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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선녀
한글의 팔색조 매력속으로
제 823 호    발행일 : 2010.10.16 

훈민정음(訓民正音), 언문(諺文), 언서(諺書), 반절(反切), 암클, 아햇글, 가갸글, 국서(國書), 국문(國文), 조선글 모두 한글의 이름이다. 우리의 말, 우리의 글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반포일, 창제 원리가 밝혀져 있는 문자이다. 정교한 과학적 원리로 칭송을 받아온 한글은 '큰 글'이라는 이름대로 우리 민족을 품는 큰 그릇으로 존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8년 이래 한글날을 전후하여 한글주간을 설정, 한글을 기념해 오고 있다. 올해도 564돌을 맞이한 한글날을 기념하여 '한글, 세상과 어울림'을 주제로 다채로운 한글주간 행사가 펼쳐졌다.
 


경복궁 수정전 ‘한글 글꼴전’
세종대왕과 정인지,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최항, 강희안, 이개, 이선로 등의 집현전 학자들. 그들이 백성들과 소통하기 위한 문자를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를 거듭했던 곳의 이름이 집현전이다. 그 옛날의 집현전은 왜란의 난 통에 소실되고 지금은 고종 때 재건된 수정전이 들어서 있다. 건물의 흔적이야 사라진지 오래지만 시민들은 수정전을 집현전으로 기억한다.
한글주간을 맞이하여 경복궁 수정전에서는 각각 ‘한글, 창조되다’, ‘한글을 상상하다’, ‘한글로 소통하다’라는 주제로 '한글 글꼴전'이 펼쳐졌다. 경복궁 수정전은 이날만큼은 문을 활짝 열고 관람객들에게 마루를 열어놓았다. ‘창조, 상상, 소통, 어울림’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경복궁 수정전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관람을 위해 찾아온 시민들마다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수정전에 오른다. 발밑으로 느껴지는 목조건물의 질감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는다.
수정전에 오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린, 낯선, 새로운 한글. 고운한글’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3회 한글글꼴창작지원금을 수상하여 만든 글자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인상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대표 서예가들의 한글서체 등 다양한 한글 글꼴이 수정전 곳곳에 전시돼 있다. 5천만 국민의 수만큼 다양한 한글 글꼴의 멋과 저력이 담긴 전시회다.
수정전을 빙 둘러 전시된 작품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글인지 그림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작품들의 정체가 한글이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한글이 디자인을 입고 변신한다. 청년 한글디자이너들의 손에서 한글이 재창조된다. 우리가 광고나 책에서 접하는 독특한 한글 글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세종이야기
광화문 광장 한가운데에 자리한 세종대왕상. 뒤 쪽 계단을 내려가면 ‘세종이야기’라는 이름의 전시·체험 공간이 나타난다. 지극한 애민 정신과 민본사상에 기초하여 한글을 반포하고, 과학 기술, 문화, 예술 등 다방면에서 조선을 발전시키는 일에 공헌한 세종대왕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인간 세종, 민본사상, 한글 창제, 과학과 예술, 군사 정책, 위대한 성군 세종, 한글갤러리로 구분된 전시관은 각 테마에 맞춘 전시·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글 창제관의 한쪽 벽면에는 한글로 된 문헌유물들이 전시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이 그것이다. 세월의 흔적 가득한 문헌유물들은 단연 시민들의 눈길을 끈다. ‘나랏말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되는 훈민정음서문을 본 어린이들은 연신 “아빠, 이게 한글이야?”라고 물으며 눈을 깜박인다. 그 낯선 문자가 가진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고개를 갸우뚱 할 뿐이다.
‘바하사 찌아찌아’.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문자는 한글이다. 2009년 8월 그들은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했다. ‘라틴어’나 ‘아랍어’보다 고유의 언어를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찌아찌아족 어린이들이 직접 사용하고 있는 교과서를 살펴본다. 모두 이해되지 않는 글이지만 한글 표기는 친숙함을 준다.
세종이야기 한편에서 들려오는 가야금과 대금 연주는 관람객들에게 영혼의 휴식을 선사한다. 한편 곳곳에 마련된 한글 조형물은 의자로 변신해 쉼터를 제공한다. 한글갤러리에는 우리 시대 예술가들이 한글을 재해석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연중 각종 기획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광화문 광장 ‘한글옷이 날개’
세종대왕상 뒤편 광화문 광장.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흰 천 위로 글을 써내려간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발길을 멈추고 구경에 한창이다. 이 행사는 한글날을 맞이하여 시민과 함께 훈민정음을 써 내려가는 행사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커다란 붓을 들고 온 몸으로 써 내려가는 글자마다 세종대왕의 흔적이 깃든다.
광장 반대편으로 가니 한글에 앉기. 한글을 모티브로 만든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한글 수수께끼 행사. 전통 복식 입기 등 크고 작은 한글 관련 행사가 한창이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에게 의미있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광화문 광장 옆 세종문화회관 정문에서는 ‘한글 무늬 옷, 나래를 펴다’라는 이름의 패션쇼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 아래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가 준비했다. 이들은 누구나 한글 옷을 자연스럽게 입고 다닐 수 있도록 한글 옷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 손글씨 전문가 이현정씨, 강지원 변호사, 김영란 전 대법관, 이건만에이엔에프 등에서 기부한 글귀에 무늬를 이용하여 만든 한글옷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KBS의 ‘미녀들의 수다’ 출연진들도 패션쇼에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반포일 그리고 창제 원리가 밝혀져 있는 문자, 발성 기관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자음의 과학성, 천지인 3개의 기호만으로 표현되는 모음체계, 이것이 우리의 한글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오늘날 한글은 다양한 디자인을 입는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입은 한글은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떡과 같다. 디자인을 입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 한글, 우리의 일상에서 한글을 기념하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홍선녀 기자
angelhong@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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