절히 참고해 강의평가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학기 강의평가는 오는 16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는 교수들의 평가관련지표인 동시에 학생 스스로가 수업을 개선해나가는 것이므로 임하는 학생들의 인식개선이 요구된다.
김민경기자 jjokkan0826@cbnu.ac.kr
남지수기자 jeesoo0722@cbnu.ac.kr








김민경&남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