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기성회비 반환 소송과 그에 대한 논란이 어느 정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이 2월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를 통과한 후 공포돼 현재는 시행령을 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성회계 대체법으로 마련된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이란 무엇인지, 이에 따라 기성회계가 사라진 우리 학교는 어떤 상황인지 취재해봤다.
기성회비란
1963년 해방 이후 대학 수와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국립대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이 취약해졌다. 국립대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성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기성회는 후원회 성격을 지닌 민간단체로서 부족한 교육시설비, 교직원 연구비, 학교운영비를 충당할 목적으로 ‘대학, 고.중학교 기성회 준칙(옛 문교부 훈령)’에 따라 기성회비를 걷기 시작했다. 이는 후에 관행적으로 등록금에 포함됐다.
하지만 기성회비에 대한 논란은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기성회비가 등록금에 포함돼 기성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학기 등록을 할 수 없지만 관련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논란의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의 공시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대학알리미’의 정보에 따르면 전국 45개 국공립대 등록금의 80%가 기성회비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학교의 지난해 등록금 현황을 살펴보면 1년 평균 수업료가 77만 2천 5백 원, 기성회비가 3백 45만 3천 7백 원으로, 기성회비가 등록금의 약 82%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성회비에 대한 이러한 논란은 기성회비 폐지와 납부거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고, 결국 사립대는 1999년도부터 기성회를 해산시켰다.
그렇다면 기성회비는 어떻게 쓰여지고 있었을까.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우리 학교의 2013년 기성회비에서 총 세입액은 946억여 원, 총 세출액은 865억여 원이며 세입 중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징수된 금액은 603억여 원이다. 그 밖에서는 이월금, 국고보조금, 예금이자 등에서 수입을 얻고 있으나 세입의 약 64%, 즉 절반이 훌쩍 넘는 금액이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충당되고 있었다. 이렇게 거둬진 기성회비는 ▲인건비 ▲직원 복리후생비, 용역비, 기관 운영비 등의 운영비 ▲장학금과 법정부당금에 해당하는 경상이전비 ▲학교의 수입을 대체하는 사업인 계절학기, 논문심사 등과 기타 부서별 사업 등의 수입대체사업비 ▲시설관리와 자산구입비에 해당하는 자본적 지출경비로 사용되고 있었다.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 잇따른 학생들의 승소
이처럼 여러 목적으로 사용되던 기성회비는 등록금 인상의 주된 요인으로 손꼽히며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 시작했다. 원래 기성회는 후원회의 성격을 지니며 탄생했기 때문에 기성회비 또한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상한 제한을 받지 않았고, 이에 따라 몇몇 대학에서 입학금은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기성회비를 인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에 반발하며 반값등록금 운동을 시작했고, 기성회비의 부당함에 대한 여론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2010년 11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의 기성회비 반환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기성회비의 과다 책정을 주장하며 8개 국공립대(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경상대, 공주대, 공주교대, 창원대) 기성회와 국가에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 원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2012년 1월 기성회비에 관한 법령이 명시돼 있지 않고, 기성회비는 기성회 회원이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학생들의 편에 섰다.
이후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 대한 학생들의 승소는 이어졌다. 2012년 5월에만 해도 3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경북대를 포함한 5개 학교에서 4,851명의 학생이, 서울대와 우리 학교를 포함한 13개 학교에서는 4,591명의 학생이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후 경상대 학생 515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 3건의 소송 중에서 우리 학교가 포함된 소송이 지난해 11월에 승소했다.
특히 2013년 8월 방송통신대에 재학 중인 10명의 학생이 제기한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는 기성회비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오며 국공립대 기성회비의 존폐여부에 대한 논쟁은 더욱 불거졌다.
52년 만에 폐지된 기성회비
지난해에도 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 소송은 이어졌다. 지난해 6월 제기된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는 1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원고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제는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성회비 폐지에 따른 기성회비 반환은 거의 기정사실화됐기에 국공립대 총장들은 대체법 마련을 촉구했다. 기성회비를 반환하게 된다면 기성회는 파산을 면치 못하게 되고 이에 따라 학교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체법을 둘러싸고 여야는 서로 다른 법안을 제기했다. 여당은 일반회계와 기성회계 통합을 내용으로 하는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을, 야당은 기성회비로 지출해왔던 비용은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음 학기 등록금 때문에 국공립대가 재정 혼란에 빠지자 교문위는 2월 13일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을 기반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지난달 3일 국회 본회의도 통과했고, 이어 지난달 13일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을 공포해 현재는 시행령을 만드는 중이다.
그렇다면 재정회계법이란 무엇일까. 재정회계법은 국립대 재정운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여 국립대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학문 발전과 인재 양성 및 국가 균형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장 제1조), 기존의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를 대학회계로 통합하며 이를 총장이 관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총장이 관할하는 대학회계 예산편성과 운용은 재정위원회가 보완.감시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는?
우리 학교 또한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러 가지가 바뀌게 된다. 기성회계는 유사시를 대비해 2016년 2월까지 존재할 예정이지만 우리 학교의 세입 및 세출과 관련된 재정운영은 대학회계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학교 재무과 재무 1팀 정진혁 팀장은 “대학회계로 바뀜에 따라 예산의 자율권 확보와 더불어 흩어져 있던 예산을 통합 관리함으로서 그간 기성회계에 따른 불합리한 부분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부칙 제4조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기성회 직원은 기성회 직원에서 퇴직한 후 대학회계 직원으로 신규 채용됐다. 이때 보수, 복무 등의 근로 조건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명시돼 있다.
한편 우리 학교 또한 기성회비 반환과 관련해 9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만약 대법원 판결을 통해 기성회비를 반환해야 한다면 약 25억 원에서 26억 원에 해당하는 액수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대학회계에서는 지불할 수 없고, 기성회계에서만 지불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 기성회계에는 반환해야 할 만큼의 돈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명목상 존재할 뿐이다. 이에 학교에서는 3가지 대응책을 생각해 두고 있다. 먼저 학교는 판결처분취소 등을 요청하며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2016년 2월까지는 기성회계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기성회계에 돈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그 돈만큼은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공탁처리를 신청할 수도 있으며, 기성회계에 반환할 돈이 없다면 기성회를 파산시킬 가능성도 있다.
기성회비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기성회비 폐지와 함께 사그라드는 듯 했지만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과 함께 다시 불타오르는 듯하다.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을 둘러싼 주요 논란은 다음과 같았다. 법안에 따라 총장이 대학회계 예산 편성과 운용을 관할함에 따라 총장에게 과잉 권한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 감시하는 재정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며, 재정위원회의 감시기능이 실질적으로 현실에 부합하도록 법률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국공립대에 대한 국가의 역할 강화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육예산 50조 8천억 원 중 고등 교육예산은 8조 7천억 원에 불과하고, 2013년 기준 2조 6천억 원에 달하는 국가장학금 중 17.5%인 4,586억 원만이 국공립대에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성회비를 이름만 바꿔 계속 징수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를 기만하는 일이고, 이에 따라 국가가 기성회비를 걷지 않아도 대학이 재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국가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의 교육부 시행령을 놓고 우리 학교 직원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장 제28조에 따르면 교직원(교수와 직원)에게 교육연구비를 지급할 수 있는데, 교육부시행령은 이를 교원으로 한정지어 직원을 교육연구비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시행령이 확정될 경우 직원들은 최소 60여만 원 이상의 월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우리 학교의 한 직원은 “상위법인 법률에 명시돼 있는 것을 하위법인 시행령이 변경한다는 것은 불법적인 처사라 생각한다”며 “이는 실질적인 임금 삭감으로 우리 학교 직원들의 가정살림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4월 말에서 5월 초 즈음이면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완성될 예정이다. 현재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시행령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김도연 기자
khra0131@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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